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투자유치 전문가 양성 시급하다

기술혁신 허브 싱가포르 1위, 한국은 8위... 최전선 업무배치는 '전문가'여야

전문가 칼럼입력 :2021/12/11 17:31    수정: 2021/12/11 18:19

안도현 인천경제자유구역청 서비스산업유치과장
안도현인천경제자유구역청과장

파격적이다. 산업통상자원부의 외국인 직접투자(FDI) 전문가 양성과정을 두고 하는 말이다. 2005년 당시로서는 FDI 전문가라는 말조차 생소하던 시기였기에 더욱 그렇다.

5년간 100여명이다. 특화된 전문가 집단의 숫자로만 보면 결코 적은 수는 아니다. KDI와 고려대에 개설한 석사과정이지만 전문 교육과 어학과정, 법무법인과 컨설팅 기업 연수, 코트라와 지자체 업무 연수를 통한 전문과정은 실무교육 차원에서도 평가할 만하다.

더 주목할 만한 것은 이들 FDI 전문가의 활동이다. 코트라, 외교통상부, 경제자유구역청, 지자체, 컨설팅법인, 투자법인 등 다양한 분야가 주무대다. IPA(Investment Promotion Agency)에서 이케아, 월드뱅크, 프리미엄 아울렛, 프로로직스, 데카트롱 등 글로벌 기업을 유치한 것도 그들이다.

취지 이상이다. 당시 FDI 전문가 양성은 싱가포르 EDB(Economy Development Board)의 벤치마킹이다. 경쟁력 있는 전문가를 양성, 공공분야에 배치해 외국인 투자유치의 중장기적 시스템을 구축하자는 것이었다.

싱가포르의 EDB 시스템은 보다 장기적이다. 고교 졸업생을 대상으로 7개 주무관청에서 우수 인재를 선발, 대학과 대학원 과정의 경비와 등록금을 지원해 전문가로 양성한다. 대학원 과정은 특별하다. 미국, 일본, 유럽, 호주 등 선진국으로 유학을 보내 언어와 전문지식, 글로벌 마인드를 함양한다.

해외 전략기업은 007의 스파이처럼 인턴으로 근무할 수도 있다. 아예 전문 지식과 전문가 네트워크를 확보하기 위해 기업 내부 인력으로 근무할 수 있는 여건도 조성해 준다.

싱가포르에 귀국하면 전문가 공무원으로 근무한다. 투자유치 분야의 의무적 근무나 공무원의 의무 위반시엔 등록금 반환 등의 조치도 뒤따른다. 국가 투자에 대한 책임을 부여하는 것이다.

EDB를 비롯한 정부 기관들은 이들 전문가 집단을 관련분야 최전선에 배치한다. 필요하다면 정부 산하 공공서비스 위원회(PSC)가 나서서 취업을 알선하거나 경력관리도 정부 역할이다.

시스템의 우수성이다. 우리나라가 뒤쳐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IPA는 전문 역량이나 경력 차원에서도 전략적 타깃을 겨냥한 성과 측면에서 인재양성 시스템 측면의 구조적인 열세을 자인해야 한다.

미국계 컨설팅 회사인 아서디리틀(ADL) 싱가포르 지사의 이안 앤젤 매니저가 “사업 경험이 없는 이들 전문가 그룹이 단기간에 투자유치를 하기는 어렵다”면서도 “학창시절 쌓은 인맥을 수십년 동안 관리해야 투자유치가 가능하다”고 말한 것을 상기해야 할 것이다.

실제로 우리나라 업무 현장에서 종종 그런 상황을 목도한다. 기업과 산업에 대한 이해가 없이 투자 유치를 하는 바람에 성사될 일도 그르친다는 얘기다.

환경은 경쟁력으로도 이어진다. 전문 인력 얘기다. 글로벌 컨설팅 업체 KPMG는 지난해 3월 ‘2020 글로벌 기술산업 혁신 조사’에서 향후 4년간 기술혁신 허브를 이끌 글로벌 10대 도시에 싱가포르를 1위 도시로 선정했다. 우리나라는 8위에 턱걸이 했다.

