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솔 테스트밸리 "비싼 전자기기, 사기 전 직접 써봐야죠"

"고가 전자제품 한 번 사용하면 반품 불가한 문제 해결"

중기/스타트업입력 :2021/11/26 17:54

“사람들이 좋은 전자기기를 쉽게 구매하지 못하는 이유가 뭘까 생각해보니, 고가의 전자 제품을 한 번이라도 사용하게 되면 반품이 안 돼 포기하는 경우가 많았다. 전자 제품 구매 결정을 도와 개인의 삶의 질을 높이는 데 기여하고 싶다.”

'Use First, Buy Later'를 슬로건으로 내세운 스타트업 테스트밸리는 고객이 전자기기 구매를 결정하기 전, 미리 빌려서 체험해보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창업 전 회사생활 스트레스로 얻은 불면증으로 고통받던 홍솔 대표는 휴식 차 방문한 미국에서 사 온 수면 유도등으로 잠을 잘 자게 된 뒤, ‘좋은 전자기기를 구매하는 것이 개인의 삶의 질을 높이는구나’하는 깨달음을 얻었다. 

그는 그때 “160달러라는 (수면 유도등) 가격 때문에 고민을 했는데, 눈을 딱 감고 산 것”이라며 “전자 제품을 사서 한 번이라도 사용하면 반품이 안 돼, 좋은 전자 제품을 쉽게 구매하지 못하고 의사결정에서 어려움을 겪는 사람이 많다”고 설명했다. 

또 그는 사람들이 전자기기를 구매하는 행태가 과거와 현재가 별반 다르지 않다는 점에 주목했다. 과거 모빌리티 분야에서 일하며 느꼈던 ‘오랜 기간 혁신이 없던 시장에서 혁신을 이루면 큰 비즈니스가 나올 수 있다’는 확신으로, 그는 2019년 테스트밸리를 창업했다. 기자는 24일 서울시 성동구에서 홍솔 대표를 만나 테스트밸리 설립 뒷이야기를 들어봤다.

홍솔 비엘큐(테스트밸리 운영사) 대표

다음은 홍솔 대표와 일문일답.

Q. 테스트밸리를 소개하자면?

“테스트밸리는 전자제품을 먼저 써보고 구매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이커머스 플랫폼이다. 다양한 방법을 통해 고객들이 가장 합리적인 방식으로 전자제품을 구매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500개 이상 제품이 등록돼있고, 애플·삼성 등 브랜드 전자기기뿐 아니라 생활용품 가전, 작은 카테고리로는 구강 세정기까지도 다룬다. 체험 후 기기를 구매하는 고객에게는 일부 할인 혜택도 제공한다. “


Q. 첫 번째 체험이 끝나고 또 체험을 신청해, 장기 렌탈하는 고객이 발생하지는 않나?

“시스템적으로 불가능하다. 우리 서비스는 기본적으로 ‘고객의 구매 의사결정을 돕는 서비스’이기 떄문에, 한 사람이 동일한 제품을 두 번 이상 체험할 수 없다. 이용자가 한 달 정도 체험하면, 이 제품이 마음에 드는지 안 드는 지는 충분히 판단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Q. 어떻게 테스트밸리를 창업하게 됐나?

“예전부터 창업 생각이 있었다. 특히 ‘개인의 삶의 질을 올려주는 일을 하고 싶다’라는 막연한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컨설팅 업무로 사회생활을 시작 했는데, 회사 생활을 하다 휴식 차 미국을 방문하게 됐다. 그때 스트레스로 불면증을 겪고 있었는데, 160달러 되는 ‘캐스퍼 글로우’ 수면 유도등을 살까 말까 고민하다가 눈을 딱 감고 사왔다. 이후 잠을 잘 자게 됐고, ‘개인의 삶의 질을 올리는 방법 중 하나가 좋은 전자기기를 사는 것’이라고 느끼게 됐다.

사람들이 좋은 전자기기를 쉽게 구매하지 못하는 이유가 뭘까 고민해보니, 한 번이라도 사용하면 반품이 안 되는 문제 때문에 이용자가 구매를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을 발견했다. 이런 고민을 덜어주고, 이용자의 고가 전자기기 구매 의사 결정을 돕고자 테스트밸리를 설립했다.

또 창업 이전에 모빌리티 분야에서도 일했는데, 그 때 오랜 시간 혁신이 없던 시장을 혁신하면 큰 비즈니스가 창출되는 것을 목격했다. 전자제품 구매 행태도 20~30년 전과 구매하던 패턴과 거의 다를 바가 없다는 것을 확인했다. 전자제품 구매 시장이 굉장히 큰데, 이 시장을 바꿔 우리가 더 나은 고객 경험을 제공할 수 있으면 1등이 될 수 있겠다는 확신이 들었다.”

