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싸고 다 똑같은 장례, '고이'가 바꾼다"

송슬옹 대표 "마케팅 우선 아닌 믿을 수 있는 장례 브랜드 만들고파"

인터넷입력 :2021/12/13 18:13    수정: 2021/12/15 09:19

산다는 건 축복이다. 그래서 고귀한 삶이란 표현을 왕왕 쓴다. 삶에 대치되는 단어가 있다. 죽음이다. 삶이 없어지는 현상이다. 단, 삶만큼 죽음을 의미 있게 새기는 사람은 드물다. 이런 죽음의 가치에 관해, 아울러 장례 문화가 변해야 한다는 고민에서 출발한 스타트업이 있다. 

최근 카카오벤처스로부터 투자 유치에 성공한 장례 플랫폼 고이다. 

지디넷코리아는 지난달 24일 송슬옹(28) 고이 대표를 서울 관악구 '창업 HERO-RO 5'에서 만났다. 송 대표는 어린 시절 부모님이 꽃집을 운영해 장례식장을 두루 방문했다. 당시 근조화환을 배달하며, 송 대표는 ‘왜 모든 장례는 천편일률적으로 진행될까’ 생각했다.

근조화환 배달부터 장례 지도사까지

송슬옹 고이 대표.

송 대표는 죽음의 가치는 고인마다 다른데, 똑같은 절차가 반복한 데 대해 변화를 주고 싶었다. 대학교 입학 후 이 문제에 골몰했다. 고인의 삶이 꾸준히 기억되길 바랐다. 낮엔 학교를, 밤엔 학원에 다니며 장례 지도사 자격증을 취득했다.

송 대표는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했다. 소위 돈 잘 버는 회사에 적을 둔 적도 있다. 그러나 답답했다. 유의미한 일을 하고 싶었다. 살아온 삶을 복기했다. 곧 스타트업 두 곳에 몸을 담아 창업 현장을 경험했다.

“장례 지도사 자격증을 따고 장례식장과 상조 회사에서 아르바이트했어요. 시장 흐름을 살폈죠. 문제가 '정말' 많았습니다. 곧장 바로잡아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장례 문화와 상조 사업 모두 개선이 필요하다고 봤습니다. 고이를 설립한 이유입니다.”

국내 상조 산업, 서비스보단 '고객 유치' 싸움

송 대표는 현 상조 시장 내 가장 큰 문제를 선수금 운용 중심 사업으로 꼽았다. 국내 70곳 이상 상조 회사는 선불식 할부 거래사업자로 분류된다. 최대 5천억원 규모 선수금을 기반으로 운영된다. 대부분 상조 회사는 이자 수익을 통해 사업을 영위하며, 영업 손실을 보전하고 있다.

또 영업과 외주 등 오프라인 채널을 통해 고객을 확보한다. 모객 시스템이 TV, 키워드 검색 광고 위주라 고비용이 투입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장례 서비스는 재구매 비율이 낮다. 예비 상주는 정보에 있어 열위 하다. 공급자가 고객을 위한 서비스 품질 향상보다, 고객 머릿수를 채우기 위해 힘을 주고 있어서다.

송 대표는 고객 중심의 장례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힘을 주겠다고 강조했다.

송 대표는 서비스 차별화가 아니라, 마케팅으로 승부가 갈리는 산업 특징부터 뜯어고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장례 서비스 이용 빈도는 극히 낮은데, 공급자의 고객당 매출이 굉장히 높았어요. 서비스 제고보단 마케팅 등 외적 요소에 투자하고 있던 거죠. 고객 후기 등 평판 조회 체계도 갖추지 못한 상태입니다. 이용자가 만족할 만한 서비스가 나올 수 없는 체제죠.”

"맞춤형 장례 서비스 제공"

고이가 추구하는 방향은 간명하다. 고객 맞춤형 장례 견적 서비스를 제공하고, 낮은 비용으로도 고객이 만족할 수 있게끔 장례 절차를 안내하는 것이다. 먼저 고이 플랫폼 온라인 상담을 통해 장례 방식과 조문객 숫자, 고객이 원하는 장례식장 형태를 파악한다.

이어 예비 상주와 장례 지도사를 연결해준다. 현재 장례 지도사는 상담과 현장 장례 지도, 그리고 사망 신고와 행정 처리 등을 법무사와 연결해주는 사후 관리까지 맡고 있다. 고이는 장례 지도사가 본업인 장례 지도에만 열중할 수 있게 상담과 행정 문제 등 절차를 데이터로 구축해 업무 효율성을 높인다는 방침이다.

고이는 자체 데이터베이스를 활용해 양질의 장례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목표다.

"믿을 수 있는 장례 브랜드를 만들고 싶어요. 웹·모바일 환경에 익숙한 젊은 세대들이 쉽게 정보를 얻고, 합리적인 가격으로 장례 서비스받도록 하는 거죠. 데이터를 바탕으로 운용되기 때문에 정보 비대칭성은 사라지게 됩니다. 장례 지도사 후기와 평점 제도, 평판 조회 시스템을 더해 이용자가 고이를 믿고 이용할 수 있도록 할 겁니다."

"고이, 바람직한 장례 문화 조성 위한 '구심점' 될 것"

고이는 14일 웹에서 정식 출시된다. 자체 데이터베이스를 활용해 양질의 장례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목표다. 앱 출시는 내년 하반기. 모바일 서비스는 소비자보다 장례 지도사용으로 선보일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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견적 산출이 불가능한 노동집약적인 영업 위주의 데이터에서 벗어나, 고객 중심의 정확하고 빠른 장례 서비스를 전달한다는 게 송 대표 지향점이다. 그는 고객이 필요한 서비스를 지속해서 발굴하면서 장례 문화에 혁신을 주고자, 끊임없이 달려 나가겠다고 했다. 

"플랫폼 핵심은 밸류체인 통합이라고 생각합니다. 장례 절차, 장례 지도사 업무, 관이나 장지, 유골함 선택 등. 이 모두를 한데 모은 게 플랫폼이죠. 결국 고객들에게 초점을 맞춘 서비스입니다. 많은 이해 관계자와 협력해, 고이가 국내 바람직한 장례 문화에 있어 구심적 역할을 하도록 오늘도 바삐 움직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