MS의 블리자드 인수, 정말 '메타버스' 때문일까

'콘텐츠+커뮤니티 강화'에 무게…메타버스 핵심 요소는?

홈&모바일입력 :2022/01/19 16:32    수정: 2022/01/20 11:31

김익현 미디어연구소장 기자 페이지 구독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액티비전 블리자드를 687억 달러(약 82조 원)에 인수한 마이크로소프트(MS)가 내세운 두 가지 키워드는 '크로스 플랫폼'과 '메타버스'였다. 이 중 특히 눈길을 끈 단어가 메타버스다.

사티아 나델라 MS 최고경영자(CEO)는 18일(현지시간) 액티비전 블리자드 인수를 발표하면서 “게임은 가장 역동적이면서 흥미로운 플릿폼일 뿐 아니라 메타버스 플랫폼 개발에서도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고 말했다.

블리자드 인수가 사실상 메타버스 전략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점을 분명히 한 셈이다. 

최근 ‘메타버스 퍼스트’의 기치를 내건 대표적인 기업은 메타로 이름을 바꾼 페이스북이다. 하지만 MS의 ‘메타버스 사랑’도 그 못지 않다.

사티아 나델라 최고경영자(CEO)는 그 동안 틈날 때마다 ‘메타버스’를 강조했다.

사티아 나델라 MS CEO(오른쪽)와 필 스펜서 게임부문 수장. (사진=MS)

나델라는 지난 해 6월 ‘What’s next for gaming’ 브리핑에선 “많은 게임이 메타버스 사회 및 경제로 진화해가는 모습이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또 11월엔 블룸버그TV와 인터뷰에서 “X박스 게임이 MS 메타버스의 핵심이다”고 강조했다.

나델라는 블리자드 인수 발표 직후에도 “게임은 메타버스 플랫폼 개발에서도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고 언급했다.

블리자드는 MS의 메타버스 전략에서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까?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해선 사티아 나델라가 생각하는 메타버스에 대해 알아볼 필요가 있다.

■ 나델라, 콘텐츠와 커뮤니티, 플랫폼 3각 구도 강조 

나델라는 블리자드 인수 발표 직후 열린 컨퍼런스 콜에서 “중앙 집중적인 단일 메타버스 플랫폼이란 없다. 또 있어서도 안된다”면서 “많은 메타버스 플랫폼을 지원해야만 한다”고 잘라 말했다.

그는 특히 콘텐츠, 상거래, 애플리케이션의 견고한 생태계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게임의 메타버스는 강력한 콘텐츠 프랜차이즈에 커뮤니티와 개인들이 거주하는 곳이다”고 말하기도 했다. 

나델라는 여기에다 “모든 기기에서 접속할 수 있어야 한다”는 조건을 하나 더 붙였다.

이런 주장에는 큰 이견이 없다. ‘게임=메타버스’란 등식에는 동의하기 어렵지만 게임이 메타버스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할 것이란 점은 부인하기 힘들 것이기 때문이다.

액티비전 블리자드의 인기 게임인 콜 오브 듀티.

MS 게임 사업을 총괄하고 있는 필 스펜서는 이날 컨퍼런스콜에서 “모바일이 게임에서 가장 비중이 큰 분야다”고 덧붙였다.

결국 게임을 중심으로 한 MS의 메타버스 전략의 핵심은 콘텐츠와 커뮤니티, 그리고 플랫폼인 셈이다. 액티비전 블리자드는 이 중 콘텐츠와 커뮤니티 강화에 방점이 찍혀 있다고 봐도 크게 그르지는 않다.

이는 MS가 2020년 제니맥스 미디어를 75억 달러에 인수할 때부터 계속 견지해온 전략이다. 

베데스다 소프트웨어 모회사인 제니맥스 미디어는 ‘둠'을 비롯한 인기 게임 타이틀을 갖고 있다. 그 뿐 아니다. 제니맥스는 게임 개발 스튜디오도 8개 보유하고 있다. 덕분에 15개였던 MS의 개발 스튜디오 수는 23개로 늘어났다. 게임 콘텐츠 생산 능력을 대폭 확충할 수 있게 됐다. 

