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고급 대형 세단 ‘제네시스 G90’이 완전변경(full change) 4세대로 돌아왔다.
‘대통령이 타는 자동차’라거나 ‘회장님 차’라고 불리는 차다. 최고의 쇼퍼드리븐(chauffer-driven) 차로 꼽힌다. 쇼퍼드리븐은 기사가 운전하고 차 주인은 뒷자리에 타는 차를 뜻한다.
신형 제네시스 G90은 오너드리븐(owner-driven) 욕심을 품게 한다고 평가된다. 차 주인이 직접 운전하고 싶을 만큼 운전석도 뒷자리 못지않게 잘 만들었다는 얘기다.
장재훈 현대자동차 사장은 지난 11일 경기 용인시에 있는 전시장 ‘제네시스 수지’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신형 제네시스 G90은 제네시스 브랜드의 또 다른 이정표로 기억될 것”이라며 “한국 최고급 차라는 자부심을 제네시스 G90에 담았다”고 밝혔다.
현대디자인센터장인 이상엽 현대차 부사장은 “중요 인사(VIP)만을 위한 차라는 한계를 넘어 VIP의 VVIP를 위한 오너드라이버로서의 격조까지 생각했다”고 말했다.
■ 세상 모든 신기술 갖춘 제네시스 G90
신형 제네시스 G90엔 첨단 기술이 모였다. 새로운 기술로 가장 좋은 주행 감각을 완성했다. 버튼 하나만 누르면 대부분 장치가 자동으로 작동한다.
문부터 자동이다. 문을 자동으로 여닫는 ‘이지 클로즈 시스템’이 들어갔다. 각각의 문짝에 버튼이 있다. 열린 문에 팔을 뻗지 않고도 문을 닫을 수 있게끔 좌석 사이 팔걸이에도 버튼이 있다. 사람이나 물건이 문에 끼지 않도록 문이 천천히 닫힌다. 문이 열릴 때도 천천히 움직여 ‘문콕’을 막는다. 비상 레버가 있어 비상시에는 문을 바로 열 수 있다.
의자도 자동이다. 가죽 시트가 4개 방향으로 움직이는 리클라이너다. 버튼을 눌러 등받이와 머리 받침대, 발 받침 각도를 자유롭게 조정할 수 있다. 조수석에 누군가 타지 않은 채 오른쪽 뒷자리에 앉으면 조수석이 앞으로 눕고 뒤에 붙은 발 받침이 내려온다. 여기에도 통풍·열선 기능이 있다. 안마 의자다. 운전하면서, 뒷자리에 앉은 사람도 본인에게 맞는 마사지 모드를 고를 수 있다.
창문 커튼과 음향, 조명도 한 번 조작해 제어할 수 있다. 버튼을 누르면 실내에 향기까지 퍼진다. 차에 탄 사람 성향이나 감정에 맞게 4가지 모드에서 고르면 된다. 대형PM센터장인 윤성훈 현대차 전무는 “신형 제네시스 G90을 개발하면서 사용자 뇌파를 측정해 효과를 확인했다”고 전했다.
신형 제네시스 G90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걱정을 덜어주는 차라고 회사 측은 내세웠다. 사람 손이 닿는 조작부를 항균 소재로 만들었다. 뒷자리 가운데 수납 공간에 자외선 조명이 있어 소지품을 넣어 살균할 수 있다. 차 안에서는 공기 청정기가 돌아간다.
신형 제네시스 G90은 자율주행 시대를 대비하는 차다. 운전자가 스티어링 휠을 잡은 상태를 전류로 측정한다. 운전자 보조 시스템 수준을 높였다. 윤 전무는 “신규 멀티 챔버 에어서스펜션을 제네시스 G90에 적용했다”며 “주행 조건과 드라이브 모드에 맞게 안정적으로 선회하고 편안한 승차감을 느낄 수 있다”고 소개했다. 방향 지시등을 켜면 바깥 상황을 생중계하는 화면이 계기판에 나온다. 사이드미러가 사라질 때가 머지않았다.
