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CT‧미디어 조직개편 논의 핵심은...

[대전환 시대의 정부 거버넌스 ⑥] 국가 대전환 콘트롤 타워 '시대적 요청'

방송/통신입력 :2021/11/09 17:57    수정: 2021/11/10 11:20

10년만이다. 사실상 차기 정부에서 정부 조직개편이 이뤄진다면 그렇다. 부처 개편은 상수다. 그동안 대선후보와 캠프의 언급을 보면 불가피하다. 문재인정부는 인수위 없이 출범했다. 좌우 정권이 바뀌었음에도 통상적인 정부 조직개편 없이 출범한 배경이다. 당시 조직개편 논의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4차산업혁명과 C-P-N-D(콘텐츠-플랫폼-네트워크-디바이스)가 화두였다. 업계는 미래창조과학부, 방송통신위원회, 산업통상자원부, 문화체육관광부, 행정자치부, 개인정보보호위원회 등에 분산돼 있는 C-P-N-D 기능을 하나의 정부부처로 통합하길 원했다. 수평적 규제체계 도입도 당연시 하는 분위기였다. 4차 산업혁명 시대 대비용이다. 5년이 지난 지금, 4차 산업혁명의 패러다임과 코로나19 팬데믹은 ‘디지털 대전환’을 화두로 소환했다. 이번에는 대선 캠프와 각 부처 주변에서 회자되는 개편론을 회차별로 살펴본다. <편집자>

‘방송통신미디어위원회’, ‘미디어부’, ‘미디어위원회’, ‘정보미디어부’, '문화미디어부', '정보과학부', ‘미디어커뮤니케이션부’, ‘공공미디어위원회’, ‘공영방송위원회’, ‘디지털미디어혁신부’, '디지털혁신부', ‘디지털경제부’.

ICT‧미디어 정부 조직개편과 관련해 지난 5년 간 전문가들이 쏟아낸 현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방송통신위원회의 이름들이다. 배경은 과기정통부(옛 미래창조과학부)와 방통위로 이원화 된 정책 기능을 패러다임에 맞춰 재구조화하자는 것이다. 말 그대로 백가쟁명(百家爭鳴)이다.

방송통신위원회를 거쳐 미래부‧방통위로 쪼개져온 당시 거버넌스에 대한 불만은 ▲정책 결정과정의 투명성과 책임성 부족 ▲독임제 부처와 합의제 기구간의 조화 부족 ▲정책 결정과정에서의 정치 개입 ▲분산된 거버넌스로 인한 협업 부재 등이다.

ICT‧미디어에 대한 정책과 규제 기능이 파편화된 이 구조에서는 이종산업 간 융합을 필요로 하는 4차 산업혁명에 대응하기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었다.

특히, 이명박정부를 거치면서 ‘정보통신’이란 이름이 사라지고, ICT 콘트롤 타워의 부재와 함께 ICT 정책이 홀대 받았다는 업계의 아우성이 컸다.

인위적 통합과 주먹구구식 정부조직 개편으로 비효율성만 커지고 정책 파편화만 발생했다는 이유에서다. '미래창조과학부'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로 바뀐 배경이다.

박근혜정부의 방통위는 규제·시장 감시를, 미래부는 정책 수립·산업 진흥 부문을 맡았다. 방송의 경우 케이블TV와 IPTV·위성방송 등 유료방송 플랫폼과 일반 PP(방송채널사용사업자)는 과기정통부가, 지상파와 종합편성채널·보도 전문 PP·광고 규제는 방통위가 담당한다.

하지만 규제와 진흥, 사전 규제와 사후 규제는 상호 이질적이면서 동질적인 성격이 혼재해 업무 중복과 충돌로 인한 주도권 싸움이 심심찮게 전개됐다.

미디어 정책적인 측면에서는 아예 미래부와 방통위로 이원화돼 있는 진흥‧규제정책을 통합‧조정하고, 문화체육관광부의 일부 기능도 일원화하자는 목소리가 제기됐다.

대통령 선거 이후 새 정부 구성을 전제로 ICT·미디어 정부 조직개편에 대해 백가쟁명식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

■ 정부 조직개편 퍼즐맞추기식 지양해야

작금의 상황도 앞서 언급한 상황과 크게 다르지 않다. 화두가 4차 산업혁명에서 디지털 대전환으로 옮겨갔을 뿐이다. 여기에 인터넷동영상서비스(OTT)와 플랫폼 기업의 급성장으로 이들의 시장획정과 진흥‧규제 정책을 어떻게 가져가느냐는 이슈가 더해졌을 뿐이다.

오히려 일각에서는 이름만 바뀐 과기정통부와 청와대에서 사라진 ICT‧미디어의 정책 콘트롤타워 부재로 더 악화된 상황이란 비판론도 제기됐다. 통신은 방송에 밀리고 과학은 통신에 묻혔다는 정책 우선순위에 대한 비판론도 비등했다.