테스트밸리 운영사 비엘큐 홍솔 대표 (제공=비엘큐)

Q. 테스트밸리는 어떠한 소셜 임팩트를 창출하나?

“전자제품의 ‘지속 가능한 생산’에 방점을 두고 있다. 기본적으로 전자제품이 꼭 필요한 사람에게, 필요한 만큼 돌아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소유하고 있는 전자제품을 안 쓰고 구석에 처박아 두거나, 버리는 경험이 있을 것이다. 만약 이용자가 미리 제품을 써보고, 본인에게 꼭 필요하다는 것을 확인하고서 구매를 할 수 있다 전체적인 전자제품 생산량이 줄어들 수 있을 것이다. 또 테스트밸리에서는 중고제품 판매도 진행 중인데, 중고를 고객에게 저렴하게 제공해 전자기기 폐기물도 줄일 수 있을 것이다. 전자제품에는 사용 주기가 있다. 이 중 테스트밸리가 제품 사용 후 폐기 부분까지 맡고자 하는 생각도 있다. ”

Q. 기존에도 렌탈 서비스가 많이 있는데, 테스트밸리만의 차별점은 무엇인가?

“우리는 렌탈 서비스가 아닌, 이커머스 플랫폼이다. 렌탈은 일종의 금융 플랜으로, 고객이 적은 금액을 한 달에 내게 하고 이를 장기간 유지시켜 전체적인 금액은 커지는 구조다. 고객이 내야 하는 금액이 약정돼 있기도 하다. 테스트밸리는 고객이 구매를 할 때 의사결정을 돕는 서비스다. 이 때문에 아까 언급한 ‘한 달 이상 체험 불가능’과 같은 조건도 있는 것이다.”

Q. 테스트밸리의 현재까지의 성과는 어떠한가?

“월간 이용자 수(MAU)는 25만, 누적 매출 50억을 돌파했다. 매월 거래액은 30%이상씩 성장하고 있다. 또 최근에는 60억원 규모 시리즈A 투자 유치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했다. 누적으로는 75억원을 투자받았다.”

테스트밸리 홈페이지

Q. 창업 과정에서 가장 어려웠던 점은 무엇인가?

“늘 지나고 나면 별것 아닌데, 당면해 있을 때 가장 어렵게 느껴진다. 지금은 사업 규모를 어떻게 늘릴지에 대한 고민이 크다. 거래액, 이용자 수 등 지금도 빠르게 증가하고 있지만, 어떻게 하면 시장에 있는 더 많은 사람이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게 할지, 이를 위해 뭐가 더 필요할지 고민을 많이 하게 되는 것 같다.”

Q. 스타트업을 운영하며 가장 뿌듯할 때는?

“스타트업을 운영하다 보면, 우리 서비스가 ‘내 새끼’와 같다. 고객들에게 내가 만든 제품과 서비스를 통해 우리가 원했던 가치를 제공하고, 이로 인해 고객이 즐거워하고, 그에 대한 피드백을 받아 우리 팀 전체가 같이 즐거워하는 모습을 볼 때 가장 뿌듯하다.”

Q. 운영 과정에서 후회되는 점은? 이를 어떻게 보완하고 있나?

“사업이 굉장히 빠르게 성장 중인데, 그에 따라 인력 보강 같은 문제를 더 빨리, 멀리 보고 채비했어야 했는데 다 챙기지 못해 팀원들이 야전부대처럼 고생하고 있다. 팀원들이 더 안정적으로 일할 수 있게 인력을 보강할 예정이다.”

Q. 어떤 직원을 뽑고 싶나?

“비엘큐는 직원 자유도가 높은 회사다. 연차가 무제한이고, 연봉협상은 일 년에 두 번 진행한다. 개인이 성과를 발휘할 수 있는 환경이 충분히 마련돼있어, 성장에 목마른 사람들이 왔을 때 빛을 발할 수 있는 조직이다. ”

Q. 내년 홍솔 대표의 목표는 무엇인가? 나아가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가?

“그간 나를 돌보지 못했다. 나를 챙길 수 있는 한 해가 됐으면 좋겠다. 나아가 메타 인지가 잘 되면서도 따뜻함을 잃지 않는 사람이 되고 싶다.”

Q. 테스트밸리의 내년 목표와 장기적 비전은 무엇인가?

“내년 목표는 월 거래액 100억원 달성이다. 또 더 많은 고객이 우리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장기적으로는 ‘전자제품 1등 커머스’가 되는 것이 목표다.”

Q. 창업을 꿈꾸는 청년들에게 남기고 싶은 한 마디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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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창업 과정이 매우 지난하고 힘들기 때문에 하지 말라고 말하고 싶지만, 하고 싶은 사람은 어차피 할 것이다. 그렇다면 정말 본인이 좋아하는 일을 했으면 좋겠다. 정말 좋아하는 일이 아니면, 위기가 왔을 때 정말 힘들 것 같다.

자신이 진심으로 좋아하는 일, 미래에 어떤 가치를 만들고 싶은지에 대한 충분한 고민을 하고 이후에 어떤 아이템을 할 수 있을까 고민하는 것을 추천한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단순히 돈이 될 것 같다는 이유로 창업을 한다면 쉽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