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자체들이 새로운 디지털 콘텐츠에 친숙한 어린이·청소년이나 외국인 대상 행사에 메타버스를 적극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전 세계 10대 선수들이 참가하는 강원 청소년동계올림픽, 14~16세 청소년 스카우트 대원이 참여하는 새만금 잼버리 행사가 대표적이다.
글로벌 행사를 메타버스에서 개최할 경우 초기 파급효과를 등에 업고 새로운 서비스로 진화할 수 있어 연속성을 기대할 수 있다. 또한 해외 이용자들에게도 주목을 끌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이 같은 메타버스 행사 계획을 가진 지자체들은 2~4년 간 준비 기간을 거쳐 서비스화 할 계획이며, 이를 위해 중앙 정부에 정책·예산 지원 등을 요청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전파진흥협회(RAPA)는 11일 서울 마포구 누리꿈스퀘어 회의실에서 지자체 메타버스 사업 실무자 회의를 개최해, 각 지자체가 가진 메타버스 계획을 청취하는 시간을 가졌다. 김정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소프트웨어정책관(국장), 디지털콘텐츠과 관계자들을 비롯해 광역자치단체 16곳, RAPA, 정보통신산업진흥원(NIPA) 등에서 40여명이 참석했다.
김 국장은 "(중앙 정부와 지자체는) 모바일 시대에 수많은 공공앱들을 만들어 시도했는데, 이 앱들이 많이 활용되지 못하고 방치되는 모습을 보면서 메타버스 시대에 똑같은 시도는 지양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공공서비스도 민간의 플랫폼을 적극 활용하고, 공공기관은 API를 개방하는 원칙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메타버스에 지나치게 거품이 껴있는 상황"이라며 "한때 반짝 흥행하는 것에 그치지 않기 위해 그런 거품을 거둬내고 지속 가능한 모델을 만들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날 발표를 한 지자체는 ▲서울시 ▲대구시 ▲인천시 ▲강원도 ▲전라북도 등이다. 각 지자체가 목표로 하는 메타버스 서비스 형태는 증강현실(AR), 가상현실(VR), 혹은 이 둘 모두를 합친 복합형태 등으로 다양하다. 흩어진 서비스를 모아 통합 메타버스 플랫폼으로 만드는 장기 계획을 가진 곳도 있다.
강원·전북, 메타버스 사업 일으켜 청년감소·일자리 문제 동시 해결
강원도, 전라북도는 대형 글로벌 행사를 메타버스로 개최해 디지털 도약의 계기로 삼는다는 목표다. 관련한 일자리 창출을 통해 지역 청년 부족과 일자리 문제, 관광 사업 등을 동시에 해결한다는 계획이다.
먼저 강원도에서 개최 예정인 글로벌 행사로는 내년 세계합창대회와 세계산림엑스포, 2024년 1월 강원청소년올림픽, 매년 열리는 GTI 국제무역투자박람회 등이 있다.
특히 강원 동계청소년올림픽 출전자들의 연령대는 대부분 10대로, 메타버스와 같은 새로운 서비스에 친숙한 세대다. 이들의 특성을 활용해 메타버스 내 커뮤니티, 가상 놀이, 이커머스 등을 접목할 계획이다.
이주헌 강원도 정보산업과 팀장은 “그동안 강원도에는 관광 사업이 주였는데, 이번에 메타버스 콘텐츠나 개발 업체를 저희가 발굴해 강원도를 떠나는 청년들을 잡기 위한 사업이 될 수 있을 것”이라며 “강원도는 올림픽 경기를 치르고 나면 관광지들이 남는데 이를 메타버스와 함께 발전시키고자 한다” 설명했다.
이어 “90여개 기업들과 강원 메타버스 클러스터 조성 비전 선포식을 다음달에 할 계획이라며 ”내년 과기정통부에서 준비하는 여러 프로젝트에 따라 착실히 준비하겠다“고 덧붙였다.
전라북도는 2023년 8월에 개최될 글로벌 행사인 새만금 잼버리 행사에 대비해 메타버스 플랫폼을 구축할 계획이다. 10일간 8.8㎢에 달하는 새만금 지역에 170개국 청소년 5만여명이 모여 캠핑 등 활동을 하는 대형 행사다. 여성가족부, 전라북도, 한국스카우트연맹이 주관한다.
이현정 전라북도 혁신성장정책과 팀장은 “서울, 인천 같은 곳에 비해 부족해보일 수 있지만 우리는 새만금 잼버리 행사 하나 때문에 나온 것”이라며 “청소년 스카우트 대원들뿐 아니라, 잼버리에 참여하고 싶지만 못한 사람, 그의 가족이나 친구들을 위한 공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행사에 참여할 예정인 학생들이 한국에 오기 전에 미리 체험하거나 나중엔 추억할 수 있는 공간이 될 것”이라며 “잼버리 특성상 향후 청소년 프로그램 서비스로도 지속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본다”도 덧붙였다.
