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 플랫폼 실태 점검…업계 "과태료 기준 불분명"

[이슈진단+] 고용노동부 ‘배달 플랫폼 실태 점검’ 감독 기준 논란

인터넷입력 :2021/11/19 09:10    수정: 2021/11/20 09:27

고용노동부가 배달 기사(라이더) 등 배달 플랫폼 근로자 산업재해(산재) 사고 예방을 위한 산업안전보건법(산안법) 의무 이행 여부 점검을 지난달 착수했는데, 감독 기준을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고용노동부는 최근까지 현장 실태를 감독해, 일부 배달업체에 과태료를 부과하는 등 조처했다. 산안법을 위반했단 이유에서다.

배달업계는 급성장한 시장 규모에 따라, 산업 증진을 위해 이런 규제 장치가 필요하다는 데 동의하면서도 노동 환경 점검에 있어 명확한 기준이 필요한 게 아니냐는 입장이다. 일례로 지엽적인 안전 수칙을 라이더에게 안내하지 않은 것을 두고 과태료를 부과하는 건 부당하다는 게 업계 공통 의견이다.

배달 라이더(제공=이미지투데이)

고용부 현장 점검 착수…배민·생각대로 등 '과태료' 

19일 업계에 따르면 서울지방고용노동청 등은 배달의민족(배민), 쿠팡이츠, 요기요, 바로고, 생각대로 등 전국 28개 배달 플랫폼을 대상으로 산안법 준수 여부를 파악하기 위한 현장 점검을 지난달부터 실시하고 있다. 점검 내용은 사업자의 배달 오토바이(이륜차) 정비 상태 및 운행에 적합한 안전모를 보유했는지 등 확인 여부다.

(사진=지디넷코리아)

도로교통법상 안전 운전 관련 사항을 주기적으로 라이더에게 알렸는지도 고용부는 파악하고 있다. 점검은 지난달 플랫폼별로 공문을 통해 예고됐으며, 이달 말까지 시행한다. 최근 배민과 생각대로 등 업체가 정비 상태 의무 불이행으로 고용부로부터 과태료 고지서를 받았다.

이는 배달 종사자의 잇단 사망사고로, 안전보건관리 필요성이 증대한 데 따른 움직임이다. 코로나19 확산 후 배달 시장 규모는 지난해 약 20조원으로 전년 대비 122%가량 성장세를 나타냈다. 자연스레 라이더 숫자도 늘었다. 한 조사에 따르면 국내 라이더는 근래 50만명을 웃돈 것으로 집계됐다.

고용부 자료를 보면, 2016년부터 지난 6월까지 산재를 당한 라이더는 7천224명. 업계에서도 도로교통공단, 경찰청과 협업해 라이더 안전 운전 교육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산재 사고를 방지하기 위한 자구책이다.

배달대행 업체들은 현장 점검에 성실히 응하는 모습이다. 배달대행 업체 관계자는 “배달 산업 진흥을 위해선, 라이더 등 배달종사자들의 안전을 우선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현장을 파악해 라이더 안전을 제고하는 건, 법 제정에 있어 효율성을 더 할 것”이라고 말했다.

감독 기준 '애매모호'…곁가지 내용 미고지 이유로 과태료

다만, 점검 체계가 모호하단 지적이 많다. 배달대행 플랫폼 관계자는 “임의로 플랫폼(전국 28개)을 선정한 후 점검을 진행한 것”이라며 “실태 감독을 피한 업체 중에선 규모가 큰 곳도 있을 것”이라고 했다. 점검 대상 플랫폼을 분류한 기준이 불분명하다는 얘기다.

과태료 부과 기준에도 물음표가 붙었다. 복수 배달업체는 점검 항목인 안전모 보유 여부 확인 내용을 라이더에게 고지했지만, 도로교통법 시행규칙(제32조) 세부 내용을 안내하지 않았단 이유로 과태료를 부과받을 예정이다. 안전모 무게와 내구성 등 곁가지 내용을 라이더에게 안내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사진=지디넷코리아)

시행규칙엔 안전모 관련 ▲충분한 시야 ▲충격 흡수성 및 내관통성 ▲청력에 영향을 끼치는지 ▲2㎏ 이하인지 ▲풍압에 의해 차광용 앞창이 시야를 방해하지 않는지 등 내용이 담겼다. 업계 관계자는 “안전 관리와 동떨어진 내용을 라이더에게 매번 전해야 하는지 의문”이라고 밝혔다.

안전모 보유 안내 수칙을 어긴 업체 과태료와 시행규칙 고지를 위반(안전모 보유 안내 수칙은 준수)한 업체 벌금이 같다는 사례도 있다. 계도기간이 없다는 점도 문제다. 고용부는 지난달 공문을 보낸 지 2주 만에 점검을 시작했는데, 이에 업계 관계자는 “프로그램을 통해 일감만 중개하는 배달대행 업체의 경우, 현장 점검에 어려움을 겪었을 것”으로 봤다.

고용부 "법 개정 후 첫 현장 점검…편차 있을 수 있어"

배달 플랫폼 숫자를 구체적으로 파악하긴 어렵다는 게 고용부 설명이다. 고용부 관계자는 "연구 결과 지난해 전국 배달 플랫폼은 100곳이었지만, 확인해보니 많은 업체가 폐업한 상태였다"며 "실제 점검 대상 업체 중에서도 사업을 중단했다"고 말했다.

(사진=지디넷코리아)

점검은 고용부 (산업안전보건)본부에서 방향을 설정하고, 지방청에서 행하는 방식. 단, 산안법이 지난해 1월 개정된 후 시행된 첫 현장 점검인 까닭에 지청마다 과태료 부과 기준 등이 상이할 수 있다고 관계자는 말했다. 그는 "각 지청별로 기준이 달라, 과태료 부과에 편차가 있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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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을 맡은 서울지방고용노동청 소속 감독관은 "현장 점검 단계에서 과태료는 업체 측에서 별도 절차를 거치면, 면책받을 수도 있다"면서 "업체들은 과도한 조치로 여길 수 있겠지만, 시행 초기인 만큼 안전에 무게를 두며 여러 방향으로 감독하고 있다"고 말했다.

고용부 복수 관계자는 "현장 실태 점검 목적은 배달 사업자의 안전 인식 제고를 위한 것"이라며 "곧 점검을 마무리하고, 전체 결과를 수집해 부족한 부분을 보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