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영준 카카오 대표 내정자 사퇴…새 리더십 언제 완성될까

카카오페이 주식 매각 먹튀 논란 영향...노조 "카카오 도덕적 해이"

인터넷입력 :2022/01/10 14:53    수정: 2022/01/10 18:41

안희정, 김성현 기자

류영준 카카오페이 대표가 카카오 대표에 내정된 지 얼마 되지 않아 자진해서 사퇴했다. 카카오페이가 상장한 후 주식을 대량 매도하면서 논란이 일고, 노조 등 직원들이 대표 내정 철회를 요구하면서 대표직을 이어나가기에 부담이 컸을 것으로 보인다. 

10일 카카오는 류영준 카카오 차기 대표 내정자가 자진 사퇴 의사를 밝혔다고 공시했다.

카카오 측은 "최근 크루들이 다양한 채널로 주신 의견들을 종합적으로 숙고해 이 결정을 받아들이기로 했다"며 "앞으로 주주 가치 제고와 임직원의 신뢰 회복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했다.

카카오페이 류영준 대표.(사진=카카오페이)

류영준 카카오페이 대표의 거취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카카오는 새로운 리더십에 대한 내부 논의와 절차를 거쳐 차기 대표가 확정되는 대로 추후 재공시하겠다고 밝혔다.

류영준 카카오페이 대표는 지난해 11월 25일 조수용 대표가 연임 의사를 밝히지 않으면서 여민수 대표와 함께 차기 공동대표로 내정됐다.

류 대표는 2011년 카카오에 개발자로 입사해 보이스톡 개발을 주도했고, 간편결제 서비스인 카카오페이를 시장에 안착시키는 데 기여했다. 또한 최근 카카오페이의 IPO를 성공시키며 카카오 글로벌 도약을 위한 적임자로 평가됐다.

그러나 지난 12월 류영준 대표 등 카카오페이 경영진들이 부여받은 스톡옵션을 매각해 큰 논란이 일었다. 상장 한 달 만에 일어난 일이라 모럴 해저드(도덕적 해이) 비판에도 휩싸였다. 

주주들과 직원들의 질타가 거세지면서 신임 경영진들이 지난 4일 간담회를 열어 논란을 잠재우기 위해 임기 기간까지 주식을 매각하지 않겠다는 계획도 분명히 했다.

그러나 카카오 노조(민주노총 화학섬유식품산업 노동조합 카카오지회)가 대표 내정 철회를 요구하고 나섰고, 첫 쟁의 행위도 불사하겠다고 강조했다.

노조는 카카오 주요 주주인 국민연금공단에 스튜어드십 코드를 발동해 주주총회에서 류 대표 선임 안건에 반대표결을 해달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김범수 의장 등 이사회가 류 대표의 사퇴를 바로 받아들이면서 현 상황을 엄중하게 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새로운 리더십이 제대로 출범하기도 전에 잡음이 생기는 것에 대해 이사회도 책임을 피할 수 없기 때문이다. 

카카오 노조 서승욱 지회장은 “류영준 내정자 자진사퇴는 당연한 결정"이라면서 "블록딜 사태가 계속 문제 되고 있었지만 선임을 강행해온 지난 과정들은 결국 카카오가 ESG 모라토리엄을 선언한 셈"이라고 말했다. 

또 “계열사를 관장하는 컨트롤타워가 본사에 있지만 작동하지 않았다"며 "지난 한 달간을 뒤돌아보면 위기대응에 실패했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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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조는 향후 유사 사례를 방지하고자 ▲상장 시 일정 기간 임원진 매도 제한 규정 신설 ▲선량한 관리자 주의 의무 강화를 위한 내부 점검 프로세스 강화 등 예방 대책 수립을 회사에 요구할 계획이다.

카카오 노조 관계자는 “이번 사태 외에도 카카오 노동자 차원에서 여러 교섭을 진행하고 있다”며 “원만한 협상안이 도출하면서, 상호 신뢰 기반의 수평적 소통을 통해 문제를 해결해나가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