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국내 플랫폼 업계에는 깜짝 ‘빅딜’ 소식이 유독 많았습니다.
그만큼 국내 기술력과 비즈니스 모델, 성장성을 인정받는 기업들이 많았고, 여기에 많은 관심과 돈이 몰렸다는 뜻입니다.
스타트업 데이터 전문업체 더브이씨에 따르면 올해 10월말까지 외국계 벤처캐피탈들은 국내 147개 스타트업에 총 4조9천561억원을 투자했습니다. 지난해 연간 투자액 8천718억원보다 5.7배가량 증가한 금액입니다.
한해가 마무리되는 지금, 올해 플랫폼 업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부러움을 산 빅딜 소식들을 정리해봤습니다.
■ 국내선 '듣보잡'·해외선 '대박' 반전신화 ‘하이퍼커넥트’ 2조원에 팔리다
먼저 올해 2월 글로벌 시장에서 더 잘 알려진 하이퍼커넥트가 2조원에 가까운 금액에 미국 소셜 데이팅 앱 회사인 틴더(매치그룹)에 매각된 소식이 화제였습니다. 미국 나스닥 상장사인 매치 그룹이 하이퍼커넥트 지분 100%를 17억2천500만 달러에 인수한 것입니다.
하이퍼커넥트는 상대적으로 국내에 덜 알려진 한국 스타트업으로, 2014년 설립된 회사입니다. 영상 소셜네트워크 서비스인 ‘아자르’로 230개 국가에서 5.5억건 이상의 다운로드를 기록할 만큼 성공한 서비스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두 회사는 데이팅 앱으로 잘 알려진 틴더와, 실시간 영상 SNS인 아자르를 통해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는 글로벌 소셜 앱으로 더 빠르고 강하게 성장한다는 방침입니다.
하이퍼커넥트의 매각은 한국의 서비스와 기술력이 미국 상장 기업에 높은 금액으로 인수된 성공적인 엑시트(투자회수) 사례로 기록됐습니다.
■ “야, 놀자!” 외치다 손정의 패밀리 된 ‘야놀자’
봄이 막 오기 전 하이퍼커넥트가 업계를 놀라게 했다면, 올 여름 플랫폼 업계의 부러움을 한 몸에 받은 기업은 설립 16년 된 야놀자입니다. 이 회사는 7월 소프트뱅크 비전펀드2로부터 총 2조원 규모의 투자를 유치하며, 투자의 귀재로 알려진 손정의 패밀리에 합류하게 됐습니다. 야놀자는 AI 기술 기반의 자동화 솔루션, 빅데이터를 통한 개인화 서비스 등을 고도화 해 글로벌 여행 플랫폼으로 더욱 입지를 다진다는 청사진을 제시했습니다.
모텔 중심의 숙박앱에서 여가 플랫폼으로 진화를 꾀한 야놀자는 다양한 숙박 시설 연결과 놀이, 음식 등의 사업과 서비스를 추가하며 빠르게 성장해온 기업입니다. 유니콘 기업(기업가치 1조원)을 넘어 데카콘(기업가치 10조원)으로 평가 받는 야놀자는 연간 3천조원 규모의 글로벌 여행, 호스피탈리티(접객) 시장을 공략해 나갈 예정입니다. 이를 위해 최근에는 인터파크 여행·항공·공연·쇼핑 등 사업 부문에 대한 지분 70%를 2천940억원에 인수하는 등 더욱 공격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습니다.
늘 초심을 잃지 않으려는 이수진 창업가의 끊임없는 도전 정신과, 김종윤 클라우드 부문 대표의 성장을 향한 혁신 엔진 덕분에 야놀자는 올해 글로벌 기업에 한 걸음 더 다가서게 됐습니다.
■ 이커머스 형님 지마켓·옥션, 신세계 만나다
국내 이커머스 업계에 네이버와 쿠팡이라는 두 거대 전함이 들어와 영향력을 넓히자 위기를 느낀 이베이는 지마켓과 옥션을 매물로 내놨습니다. 과연 누가 국내 이커머스의 정통 강자인 지마켓과 옥션을 품을까 관심이 높았었는데요, 결국 신세계그룹 이마트가 손을 내밀었습니다.
