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 더 빠르게'...이재용 '뉴 삼성', 인재만 빼고 다 바꿨다

실리콘밸리식 수평·유연한 인사제도 도입...'빠른 의사결정-혁신 공유 유리할 듯'

디지털경제입력 :2021/11/29 14:11    수정: 2021/11/29 18:04

5년 만에 열흘간의 미국 출장을 마치고 돌아온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지난 24일 귀국 길에 "현장의 처절한 목소리들과 시장의 냉혹한 현실을 보니 마음이 무겁다"고 했다. 현지에서 만난 직원들에게는 "힘들고 고통스럽겠지만 불가능을 가능으로 만들어 아무도 가보지 않은 미래, 새로운 삼성을 함께 만들어가자"고 강조하기도 했다.

29일 5년 만에 손질한 삼성전자 인사제도 개편안 면면에도 이 같은 이 부회장이 추진하는 '뉴(NEW) 삼성'의 혁신과 비장함이 묻어난다. 이번 인사제도 개편의 가장 큰 변화는 직급별로 일정 기간 이상 근무해야 하는 '직급별 표준체류기간'을 폐지한 것이다. 사실상 연공서열을 없앴다. 이렇게 되면 나이와 상관없이 유능한 인재를 중용해 젊은 경영진을 빨리 키울 수 있다. 40대 최고경영진(CEO)과 30대 임원들이 배출될 수 있다는 얘기다.

지난 11월 20일(현지시간) 미국 위싱턴주 마이크로소프트 본사에서 만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오른쪽)과 사티아 나델라 마이크로소프트 CEO(왼쪽). (사진=삼성전자)

지난 2016년 인사제도 개편을 통해 7단계에서 4단계로 축소된 커리어레벨(CL) 단계는 이제 유명무실해질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 능력만 있으면 바로 승진이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또 보고 단계가 간소화되는 만큼 국내 직원 11만여명의 '혁신 아이디어'가 공유되고 실행으로 이행되는 프로세서도 보다 효율적으로 단축될 것으로 보인다. 과거 말단 직원이 올린 보고서나 아이디어가 최종 결정권자까지 올라가는 시간이 줄어들고, 중간에 상사의 책상 서랍 속에서 잠자거나 무시되는 사례가 적지 않았다. 그러나 이번 인사 개편으로 혁신이 더 빠르게 현장에 적용되고 가동될 수 있는 틀이 마련됐다. 또한 심화된 글로벌 경쟁에서 미래지향 경영을 위해 구글, 애플 등 실리콘밸리식의 수평적이고 유연한 조직을 구축해 이들과의 경쟁력도 한증 높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 부회장의 '인재 육성'에 대한 강조는 공채 제도 유지로 이어질 전망이다. 최근 국내 다른 기업들이 공채 제도를 폐지하는 상황이지만, 삼성전자는 청년들에게 공정한 기회와 희망을 주자는 선대 회장들의 뜻에 따라 공채 제도를 계속 유지하기로 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2019년 삼성 청년 소프트웨어 아카데미(SSAFY) 광주 교육센터를 방문해 소프트웨어 교육을 참관하고 교육생들을 격려하고 있다.(사진=삼성전자)

이 부회장은 지난 9월 삼성청년S/W아카데미(SSAFY)에서 열린 '청년희망ON간담회'에서 "청년들의 희망'을 위해 최선을 다해 힘을 보태겠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삼성 측은 고성과자에 대한 인정과 동기부여를 위해 최상위 평가는 기존과 동일하게 10% 이내로 운영한다는 방침이다. 또 동료평가가 갖는 부작용이 없도록 등급 부여 없이 협업 기여도를 서술형으로 작성하는 방식을 적용한다고 밝혔다.

관련기사

삼성전자 관계자는 "노사협의회, 노동조합, 각 조직의 조직문화 담당자 1천여명 등을 대상으로 의견을 청취해 세부 운영방안을 수립해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이 부회장의 '뉴 삼성' 경영은 다음달 초 삼성 주요 계열사 사장단과 임원 인사를 통해 보다 구체적으로 윤곽을 드러낼 전망이다. 업계에서는 삼성이 파격 인사조직 개편을 통해 '유능한 인재 경영'을 전면에 내세울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