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작권 쪼개 주식처럼 거래"...뮤직카우가 만드는 '음악 생태계'

서성렬 뮤직카우 최고기술책임자 "이용 가치 있는 서비스 개발할 것"

인터넷입력 :2021/11/27 09:00

가수, 작곡가들 전유물로만 여겨졌던 ‘음악 저작권’ 개념 판도를 바꾼 회사가 있다. 누구나 저작권을 거래하고, 매월 저작권료를 정산받는 플랫폼 뮤직카우다. 이용자는 선호하는 가수와 소통을, 또 곡의 가치를 구매해 경제적 수익을 얻으며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다.

뮤직카우에서 음악은 곧 자산이다. 회사는 2016년 출범, 2년 뒤 서비스를 시작했다. 플랫폼 성격은 이렇다. 원저작권자와 협의해 저작권료 지분 일부를 뮤직카우가 사들이고, 분할해 경매에 올린다. 정확히 말하면, ‘저작권료 참여 청구권’으로 이용자들이 음악 저작권료 수익을 받을 수 있는 권리를 거래하는 셈이다.

누적 거래액은 올 상반기에만 1천200억원에 달한다. 서비스 초기 3천명가량이던 이용자는 어느새 85만명을 웃돌게 됐다. 플랫폼 인지도 역시 근래 급격히 높아지고 있다. 지디넷코리아는 25일 서성렬 뮤직카우 최고기술책임자(CTO)를 만나 플랫폼 성장과 미래에 대한 얘기를 나눴다.

뮤직카우 옥션에 공개되는 윤종신의 '좋니'

서성렬 CTO는 카이스트 전산과를 졸업했다. 첫 직장은 네오위즈다. 이곳에서 세이클럽이 해외 시장으로 진출하는 데 일조했다. 이어 1인 개발자로 살아가던 서 CTO는 2017년 뮤직카우에 합류했다. 2년 동안 파트타임으로, 혼자 뮤직카우 서비스 기반을 다졌다. 개발 첨병 자리에 앉은 건 지난해 5월이다.

“개발자로 생활한 지 20년이 흘렀다. 나 홀로 일하기도, 집단에 속하기도 했다. ‘경험해보지 않고선, 와닿지 않는다’걸 배웠다. 현장에서 전문성을 갖춘 사람들을 만나 역량을 키워왔고 노하우를 쌓아왔다. 스타트업이라면 ‘저비용, 고효율’이 필수다. 이런 공식들을 뮤직카우에서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서성렬 뮤직카우 최고기술책임자(CTO)가 25일 지디넷코리아와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뮤직카우는 과거 저작권료 데이터를 기반으로, 자체 개발한 저작권료 예측시스템에 따라 거래 가능한 저작권을 선정한다. 매주 5~7곡을 공개, 이용자는 원하는 수량과 가격으로 입찰에 참여할 수 있다. 입찰가에 따라 차례로 최종 낙찰받는다. 이후 지분만큼 매월 저작권료를 받거나, 자유롭게 거래할 수 있다.

저작권을 쪼개서 주식처럼 사고파는 것이다. 그룹 브레이브걸스의 ‘롤린’은 2017년 발매된 곡이다. 뮤직카우에서 첫 구매가는 2만3천900원. 이곡은 올해 역주행 신화를 썼다. 판매가는 80만원이다. 무려 3천247% 차익이 발생한 것. 음악 저작권의 가치와 인식 변화를 이처럼 뮤직카우에서 체감할 수 있다.

“현재 1천곡가량이 거래되고 있고, 보유 음원은 이보다 훨씬 많다. 현재까진 목표한 방향대로 가고 있다. 구성원 모두가 힘써준 덕분이다. 개발자 입장으로는 다음 단계를 위한 청사진을 그리고 있다. 안정적이고 신뢰성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목표다. 이용자에게 가치를 가져다줄 서비스를 개발하겠다.”

서성렬 CTO.

연내 목표로 한 이용자 100만명에 가까워지면서, 자연스레 데이터도 쌓이고 있다. 서 CTO에겐 목표가 있다. 기술을 보완해 누적 데이터를 기반으로 더 양질의 서비스를 뮤직카우 고객들에게 선보이는 것. 그는 개발자를 축구 선수에 비유했다. 일반인보다 공을 잘 차듯, 개발자도 코딩 능력에 있어 ‘더 잘해야 한다’는 것이다.

“개발자 역량에 따른 생산성 차이는 다른 직군에 비해 두드러진다. 수십 배 이상 격차가 날 수도 있다. 따라서 기본 개발 능력을 갖추는 게 중요하다. 그렇다고 무작정 컴퓨터만 바라보란 뜻이 아니다. 그렇게 해서 역량을 키울 순 없다. 취미 생활을 통해 깊이 있는 사고력을 함양하는 등 자세가 수반돼야 한다.”

뮤직카우 특성상 경제적 수익과 손해가 공존한다. 단, 이익을 얻는 데만 무게를 두진 않는다. 창작자 경제적 지원, 신인 양성 등 음악 생태계를 활성화하는 것도 뮤직카우가 짊어진 역할이다. 사업 방향도 마찬가지다. 국내뿐 아니라 해외 시장으로도 영역을 넓혀 플랫폼 경쟁력을 견고히 하겠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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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성렬 CTO는 '기술이 목적이 되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유망 스타트업에서 국내 대표 '음악 저작권 거래 플랫폼'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서 CTO 어깨도 한층 무거워졌다. 이용자들의 정산 과정을 지금보다 간소화하고 싶기도, 블록체인 기술을 곁들여 대체불가토큰(NFT)을 활용하는 방안도 모색하고 싶다. 뮤직카우는 물론, 이용자 편의성을 제고하기 위해서다.

"기술은 목적이 되면 안 된다. 문제를 풀고자 하는 수단이다. 개발자라면 눈여겨볼 대목이다. 과제를 해결하면서 얻는 가치가 뭔지 골몰하는 게 중요하다. 상위 개념에 대한 끝없는 고민을 거듭해야 한다. 우리 강점인 전통적 기술을 탄탄히 세워, 새로운 트렌드에 접목해 뮤직카우 서비스에 녹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