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스마트폰과 TV·가전 등 세트(SET)를 통합한 DX 사업부문 내 '중국사업혁신팀'을 신설하며 재도약에 나선 가운데, 현지 스마트폰 시장에서 0%대 점유율의 굴욕에서 벗어날 수 있을지 주목되고 있다. 과거에도 최고 경영진이 "중국은 절대 포기할 수 없는 시장"이라고 언급하면서 현지 시장 책임자 교체 등 쇄신 작업을 벌였지만 큰 소득은 없었던 터라 삼성의 행보가 더욱 이목을 끈다.
업계 전문가들은 삼성전자가 스마트폰 판매량을 무작정 늘리는것 보다 플래그십 스마트폰을 중심으로 ‘팬덤’ 효과를 확보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조언하고 있다.
최근 삼성전자는 조직개편을 통해 한종희 DX부문장(부회장) 직속으로 '중국사업혁신팀'을 만들었다. DX 사업 부문 아래에는 영상 디스플레이(VD), 생활가전, 의료기기, MX(전 무선사업부), 네트워크 등 5개 사업부로 구성돼 있다. 중국은 삼성전자의 전체 매출 중 약 30%를 차지하는 중요한 시장인데, 그 동안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등 부품사업이 매출을 이끌어 왔다.

이번에 신설된 중국사업혁신팀은 중국 내 사업 혁신과 기획 업무, 신사업 발굴 등을 담당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중국 사업 전반에 걸쳐 '대수술'을 집도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특히 스마트폰 사업을 재정비하겠다는 목표가 크다.
전세계 스마트폰 시장에서 1위인 삼성전자는 중국에서만 유독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에 따르면 중국 스마트폰 시장에서 삼성전자는 2013∼2014년까지 20% 이상의 점유율을 차지했지만 2014년 4분기에 8%로 급락했고, 2019년부터 1% 밑으로 떨어졌다. 샤오미, 오포, 비보, 화웨이 등 중국 제조사들에 밀린 결과다.
중국 업체들은 2010년대 중반부터 중저가 스마트폰을 주력으로 공급하며 빠르게 성장해 왔다. 또 2016년 사드(THAAD) 배치 논란과 중국인들이 애국 소비 성향이 강한 점도 한몫 했다. 올해 3분기 기준으로 중국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은 비보(23%), 오포(20%), 아너(15%), 샤오미(14%), 애플(13%) 순으로 집계됐다.

■ 판매량 늘리는 것 보다 플래그십 스마트폰으로 '팬덤 확보' 중요
업계 전문가들은 현실적으로 삼성전자가 중국 내에서 점유율을 이전 수준으로 회복하는 것이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다. 삼성 입장에서도 중국 내 점유율 회복이 전략적 우선순위가 아닐 가능성이 높다는 의견이다. 그러나 폴더블폰과 같이 독자적인 차별성을 가지고 플래그십 스마트폰에 주력한다면 중국에서 일정 수준의 점유율을 회복할 가능성이 있다는 조언이다.
강민수 카운터포인트리서치 연구원은 "중국에서 상위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는 스마트폰 브랜드들은 각각의 세그먼트에서 강점을 가지고 있고, 이런 강점을 유지할 경쟁력이 충분히 있는 기업들이다"며 "삼성 스마트폰이 줄 수 있는 독보적인 장점이 없다면 쉽게 순위 교체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강 연구원은 이어 "특히 중저가 스마트폰 영역은 중국의 독특한 앱·서비스 생태계로 구축돼 있기 때문에 삼성전자가 로컬 업체 대비 우수한 차별성을 추구하기 힘들 것"이라며 "삼성이 취할 수 있는 가장 좋은 전략은 플래그십 영역에서 타 안드로이드 경쟁자와 명백한 차별점을 제공해 점유율을 높여가는 것"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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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대순 글로벌전략정책연구원 대표이사는 "중국은 점차 도시화가 되고 있고 중상층 인구가 증대되면서 플래그십 제품 수요가 늘어나고 있다"며 "애플이 지난 10월 중국 스마트폰 시장에서 점유율 22%로 비보를 제치고 1위를 기록한 사례는 여러가지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설명했다. 이어 "삼성전자도 중저가 시장 보다는 플래그십 시장을 공략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중국 내에서 고객수를 늘리는 것보다 팬덤을 늘리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홍 대표는 또 "삼성전자가 이번 조직개편에서 DX부문, MX사업부로 명칭을 바꿔 '소비자 경험'을 강화하고, 중국 시장을 재공략한다는 것은 긍정적인 움직임으로 보여진다"며 "전세계 스마트폰 1위인 삼성전자가 중국 시장을 유의미하게 확보한다면, 글로벌 시장에서 격차를 더 벌리고 재도약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