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 5년차를 준비하는 구광모 LG 회장의 선택은 미래 준비를 위한 '안정 속 혁신’이었다. 경륜이 많은 주요 계열사 CEO들은 대부분 유임시키고 해외 전략통을 기용해 급변하는 글로벌 사업 환경에 대응하는 진용을 갖춘 것이 이번 인사의 핵심 포인트다. 또한 취임 후 가장 많은 신임 상무 132명을 포함해 전체 179명을 승진시키면서 미래 예비 CEO 인재풀을 두텁게 가져갔다. 변화와 혁신을 염두에 둔 실용주의 인사라는 평가다.
가장 주목해 할 포인트는 역시 권봉석(58) LG전자 사장의 그룹 내 2인자 부상이다. 구 회장은 향후 그룹의 사업 포트폴리오와 고도화를 위해 머리를 맞댈 책사로 권 사장을 부회장으로 승진시켜 그룹 최고운영책임자(COO) 자리를 맡기면서 곁에 뒀다. 앞서 그룹 COO였던 권영수(64) 부회장을 LG에너지솔루션 수장으로 보내면서 전기차 배터리 사업 일등 사수라는 미션을 줬다. LG그룹 내에는 차석용 LG생활건강 부회장, 신학철 LG화학 부회장을 비롯해 두 명의 권 부회장이 구 회장을 보좌하게 되는 셈인데, 권영수와 권봉석 부회장의 결은 사뭇 다르다.
전임 COO이자 현 LG엔솔 CEO인 권영수 부회장이 '강(剛)'이라면 권봉석 부회장은 '유(柔)' 같은 스타일이다. 권영수 부회장이 재경통으로 숫자에 밝다면 권봉석 부회장은 기술·시장에 정통한 융합 전략통이다. 40대 총수인 구 회장(43)이 그동안 러닝 기간을 마치고 향후 드러낼 경영 스타일을 점쳐볼 수 있는 대목이다.
다음으로 눈에 띄는 대목은 전략통의 전진배치이다.
권봉석 부회장 후임으로 LG전자 CEO 사장을 맡은 조주완 CSO가 대표적인데, 그는 재직 기간인 34년의 절반 이상을 해외에서 근무하며 다양한 시장을 경험하고 고객 인사이트를 축적해온 '글로벌 사업가'다. 또 시장과 고객에 대한 풍부한 이해를 바탕으로 일하는 방식의 변화와 디지털전환을 기반으로 사업 포트폴리오 고도화를 이끌어왔다는 평가다.
또 ㈜LG는 COO 산하에 미래신규 사업 발굴과 투자 등을 담당할 경영전략부문과 지주회사 운영 전반 및 경영관리 체계 고도화 역할을 수행할 경영지원부문을 신설 했는데, 경영전략부문장을 맡은 홍범식 사장은 2018년 구 회장이 취임 당시 외부에서 영입한 인사다. SK텔레콤 사업전략실 실장, 베인&컴퍼니 아시아태평양지역 정보통신부문 대표, 베인&컴퍼니코리아인크 파트너 등을 역임했다.
LG가 올 한해 동안 28명의 외부 인재를 임원으로 영입한 것을 보면 향후 LG가 글로벌 역량을 한층 더 강화하는 방향으로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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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는 올 한해 LG전자 글로벌마케팅센터 온라인사업담당 전무로 데이비드강 前 스페이스브랜드 글로벌마케팅 부사장 등 총 28명의 외부 인재를 영입했다. 2018년엔 3M 출신인 LG화학 신학철 CEO 등 13명을, 2019년엔 LG생활건강 이창엽 뉴에이본 법인장 등 16명, 2020년 LG AI연구원 이홍락 CSAI (Chief Scientist of AI) 등 22명 외부 인재 영입 이후 가장 큰 규모다. 이는 나이, 성별, 직종에 관계없이 다양한 분야의 글로벌 경쟁력과 전문성을 갖춘 인재를 수혈해, 부족한 전문역량을 보완하고 새로운 시각에서 외부 기술과 아이디어를 적극 수용하기 위한 것이라는 설명이다.
재계 관계자는 "최근 SK이노베이션과 수년간 2조원 규모의 배터리 소송전을 벌인 LG가 각 계열사 내부의 자체 글로벌 역량 강화가 시급하다고 인식하고 있다"며 "앞으로도 다양한 경험의 글로벌 인재 영입은 지속적으로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