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질의 소프트웨어(SW) 인재를 길러내는 교육과정을 구축하기 위해, 고등학교 교육과정에서 사실상 배제돼 있는 SW 교육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SW정책연구소(SPRi)는 미국의 정보 교육 현황과 국내 현황을 비교 분석해 이같이 지적한 '지속 가능한 초·중등 정보(SW·AI) 교육을 위한 정책 진단' 보고서를 지난 14일 공개했다.
국내 정보 교육 정책을 살펴보면, 초·중등 교육과정에 각각 17시간, 34시간을 필수로 배분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고등학교는 선택과목으로 존재하며, 대학 입학 과정과 연계되는 제도는 없는 상황이다. 이는 지난달 말 교육부가 발표한 '2022 개정 교육과정'에서도 마찬가지다.
보고서는 이 점을 문제 삼았다. 디지털 대전환 시대에 맞는 역량을 갖춘 인재 양성을 위해서는 교육 과정에서 SW를 비롯한 ICT 교육을 체계적으로 실시해야 하나, 수업 시수가 매우 부족할 뿐 아니라 고등학교에 진학한 뒤에는 대학 입학과 관계가 없어 학생들에게 외면받고 있다는 진단이다.
미국은 고등학교 졸업 요건과 대학 입학 요건에 SW 교육을 지속적으로 강화하고 있다. 공립 고등학교 기준 51%가 컴퓨터과학 관련 기초 교육과정을 운영하고 있으며, 이런 학교들은 학생에게 학기당 프로그래밍 교육을 최소 20시간 이상 실시하고 있다. 사우스캐롤라이나, 아칸소주, 네바다주는 컴퓨터과학을 고등학교 필수 졸업 요건으로 채택했다. 대학 입학 요건으로 컴퓨터과학 수업 이수를 둘 수 있게 한 곳도 21개주에 이른다.
고등학교 교육과정 내 SW 교육과정이 사실상 부재하다 보니 이공계 대학생의 학업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는 분석이다. 보고서는 "우리나라 이공계 대학교 전공 대부분이 정보 과목의 선이수가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며 "정보 교과 이수 여부는 대학 전공과목 이수 과정에 많은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고등학교 교육과정에 기초·공통교과로서 SW 교육을 이수하게 하고, 대학 입학 제도에 정보 과목을 연계 또는 포함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봤다.
교육 확대를 뒷받침하기 위한 교사 수급 필요성도 강조했다. SW 교육은 빠르게 내용이 변화하기 때문에 교사 교육 프로그램과 교원양성대학 지원 방안이 확대돼야 함에도 그렇지 못하다고 분석했다. 예비 교사를 대상으로 SW 교육 역량 향상을 돕는 사업 'SWEET'을 언급했다. SWEET은 지난 2018년부터 운영되다가 올해부터는 인공지능(AI) 교육 강화 지원 사업으로 변화했다. 이에 따라 교육대학 2개교, 사범대학 컴퓨터교육학과 설치 대학 2개교, 미설치 대학 2개교만으로 축소 운영됐다고 보고서는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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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가 발표한 '2022 개정 교육과정'에 융합선택을 포함한 다양한 고등학교 선택과목이 개설됨에 따라, 교과 간 융합 역량을 길러주는 교육 프로그램도 확대돼야 한다는 의견도 내놨다.
보고서는 전문 역량을 갖춘 초·중등 정보교사 확충을 비롯해, 오는 2025년 전면 시행될 고교학점제를 앞두고 양질의 교원 수급을 위해 교외 전문가의 교원 채용 여부에 대한 의견수렴 과정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