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들 진료거부 불구 간호사는 자리 지켰건만…현장선 안타까운 소식만

간호협회, 간호법은 전문적이고 안전한 간호‧돌봄서비스를 보장하기 위한 법

헬스케어입력 :2021/11/22 15:25    수정: 2021/11/22 15:38

"간호법은 간호 직역을 위한 법이 아닙니다."

대한간호협회는 22일 오후 3시 기자회견을 열고 국민과 여야 3당에 간호법 제정을 촉구하는 ‘대국민 호소문’을 발표했다.

신경림 대한간호협회 회장은 호소문을 통해 “90개국에 존재하는 간호법이 우리나라에만 없다”며 “간호직역을 위한 법이 아니라 국민의 건강과 생명을 보호하기 위해 간호인력으로부터 전문적이고 안전한 간호‧돌봄서비스를 받을 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법이다. 간호법을 제정해달라”고 주장했다.

이어 “의료기술이 발전하고 전문화된 만큼 간호학과 간호지식이 발전됐고, 다양화·전문화 됐다”며 “간호사·조산사·전문간호사·간호조무사 등 간호인력은 의료기관뿐 아니라 장기요양기관·노인복지시설·보건소·아동‧장애인시설 등에서 일하고 그 수요도 증가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간호인력이 일하는 현장은 한계에 직면해 있다”고 지적했다.

대한간호협회가 간호법 제정을 촉구했다.

간호협회에 따르면 상시 간호인력 부족 및 만성적인 업무과중로 인해 신규 채용된 간호사들은 3년을 버티지 못하고 절반이 사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평균 근속연수는 7년에 불과하다. 

또 40대가 주축을 이루는 선진국 간호사와 달리 우리나라는 20대 후반에서 30대 초반의 간호사가 대부분이다. 이마저도 이직과 사직을 반복하다 경력이 단절돼 46만명의 간호사 가운데 의료현장에 남아있는 간호사는 절반에 불과하다는 게 신 회장의 설명이다. 

신 회장은 “지난해 정부가 발표한 공공의대 설립과 의대정원 확대 정책에 반발해 의사와 전공의들이 중증‧응급환자가 있는 필수의료 현장까지 박차고 나가 진료거부와 집단휴진에 돌입했다”며 “간호사들은 어렵고 힘든 순간에도 방호복을 벗지 않고 코로나19 병동과 필수 의료에서 환자의 생명을 위해 헌신했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에게 ‘코로나 영웅’이라는 칭호는 너무 무거우며 우린 지쳐가고 있다”며 “보건소와 의료기관에서 아까운 목숨을 놓은 간호사의 소식을 들으며 우리는 답답한 현실을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지 목 놓아 울고 싶은 심정”이라고 호소했다.

아울러 “24일 국회에서 간호법안이 법안심사소위원회에서 상정돼 구체적 논의가 시작된다”며 “2005년과 2019년 국회에서 발의된 간호법이 논의조차 못하고 폐기된 것이 반복돼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신 회장은 “의사협회에 강력히 경고한다”며 “간호법 제정 시 간호사의 독자적인 진료행위 및 보건의료체계를 붕괴시킬 것이란 허위사실 유포를 즉각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또한 “코로나19 대유행 시기 의사들의 진료거부와 집단휴진으로 국민은 큰 상처를 입었다”며 “목숨을 잃은 사람도 있었으며 뿐만 아니라 의료계에 대한 국민 신뢰는 밑바닥으로 추락했다”고 비판했다. 

그는 “의사들의 직역이기주의와 권력적 행태로 인한 폐해가 우리사회의 큰 문제가 되고 있다”며 “자신들의 이익을 지키기 위해 다른 직역과 관련된 법안 제정에 허위사실을 유포하고 정치권을 겁박하는 것은 결국 의사에 대한 국민의 불신과 실망만 증가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신 회장은 “간호인력은 잠깐 쓰다 버려지는 소모품이 아니며, 의사 보조를 위한 도구적 존재로 평가받아서도 안 된다”면서 “초고령화사회 국민의 건강증진을 위한 간호인력의 확충과 간호법의 제정은 이 시대 변할 수 없는 대명제로써, 간호사와 간호대학생은 간호협회를 중심으로 뭉쳐 간호법이 제정되는 날까지 끝까지 싸울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대한간호협회는 23일 오후 2시 국회의사당 앞에서 간호법 제정 촉구 결의대회를 열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