우리나라의 경제는 어떤가. 지난해 GDP 세계 순위 10위에 오른 강국이다. 유엔 무역 개발회의(UNCTAD) 설립 57년 만에 처음으로 개도국에서 선진국으로도 올라섰다. 이제는 지속가능 개발목표(SDGs : Sustainable Development Goals)를 통한 전략적 경제 성장 모델이 필요한 시점이다.

코로나19 여파가 만만치 않다. 다국적 기업들이 신규 프로젝트를 무기한 연기하면서 글로벌 투자가 전년에 비해 30~40% 가량 줄어들 전망이다. UNCTAD에서 발표한 ‘투자 동향 모니터’ 자료에 따르더라도 그렇다.

FDI의 새로운 기준을 도입할 시점이라는 얘기다. 예컨대 외국인 투자유치를 단순하게 국적에 따른 외국인 개념으로 해석해서는 곤란하다. 조세 회피처나 검은머리 외국인을 용인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중 국적과 다국적자에 대한 보수적 배타성도 들여다봐야 한다. 시대에 뒤쳐진 시각으로 글로벌 환경을 외면해서는 안 된다. 한인 네트워크의 국적에 따른 역차별과 특혜를 제한하는 것은 국익 차원에서 시대착오적이다.

FDI 평가 기준을 다시 보자는 것이다. 단순히 외국투자 지분, 자본비율에 따른 제조업·서비스업 등에서 파급되는 고용, 기술이전의 경쟁력에 대한 투자금액과 고용인원만으로 따질 필요는 없다.

국가에서 전략적으로 필요한 핵심기술, 기업, 인력에 따라 스타트업, 지적재산권, 핵심인재 등을 유인하고 유치할 수 있는 포괄적인 범위로 확대해야 한다.

과거에는 경제성장을 위한 산업 연구개발(R&D) 측면이 우선시 됐다면, 지금은 국가 역량이 커지면서 탈추격형, 선도형 R&D 정책으로 전환해야 하는 시기다. 전문산업의 유치에 대한 고민도 해야 한다.

바야흐로 과학기술은 급속도로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이 되고 있다. 블록체인, 인공지능, 공유경제, 메타버스 시대다. 세계의 경제와 사회가 현실경제에 국한되는 시대는 이미 과거가 됐다. 더 이상 영토와 국적에 따른 이분법적 구분은 시대 변화에 뒤쳐질 수밖에 없다. 인종과 종교, 문화의 구분도 무의하다.

코로나19 이후 디지털 대전환을 통한 산업 재편을 대비해야 한다. 이제는 바이오산업을 흔드는 핵심 IP, 전기자동차의 핵심부품 기술, 수소산업, 블록체인, 사물인터넷(IoT), 인공지능(AI), 데이터기술, 증강현실/가상현실(AR/VR), 로봇, 테마파크를 포함한 분야의 기업과 기술, 투자유치 전략의 수정이 필요하다.

시각을 돌려보자. 과기부의 국가 과학기술정책 전문인력을 육성하기 위한 지원사업도 평가할 만하다. 글로벌 싱크탱크형 인재를 육성하기 위해 서울대와 아주대를 선정, 7년간 지원하는 사업이다.

미래산업의 정책적, 제도적 연구가 선도적으로 가능한 대전환시대의 인력 양성이다. 지난해부터 정보통신 정책, 그린환경 정책, 첨단의료 정책을 집중적으로 연구하고 있다. 향후 과학기술·정보통신 정책의 프런티어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민·관의 협력적 연구도 기대된다. 

이제는 투자유치 전문가 양성에 관한 한 싱가포를 넘어서야 한다. 과학기술 정책 전문가 양성 역시 선진국을 넘어 대전환시대의 미래 강국을 준비하는 첨병이 될 수 있도록 아낌없이 지원해야 한다. 코로나19 이후의 미래는 이미 와 있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본 칼럼 내용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