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시 호출·카셰어링 등의 서비스로 몸집을 키운 국내 모빌리티 플랫폼이 주차 사업에 뛰어들며 포트폴리오를 확장하고 있다. 주차 서비스를 넘어, 전 운송 수단을 한데 모은 '서비스형모빌리티(MaaS) 종합 플랫폼'으로 도약하기 위한 준비 작업에 착수한 것으로 관측된다.
1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카카오모빌리티는 최근 주차장 운영업체 GS파크24 지분 100%를 650억원에 인수했다. GS파크24는 브랜드 주차장과 24시간 연중무휴 무인주차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 카카오모빌리티는 이달 초 GS리테일로부터 650억원 투자 유치에 성공하기도 했다.
쏘카도 비슷한 행보다. 쏘카는 온라인 주차 플랫폼 ‘모두의주차장’을 운영하는 모두컴퍼니 주식 전량을 사들였다. 모두의주차장은 주차장 정보 안내, 주차제휴, 스마트파킹 등 서비스를 2013년부터 제공해왔다. 현재 전국 6만개 주차장 정보와 공유주차장 1만8천면, 제휴주차장 1천800곳가량을 각각 서비스하고 있다.
"주차 사업 역량 강화 넘어 주차난 해소에도 기여"
양사의 이번 인수 움직임은 먼저, 주차 사업 역량을 강화해 시스템을 체계화하면서 도심 속 주차난을 해소하겠단 의지로 읽힌다.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가 조사한 결과, 주차 공간 확보에 실패한 운전자의 불법 주정차로 발생한 사회·경제적비용은 연간 5조원에 육박한 것으로 집계됐다.
카카오모빌리티는 카카오T 앱을 통해 실시간으로 주차장 ▲길안내 ▲입·출차 ▲요금할인·결제 등 서비스를 2017년부터 제공하고 있다. 지난해 비제휴 주차장 탐색 기능을 추가하고 코엑스, 에버랜드 등에 카카오T 주차 시스템을 도입하며 주차 문제를 해결하고자 힘써왔다.
‘카카오모빌리티 리포트 2021’에 따르면 기존 동문 입구에 집중된 코엑스 방문자 점유율은 카카오T 주차장 출입구 안내 기능을 통해 100%에서 42%로 감소했다. 또, 만차 예측 기능으로 코엑스 방문 차량 10대 중 3대가 혼잡을 피해 인근 주차장으로 자리를 옮겨 교통량을 분산하는 데 일조했다.
회사는 전국 직영 32개, 제휴 1천600개 주차장을 확보한 상태다. 여기에 600곳을 웃도는 GS파크24 직영 주차장을 곁들여, 주차난 해결을 위한 데이터를 확장할 수 있을 것으로 점쳐진다. 업계 관계자는 “GS파크24 인수로 직영 주차장이 많아지면서, 주차 관제 등 관리 시스템이 더 체계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쏘카 품에 안긴 모두의주차장의 경우 서울·경기·부산 등 지방자치단체와 주차공유사업을 공동으로 진행하고, 한국공항공사 등 15개 공공기관과 주차장 실시간 데이터 개방 업무 협약을 체결하는 등 주차 문제 해결에 앞장서 왔다. 사용하지 않는 시간대 주차 공간을 타인에게 양도하는 등 주차공유 체계를 마련해온 것.
박재욱 쏘카 대표는 최근 10주년 기자간담회에서 “도시 속 수많은 차량으로 인해 교통체증과 주차난을 겪고 있다”며 “(쏘카 카셰어링으로) 도시 전체 차량을 줄이고 운행 효율성을 높인다면, 주차 문제 등을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쏘카와 모두의주차장이 주차난 해소에 있어, 결을 같이한다는 의미다.
쏘카 인수 후에도, 모두컴퍼니는 현 김동현 대표 독립경영 체제를 이어간다. 김 대표는 “모두의주차장은 지난 9년 동안 주차공유를 통해 주차난 해소를 위해 노력해왔다”면서 카셰어링과 주차 서비스를 결합해 공유 중심의 모빌리티 산업을 확대하는 데 힘을 주겠다고 설명했다.
주차 공간 확보 → 자율주행·전기차 인프라 구축
종합 모빌리티 플랫폼으로 발돋움하기 위한 초석을 다진 것으로도 해석된다. 카카오모빌리티는 GS리테일에서 자금 조달 당시 친환경 전기자동차(EV) 기반 라스트마일 물류 거점을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카카오모빌리티의 자율주행 기술을 GS가 구축한 인프라에 접목해 미래 모빌리티 산업을 앞당기겠단 방향이다.
카카오모빌리티는 MaaS 운영 경험과 자율주행 기술, 공간정보·지도 기술 등 연구개발(R&D), 상용화를 위해 글로벌 도심항공교통(UAM) 기체 제조사 볼로콥터와 지난달 업무협약을 맺었다. 이와 함께 고정밀 지도 기술 업체 스트리스를 인수하는 등 종합 모빌리티 플랫폼으로 나아가기 위한 기술 근간을 마련하는 데 무게를 두고 있다.
GS파크24를 테스트베드(시험대) 삼아, 자율주행과 EV 기술 극대화를 일궈내겠단 방침이다. 이창민 카카오모빌리티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주차장은 이동의 시작과 끝이 이뤄지는 도심 이동의 핵심 인프라"라면서 "기술에 대한 끊임없는 투자, 신산업 협업 확대 등으로 주차 산업뿐 아니라 여러 산업이 함께 발전할 토대를 닦을 것"이라고 했다.
쏘카는 출범 후 10년 동안 누적 데이터를 기반으로, ‘스트리밍 모빌리티’를 구현하겠다고 근래 밝혔다. 스트리밍 모빌리티는 차량을 소유하지 않아도, 이용자 필요와 취향에 맞게 언제 어디서든 차량을 받는 이동 서비스다. 카셰어링 외 여러 이동 수단과 기술을 합해 이용자 경험 폭을 넓히는 종합 모빌리티 플랫폼 형태다.
관련기사
- 쏘카, ‘모두의주차장’ 인수…카셰어링과 시너지 낸다2021.12.10
- 박재욱 쏘카 "10년 노하우로 '스트리밍 모빌리티' 구현"2021.12.09
- 카카오모빌리티, 주차장 운영 'GS파크24' 650억원에 인수2021.12.08
- 카카오모빌리티, '렌터카' 중개 서비스 연내 시작2021.12.06
쏘카 고객은 스트리밍 모빌리티에서 이동 중 자유롭게 음식을 주문하고, 자율주행으로 원하는 시간에 차량을 대여한다. 비행기, 기차에 탑승하기 전 쏘카 차량 내에서 좌석을 예매할 수도 있다. 스트리밍 모빌리티를 선보이고자, 쏘카는 내년 ‘슈퍼앱’을 출시하기로 했다.
모두의주차장 인수는 슈퍼앱 출시에 앞서, 자율주행과 EV를 중심으로 가동될 스트리밍 모빌리티를 위한 공간 확보와 기술 인프라를 사전에 구비해놓겠단 전략이다. 박재욱 대표는 “슈퍼앱으로 진화할 쏘카는 스트리밍 모빌리티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앞으로도 많은 기업들과 협력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