MS의 게임 전략은 최근 몇 년 사이에 ‘게임 패스’를 중심으로 한 구독 기반으로 점차 무게 중심을 옮겼다. 나델라는 아예 게임패스 전략을 ‘게임계의 넷플릭스’라고 부르기도 했다.

지난 해초 MS의 게임패스 구독자는 1천800만명 수준이었다. 그런데 이날 액티비전 블리자드 인수를 발표하면서 “게임패스 구독자가 2천500만명이다”고 밝혔다.

MS는 액티비전을 인수하면서 ‘월드오브 워크래프트’ ‘콜 오브 듀티’ ‘오버워치’ 등 인기 게임 타이틀을 대거 손에 넣게 됐다. 게임 메타버스 전략의 핵심축인 콘텐츠를 대폭 보강하는 효과를 얻은 셈이다.

액티비전 블리자드는 커뮤니티 측면에서도 큰 힘이 된다. 현재 블리자드의 월간 활성 이용자는 4억 명에 달한다. 전 세계 190개국에서 이용자가 분포돼 있다는 점 역시 시장 확장 측면에선 매력적이다.

MS는 배포 플랫폼 측면에선 강점을 갖고 있다. 따라서 이 세가지를 유기적으로 결합한다는 것이 블리자드 인수를 통해 MS가 그리고 있는 게임 메타버스의 큰 그림이다.

필 스펜서는 게임에서 모바일이 중요한 부분이라고 언급했다. 이를 뒷받침하듯 MS는 블리자드 인수를 계기로 ‘클라우드 게임’이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렇게 따져보면 사티아 나델라가 그리고 있는 메타버스 전략의 큰 그림은 대충 보인다.

■ 구독형 서비스, '오픈 플랫폼' 지향하는 메타버스와 어울릴까 

하지만 이런 전략엔 여전히 궁금증이 남는다. 그 부분은 미국 IT 전문매체 씨넷이 잘 지적했다.

메타버스라고 할 때 사람들은 기본적으로 ‘개방된 크로스 플랫폼’을 떠올린다. 중앙집중적인 단일한 플랫폼이 지배하는 세계는 아니지만, 원할 땐 다른 메타버스로 쉽게 옮길 수 있어야 한다는 의미다.

그런데 MS의 게임 전략은 기본적으로 ‘구독형 서비스’다. 게임패스 서비스에 가입해야만 이용할 수 있다. 결국 MS의 게임 메타버스로 놀러 오기 위해선 ‘입장료(월정 구독료)’를 지불해야만 한다는 의미다.

씨넷은 이런 부분을 지적하면서 “MS의 액티비전 블리자드 인수가 정말로 메타버스를 위한 것이냐”고 질문을 던졌다.

MS와 블리자드 모두 VR 헤드셋을 갖고 있지 못한 점 역시 ‘메타버스 퍼스트’를 주장하기엔 다소 허전한 부분이라고 씨넷이 비판했다.

사티아 나델라 마이크로소프트 CEO

이 부분에선 뉴욕타임스도 비슷한 분석을 했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메타버스는 가상현실(VR)과 디지털 세컨드 라이프란 두 가지 요소의 융합이다.

디지털 세컨드 라이프란 관점에서 볼 경우 액티비전 블리자드는 메타버스적인 요소를 갖고 있는 게임으로 꽤 이름을 날렸다. 플레이어들이 게임 내에서 수 백 시간을 보내면서 커뮤니티를 구축하고, 서로 소통하는 방식의 게임이 대부분이다.

가장 대표적인 것인 월드오브 워크래프트(WOW)다.

하지만 블리자드는 가상현실 분야에선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했다. 주로 PC와 콘솔게임 쪽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그런 점에선 MS도 크게 다르지 않다. 홀로렌즈와 엑스박스 등을 갖고 있긴 하지만 가상현실 게임 쪽은 허전한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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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논리를 토대로 뉴욕타임스는 “게임에 메타버스적인 요소가 존재하긴 하는가?”란 질문을 던졌다. 이 질문에 대해 뉴욕타임스는 “이미 게임 내에 메타버스가 일부 있긴 하지만, 초보적인 수준에 불과하다”고 분석했다.

아직 본격적인 메타버스에 도달하기 위해선 갈 길이 멀다는 지적인 셈이다.

김익현 미디어연구소장sini@zdne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