이마트는 올 가을 이베이코리아 유한책임회사인 아폴로코리아 지분 80.1%를 3조5천591억원에 사들였습니다. 이마트와 SSG닷컴은 이베이코리아 인수로 네이버에 이어 국내 이커머스 시장 점유율 2위로 올라서게 됐습니다.
신세계그룹은 이베이코리아 인수로 국내 1위 유통 사업자가 되겠다는 목표를 제시, 그 동안 온라인에서 약했던 사업을 지마켓과 옥션이라는 든든한 두 ‘형님’들로 보완할 수 있게 됐습니다. 특히 오프라인 유통에서만큼은 강자인 신세계의 물류 인프라 등을 바탕으로 더욱 경쟁력을 끌어올린다는 방침인데요, 네이버와 쿠팡 역시 강력한 물류 인프라와 폭넓은 이용자를 기반으로 빠르게 성장하고 있어 내년 국내 이커머스 경쟁은 더욱 거세질 것으로 전망됩니다.
■ 독일 회사에서 한국 회사 된 원조 토종 기업 ‘요기요’
배달음식 중개 업계에서는 요기요의 매각이 가장 ‘뜨거운 감자’였습니다. 지난 8월 GS리테일이 사모펀드인 어퍼너티에쿼티파트너스, 퍼미라와 공동으로 컨소시엄을 구성해 요기요 운영사인 딜리버리히어로코리아 지분 100%를 8천억원에 인수한 것입니다. GS리테일은 이중 30% 지분을 2천400억원에 사들였습니다.
요기요는 독일 모회사 딜리버리히어로가 국내 1위 배달앱 업체인 우아한형제들(배달의민족)을 인수하기로 결정하면서 얼떨결에 매각된 경우입니다. 시장 독과점을 우려한 공정거래위원회가 기업결합 승인 조건으로 요기요 매각 조치 결정을 내렸기 때문입니다.
배경이야 어찌됐든 요기요는 사명을 ‘위대한상상’으로 바꾸고 새 주인인 GS리테일과 협업하는 구조로 국내 배달앱 시장에서 더 박 터지는 경쟁을 벌이게 됐습니다. 쿠팡이츠가 쏘아 올린 ‘단건배달’ 경쟁으로 1위 사업자인 배달의민족이 출혈을 감수하며 대규모 전쟁을 벌이는 가운데, 요기요 역시 빠른 배달과 구독형 할인 멤버십 서비스(요기패스)로 맞불을 높은 상태입니다. 나아가 GS리테일이 보유한 편의점 등 물류 거점을 활용한 서비스 등이 기대되는 상황입니다.
아울러 요기요는 대규모 개발자 채용 등 기술 개발에도 한껏 힘을 주고 있어 겉으로는 잘 보이지 않지만 내실 있는 경쟁력을 더욱 높여갈 것으로 예상됩니다.
■ 지금은 '폭풍전야'..."내년을 기대하시라"
이 외에도 마켓컬리(4천750억), 뤼이드(2천억원), 당근마켓(1천800억원) 등도 올해 대규모 투자금을 유치하며 시장의 주목을 받았습니다.
올해 업계를 들썩이게 한 빅딜 소식은 내년부터 시장에서 그 결과가 가시화될 것으로 전망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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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둑한 실탄을 장전한 야놀자는 벌써부터 시장에서 경쟁력 있는 관련 기업들을 사들여 경쟁력을 높이고 있고, 이마트와 GS리테일은 각각 지마켓과 요기요 등과의 시너지를 내기 위한 협업 사업 모델을 구상하며 전열을 가다듬고 있습니다.
단순히 “큰 돈을 받아 성공했다”로 끝나는 것이 아닌, 치열한 시장 경쟁 환경에 따른 전략적 투자와 인수합병이 많았던 만큼 내년 국내 플랫폼 시장에는 큰 변화가 예상됩니다. 지금은 ‘폭풍전야’ 혹은 ‘태풍의 눈’에 놓인 상황과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