김 국장은 “정부가 재정뿐 아니라 데이터 측면에서도 지원하고 있으며, 내년까지 구축될 360종의 데이터댐도 메타버스 사용에 활용될 수 있다”며 “과기정통부는 메타버스 전략을 수립해 다음달 초에 관계부처 장관회의에 상정한 후 배포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이어 “그때까지 지역별 수요를 반영해 담아보고자 한다”며 “지자체에서 어떤 계획을 가지고 있는지 전달해주면 최대한 반영해보겠다”고 덧붙였다.
서울·인천·대구, 고정밀 지도로 '도시 전체 디지털트윈'
대형 행사 진행에 메타버스를 활용하는 것뿐 아니라, 시민 일상 속 편의성 증진 측면에서 메타버스를 이용하려는 지자체도 있다. 이들은 주로 고정밀 3차원 지도를 구축해 플랫폼화 하려는 계획을 가지고 있고, 서비스 종류도 다양해 대규모 예산이 투입된다.
서울시는 고정밀 골목 지도, 건물 실내 지도, 바람길 지도 등을 탑재한 'S맵'을, 인천은 인천국제공항 일대를 디지털화 한 지도를 구축할 계획이다. 대구시는 제주·광주·수도권 등과의 초광역 협력으로 장기적으로 가상경제가 가능한 수준까지 도달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먼저 서울시는 2030년 통합 메타버스 플랫폼 구축까지 단계적 계획을 완성했다. 올해는 파일럿 단계로 '시청 로비', '경복궁 XR', '가상 보신각 타종' 콘텐츠 등을 선보인다. 내년 도입기에는 '핀테크랩 플레이그라운드', '메타버스 120센터', '서울런 메타클래스', '메타버스 서울관광', '서울런 멘토링 상담실' 등을 구축한다.
2023~2024년엔 외국인 투자지원을 받는 '인베스트 서울'을 만들고 도입 단계에서 적용한 서비스들을 고도화 한다. 2025~2626년 정착단계에서는 'XR 실감도시'를 만들고, XR 기반 지능형 도시관리가 가능한 기능을 추가한다.
정인성 서울시 공간정보담당 사무관은 “서울 전역을 3차원 지도로 만들어 매해 데이터를 확보하고 있고, 내년이면 올해 새로 확보한 데이터를 담을 수 있다”며 “캐릭터를 도입해 창덕궁, 북촌한옥마을 등을 소개하는 서비스도 있다”고 소개했다.
이어 “S맵에서는 민간포털에서 제공하지 않는 골목길이 상세히 보이고, 건물을 게임모드로 보여줄 수 있다”며 “타임머신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문화재청 계획 자료를 활용해 지금은 없어진 건물을 만들어 관찰하는 등 서비스도 실현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인천시는 인천국제공항을 중심으로 ‘XR 메타버스 인천이음 프로젝트’를 추진한다. 해당 지역 안팎을 고정밀로 지도화 해 메타버스의 무대로 삼는다. 부지 380만㎡가 가상의 3차원 지도로 구축될 예정이다.
특히 완결성 있는 메타버스 체험과 사회적 약자 편의 지원을 위해 인시그널, 페네시아 등 XR 글라스 업체들과 협력해 현장에서 사용할 수 있는 하드웨어까지 갖출 계획이다. 실내 전문측위 기술을 가진 네이버랩스, 콘텐츠 제작기업 플레이스비 등도 참여한다.
이 프로젝트는 사업비 138억7천만원의 대형 사업으로, 인천 지역 서드파티 기업들도 활용 가능한 SDK, 오픈 API, 제작 도구 등을 만들어 활용 가치를 높인다는 방침이다.
조기웅 인천시 스마트도시담당관은 “인천국제공항과 같이 수행하는 사업으로, 전국 세계 관광지의 하나로서 메타버스에 구축돼 주목받을 수 있게 될 것”이라며 “주요지역 7곳을 3차원 지도를 클라우드 상에 올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대구시도 마찬가지로 도시를 가상화 하는 것이 목표다. 현재는 각종 메타버스 서비스 기업을 통해 전시회, 버추얼타운 등을 구축한 수준이나, 향후엔 메타버스 상에 도시를 구현하고, 이용자들이 실제로 메타버스 구축에 참여할 수 있는 저작도구를 개발해 개방, 유통·직거래 등 가상경제도 활동 가능케 할 방침이다.
특히 대구는 이 과정에서 제주, 광주와 협력해 초광역형 VR-AR 융합 메타버스 서비스 구축할 계획이다. 민관협의체 메타버스 얼라이언스, 판교 허브센터와 연계한 수도권과의 협력체계도 갖춘다는 계획이다.
임경란 대구시 일자리투자국 팀장은 “대구시가 제안하고 제주, 광주가 참여해 지난 3월부터 메타버스 플랫폼 프로젝트가 시작됐다”며 “지역 협회, 대학 등도 참여해 디지털뉴딜 주체로서 활동해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3년간 메타버스 기업개 300개사 달성을 목표로, 5대 특화 서비스를 개발해 지역 내 확산을 도모할 계획”이라며 “궁극적으로 시민체감 서비스로 만들어 생활·산업 현장을 혁신하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