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2월 1일 마이데이터(본인 신용정보 관리업) 시범 운영을 앞두고 국내 5대 은행(KB국민은행·신한은행·하나은행·우리은행·NH농협은행)이 시장 선점을 위해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다.
마이데이터는 정보 주체가 개인신용정보를 이전(전송)받아 통합 조회를 할 수 있는 서비스다. 2020년 8월 5일 시행된 개정 신용정보법(신정법) 시행으로 금융사는 물론이고 빅테크·핀테크들이 마이데이터 산업에 도전장을 내민 상태다.
무조건 고객 확보...그룹 통합 '지원사격'
16일 금융업계에서는 마이데이터 사업이 추후 금융사의 지위를 흔들어 놓을 수 있는 사업으로 인지하고 고객 확보에 사활을 걸고 있다. A란 금융사의 마이데이터 서비스에 가입한다면 고객 동의 하에 전 금융사의 신용정보를 조회하고 통합해 다양한 A사의 맞춤 금융상품을 권할 수 있다. 즉, 마이데이터 가입자 수는 은행·카드·보험·증권 등 리테일(소매) 금융의 잠재 고객이자 타 금융사에 빼앗길 수 있는 집토끼인 셈이다.
예를 들어 김진선(가명) 고객이 네이버페이서 KB국민카드를 연동해 매달 결제하고 있다고 가정하자. 김진선씨는 그렇지만 KB금융 계열 마이데이터 서비스가 아닌 신한금융의 마이데이터 서비스를 가입했다면 신한금융은 네이버페이 연동 시 더 할인율이나 적립이 좋은 신한카드를 추천할 수 있기 때문이다.
리테일 수익원과 맥이 맞닿다 보니 2019년 시행된 오픈뱅킹보다 금융사의 위기감은 더 큰 상황이다. 더 나아가 고객이 이용하는 마이데이터 서비스로 은행 외에 카드·증권·보험까지 '갈아타기' 할 수 있는 상황이 연출될 수 있다. 은행업권 관계자들은 "오픈뱅킹은 일부 금융 이력을 조회하는데 그쳤지만 마이데이터는 거래 현황까지 조회할 수 있어 활용도가 더 넓다"며 "오픈뱅킹이 '찻잔 속의 태풍'이었다면 마이데이터는 그냥 '태풍'"이라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아예 금융그룹 차원서 지원 사격에 나섰다. 하나금융그룹은 자회사 하나은행·하나카드·하나금융투자·핀크의 마이데이터 통합 브랜드를 출시하고, 맞춤형 상품을 위탁 계약해서 판매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 중이다.
시범 운영 12월 1일 카운트다운...타 업권 데이터 '차별화'
내년 1월 1일 마이데이터가 본격 시행되지만, 일부 물적 요건(정보 전송 인터페이스인 API)을 갖춘 사업자는 12월 1일부터 마이데이터를 시작할 수 있다. 5대 은행 모두 API를 구축하고 마이데이터 서비스 개시를 준비 중이다.
은행은 대부분 자산을 조회하고 맞춤형 상품을 추천해주는 자산관리서비스에 공을 들이고 있다.
KB국민은행은 고객이 관심있는 목표를 먼저 제안하고 저축과 투자와 연계한 '맞춤형 목표 관리 서비스'와 KB부동산 시세 정보와 자산 정보를 결합한 내 집 마련 관리 서비스 등을 기획 중이다.
신한은행은 사회초년생을 대상으로 한 '자산 한눈에' 기능을 오픈할 예정이다. 구독 서비스, 아파트 관리금 등 정기적으로 나가는 고정 비용을 미리 체크해 알려주고 지출 관리를 돕는 방식이다.
금융업에선 대부분 비슷한 서비스를 탈피하기 위해 타 업권의 신용정보를 마이데이터 차별화의 무기로 보고 있다. 마이데이터의 경우 통신 데이터(▲통신사 가입 상품 ▲가입 상태 ▲청구 정보 ▲납부 정보 ▲소액 결제 내역)도 고객 동의 하에 취합할 수 있다. 이 경우 고객을 명확히 파악할 수 있어 추후에는 대출 상품까지 더 명확히 권유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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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들도 타 정보 활용을 염두에 두고 있다. 우리은행은 이미 지난 5월 카드·증권·생명보험·손해보험·신용정보사와 손잡고 금융데이터 제휴에 관해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데이터를 사업화하고 있다.
NH농협은행도 정부의 데이터개방 확대 정책에 따라 행정·의료·통신 정보를 활용한 서비스 개발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