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밍총공·사재기 막는 ‘이용자별 정산’ 놓고 음악계 의견 분분

"기존 '비례배분제' 저작권료 분배 왜곡" vs "새 방식 도입 부담"

인터넷입력 :2021/11/12 16:49    수정: 2021/11/13 20:40

스트리밍 총공격(스밍총공), 음원 사재기 등을 방지할 수 있는 음원 저작권료 정산 방식 ‘이용자별 정산’을 두고 음악 업계의 의견이 갈렸다.

이용자별 정산 방식은 이용자가 음악 플랫폼에서 실제 청취한 음악에만 저작권료를 지급하는 방식으로, 현재 네이버 바이브가 이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반면 멜론, 지니뮤직 등 타 음원 플랫폼은 ‘비례배분 방식’이라는 기존 정산 방식을 도입 중인데, 이는 전체 이용자가 낸 모든 금액을 합산해 곡별 재생 횟수에 따라 나눠 저작권료를 지급하는 제도다.

네이버 임승범 부장은 12일 열린 ‘디지털 음원시장 상생을 위한 공청회’에 토론자로 참석해 “기존 정산방식은 소수 계정으로 반복 청취를 통해 점유율 편취가 가능하다”며 “이용자별 정산은 정산금 편취형 사재기를 상당 부분 방지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와 달리 한국음반산업협회 김관기 국장은 “권리자 단체 간 입장 차가 있고, 일부 업체는 반대 의견이 있어 중립적인 입장”이라고 밝혔다.

디지털 음원시장 상생을 위한 공청회

"비례배분제, 저작권료 분배 왜곡 초래...이용자별 정산 방식 도입해야"

비례배분제로 인한 음원 사재기 문제

이날 공청회에서 ‘저작권 사용료 비례배분제의 문제점과 개선 논의’ 발의를 맡은 한국음악레이블산업협회 신종길 사무국장은 “비례배분제는 많은 문제점을 야기했다. 이 방식은 차트 순위 조작, 판매량의 인위적 증가에 이어 저작권료 분배 왜곡까지 초래한다”고 지적했다. 신 사무국장은 “톱100 안 특정 가수 10곡씩 줄 세우기를 위한 팬덤 총공은 저작권 분배를 왜곡하는 주요 원인으로, 상위 1~200위 곡이 전체 매출의 30%를 가져가고, 나머지 몇천만 곡이 70%를 나눠 갖는다”며 “판매량을 부풀리는 모든 행위에 협회는 반대하며, 정부와 산업 관계자들이 이 문제를 외면하지 않기를 당부한다”고 언급했다.

‘다운로드 시장 변화 추이와 발전방안 논의’ 발제를 맡은 한국음악콘텐츠협회 최광호 사무총장은 “2018년 문화체육관광부가 권리자 중심 전송 음원 사용료 징수 규정 개정을 단행하고, 음원 플랫폼들의 월별 다운로드 판매량이 계속해서 줄어들고 있다”면서 음원 다운로드 시장이 침체하고 있음을 시사했다.

네이버 바이브 VPS

네이버 임승범 부장은 음원 플랫폼 바이브가 ‘이용자별 정산 방식’을 적용한 정산 시스템 VPS(Vibe Payment system)를 도입한 배경을 설명하며 “음악 시장이 팬덤 중심 시장으로 변화하며, 정확하고 공정한 분배의 중요성이 확대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팬덤 스트리밍 총공은 분배 편중을 심화시키고, 이는 장기적으로 음악 산업을 약화하며 인디 뮤지션의 창작 환경에 부정적 영향을 준다”고 꼬집었다.

특히 임 부장은 “기존 정산 방식인 비례배분제는 소수 계정으로 반복 청취를 통해 정산금을 편취하도록 하는 반면, 이용자별 정산 방식은 사재기를 상당 부분 방지할 수 있다”고 부연했다.

임 부장은 “이용자별 정산 방식에 참여 중인 유통사는 330곳으로 91% 계약을 달성했지만, 국내 주요 유통사 및 직배사 등 주요 권리자와의 계약은 규정 미비로 교착상태에 있다”며 “문체부에 이용자별 정산을 포함한 음원사용료 징수 규정 개정을 촉구한다”고 주장했다.

"다른 정산 방식 도입 부담느껴...잦은 징수 규정 개정 시장 혼선주기도"

디지털 음원시장 상생을 위한 공청회

이와 달리 김관기 한국음반산업협회 국장은 “사재기 등 문제가 공론화된다는 점은 긍정적이나, (이용자별 정산 방식에 대해) 권리자 단체 간 입장차가 조금씩 있다. 일부 업체는 반대 의견도 있다”면서 “협회 측은 중립적인 입장이다. 신중한 입장에서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김관기 국장은 또 “일부 사업자가 반대하는 논거가 무엇이냐”고 묻는 사회자의 질문에 “기존 정산 시스템과 별도로 이용자별 정산 시스템을 함께 적용하는 것에 부담감을 느끼는 업체가 있다. 음원 사재기 문제에 대해서는 공감하나, 그 방법으로만 사재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답했다.

지니뮤직 권오현 콘텐츠 유통 팀장은 “징수 규정 개정 논의는 필요하나, 잦은 징수 규정 개정은 시장에 혼선을 끼치며 마케팅 등 불필요한 비용을 증가시킨다. 따라서 잦은 규정 개정은 자제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또 권 팀장은 “지니뮤직이 이용자별 정산 시스템을 도입하지 않는 이유가 무엇이냐”는 기자의 질문에 “내부적으로 판단하고 있는 과정이며, 아직 어느 모델이 좋다, 나쁘다 판단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답했다. 이어 그는 “정산 방식을 바꾸려면 개발 등 부대 비용과 시간이 필요한데, 이를 우선 갖춰야 이용자별 정산 시스템의 도입 여부를 판단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에 네이버 임승범 부장은 “이미 마련돼있던 기존 정산 시스템에서 전혀 다른 형태의 정산 시스템을 도입할 때 네이버 역시 많은 생각을 했다”면서 “하지만 공정한 분배가 이뤄져야 산업 전체에 도움이 된다고 판단해 이를 도입했고, 네이버 역시 정산에 들어가는 비용이 두 배로 들어가고 있지만, 그럼에도 옳다고 생각해서 적용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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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임 부장은 “음악 산업은 음악가와 사업가가 함께 만들어가는 산업이다. 초기 비용 부담이 있다고 하더라도 (이용자별 정산 방식으로의) 전향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한국음악실연자연합회 이정현 이사는 “고인이 된 가수 이진원(달빛요정 역전만루홈런) 씨는 실력이 없는 분이 아님에도 음원 수익으로 한 달에 100만원을 못 벌어 생활고로 돌아가셨다”며 “비주류 음악인들에게 기회가 더 생기고, 음원 사재기를 방지하는 좋은 구조라는 점에서 이용자별 정산 방식을 받아들였고, 이를 진행해볼 생각”이라고 수긍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