차를 타고 있으면 조용하다. 윤 전무는 “차체를 튼튼하게 하고 차에 소음이 전해지는 경로를 분석했다”며 “능동형 소음 저감 기술 ‘액티브 로드 노이즈 컨트롤’로 감응 주파수 영역을 확대했다”고 설명했다.
소리를 즐길 수도 있다. 해외 유명 스피커 ‘뱅앤올룹슨(B&O)’이 23개 장착됐다. 윤 전무는 “세계에서 가장 좋은 공연장으로 치는 미국 보스턴심포니홀의 소리를 녹음해 제네시스 G90에 재현했다”며 “앞으로 더 많은 유명 공연장 음질을 선사할 것”이라고 안내했다.
■ 디자인, 동적인 우아함의 결정체
이 부사장은 “제네시스 G90 디자인을 한 마디로 하자면 제네시스 디자인이 추구한 동적인 우아함의 결정체”라며 “절제하면서도 소재와 섬세한 부분을 많이 고민했다”고 개발 과정을 돌아봤다.
두 개의 줄은 차를 얼핏 봐도 제네시스임을 알아채게 하는 디자인이다. 전조등이 그릴 양옆에서 시작하는 얇은 두 줄이다. 마이크로렌즈배열(MLA) 기술 덕에 알알이 반짝인다. 뒤쪽에도 트렁크를 따라 두 줄로 빛나는 리어램프가 있다.
실내 디자인이 추구하는 것은 편안함이다. 이 부사장은 “내부 공간이야말로 차와 사람이 서로 온도를 나누는 공간”이라며 “편안함을 기본으로 영감이 되는 공간을 만들려고 했다”고 강조했다.
송풍구는 제네시스 날개처럼 펼쳐졌다. 차세대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으로 ‘커넥티드 카 통합 콕핏(CCIC)’이 내장됐다. 계기판과 디스플레이를 아우른다.
색상은 무광 2가지, 유광 10가지 총 12가지다. 흰색·은색·회색·검정에 녹색(한라산 그린), 파랑(카프리 블루), 금색(발렌시아 골드), 갈색(바릴로체 브라운) 등으로 다양하다.
■ 제네시스 G90 매년 2만대 판매 목표
제네시스 G90 판매 가격은 세단 8천957만원, 롱휠베이스 1억6천557만원부터 시작한다.
제네시스는 G90 국내외 판매 목표를 매년 2만대로 잡았다. 한국과 북미·유럽·중국·중동·호주 등 세계 주요 시장에 선보인다. 계약 첫날 실적은 1만2천대다. 계약을 시작한 지난달 17일부터 이달 12일까지 1만8천대 이상 계약됐다. 이달 안에 소비자에게 인도하기 시작한다.
장 사장은 “국내외에서 초대형 세단 수요가 연간 23만대로 주춤하다”면서도 “제네시스 G90 국내외 시장 점유율은 지난해 3.1%에서 내년 8.6%로 3배 성장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제네시스 G90이 전기차·수소차 같은 친환경차로 나올 가능성은 작다. 장 사장은 “제네시스 G90 전동화 계획은 없다”며 “초대형 세단을 전동화하기 쉽지 않아 다른 최고급 차를 갖고 전동화 계획을 세울 것”이라고 털어놨다. 수소연료전지를 포기한 것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수소전기차 경쟁력과 개발 목표를 높인 일정으로 조정하고 있다.
장 사장은 이어 “도심항공모빌리티(UAM)까지 검토 중”이라며 “2028년 이후에는 친환경차뿐만 아니라 2차원(2D)에서 3차원(3D)으로 이어지는 게 고급차가 나아갈 방향이고 제네시스가 다른 회사와 차별화되는 점”이라고 덧붙였다.
제네시스는 지난해 국내외에서 20만대 넘게 팔렸다. 고급차 시장 10위권에 들었다. 국내에서는 2년 연속 가장 많이 팔린 고급차다. 새해 21만5천~22만대 팔릴 것으로 회사 측은 내다봤다.
장 사장은 “세단에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을 더하자 제네시스 판매량이 2020년 13만대에서 지난해 20만대를 돌파했다”며 “일본 혼다 어큐라나 인피니티를 초월했다고 생각한다”고 자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