과학기술은 독임제 부처를 주장하는 목소리가 높아가고 있다. 원희룡 국민의힘 대선후보는 아예 과학기술 부총리제의 부활을 주장했다. 여타 대선후보들도 대전환기 과학기술부의 역할론에 수긍하는 분위기다. 장기적인 측면에서의 기초과학에 대한 중요성을 무시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따라서 퍼즐맞추기식 조합을 논하기 이전에 어떤 철학을 갖고 정책의 방향성을 설정할 것인지, 글로벌 산업의 패러다임 변화에 맞춰 어떠한 국가전략을 마련할 것인지가 우선한다는 문제제기다. 국가 백년대계의 차원에서 미래 전략부처로서의 중요성을 충분히 감안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종관 법무법인 세종 수석전문위원은 “거버넌스 논의는 총 5단계로 나눠 정책 거버넌스 모델을 우선 설정하고 산업의 패러다임과 환경변화 양상‧방향의 인식을 결정해야 한다”며 ‘그리고 국가의 정책 자원을 재배분‧재구조화 하고 거버넌스 체계와 범위를 확정한 뒤 콘트롤 타워의 운영방식을 설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고삼석 전 방통위 상임위원은 “정부 조직개편은 현실에 대한 냉정한 분석과 평가, 그리고 미래에 대한 비전을 토대로 진행돼야 한다”며 “기득권에 기반한 개편 논의는 거버넌스 개선은커녕 개악으로 끝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참여정부 거버넌스 구조
이명박정부의 거버넌스 구조
박근혜정부의 거버넌스 구조
문재인정부의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문재인정부의 방송통신위원회

■ 디지털 대전환시대 맞는 미래부처 설계 필요

일단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주변 전문가들은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앞당겨진 '디지털 대전환' 시대를 대비하기 위해서는 장관급인 ICT 부처를 부총리급으로 격상시켜야 한다는데 입을 모았다.

산업 전분야에서 일어나는 디지털 전환과 데이터 융합 등을 조정하기 위해서는 각 부처들을 총괄할 수 있는 상위의 부처가 필요하다는 이유에서다. ICT가 단순히 기업 혁신과 산업 활성화에 필요한 촉매제 역할이 아니라 여기서 비롯되는 상충된 이해관계를 풀어야 할 조정자 역할이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이는 5년 전 정부 조직개편 논의 당시 산업통상자원부의 임베디드SW, 행정안전부의 전자정부, 문화체육관광부의 게임 콘텐츠 업무 등을 통합한 독임제 부처를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과는 결이 다르다.

ICT 관련 기능을 한데 모으는 데서 나아가 디지털 전환에 따른 이해관계자의 갈등을 해소하고 데이터 산업 활성화를 위한 정부혁신과 함께 범부처 조직을 요구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대전환기의 ICT부처는 미래부처 이상이라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는 주장과도 맥락이 닿아있다. 청와대 미래기획 수석, 미래위원회, ICT부처로 이어지는 수직적 거버넌스 주장 역시 부총리급을 주장하는 맥락과 궤를 같이 한다.

연초 윤성로 4차산업혁명위원회 위원장은 본지와 인터뷰에서 “데이터의 수집‧양산‧공유‧활용 등을 관장하는 부처는 현재 조직체계로는 감당하기 어렵다”면서 “새로운 형태의 범부처 조직이 필요하다”고 언급한 바 있다.

이처럼 부처의 위상을 격상시켜야 된다는 주장은 과거에도 있었다. 구속력을 담보하지 못하는 4차산업혁명위원회의 역할이 제한될 수밖에 없다는 이유에서다.

당시 송희경 자유한국당 의원은 “산업별 규제가 제각각이고 부처이기주의로 인해 협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상황이기 때문에 ICT 혁신 부총리, 신성장동력 부총리가 필요하다”면서 “ICT 주무부처가 좀 더 격상된 일을 해야 하는데 다른 부처와 같은 선상에 있어 힘들다”고 지적했다.

■ 진흥과 규제, 통합 콘트롤 타워 논의도

아울러 진흥과 규제가 분리돼 발생하는 정책 중복 해소를 위해 대부처, 통합부처로의 확장 필요성도 이구동성으로 제기되고 있다. 최근 OTT 규제 등을 놓고 방통위와 공정거래위원회, 과기정통부, 문체부 등이 제각각 정책을 내놓고 있는 것이 대표 사례다.

신민수 한양대 교수는 “특정부처를 중심으로 재구성하는 조직 구성원 간 갈등이 발생할 수밖에 없고 이를 어떻게 해소할 것인가를 고려하면 정부부처를 새로 만드는 것이 빠르게 기능질서를 만들 수 있는 방법”이라면서 “진흥과 규제 기능을 한 곳에 모은다면 정책 목적에서는 독임제를, 수단에서는 합의제가 필요할 수 있고 대부처주의도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이종관 수석전문위원은 “미디어 거버넌스에서는 환경변화에 대응해 전통적 방송산업과 OTT 등 디지털 미디어와 콘텐츠 제작 영역까지 대상을 확장한 미디어 거버넌스 프레임워크 구축이 필요하다”며 “진흥과 규제의 균형을 위해 사전‧사후규제를 통합하고 동일한 정책기관에서 진흥과 규제를 포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온라인 플랫폼 규제법 이슈에서와 같이 플랫폼에 대한 정책 방향에 입각해 거버넌스 수립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며 “향후 플랫폼이 미디어를 포함한 ICT 서비스를 주도할 것이라는 전망과 타 산업에 미치는 영향, 혁신압력을 고려했을 때 플랫폼 거버넌스 논의도 추가로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ICT‧미디어를 관장할 대부처의 필요성과 함께 빠지지 않는 이슈는 ‘ICT 정책 콘트롤 타워’의 부재다. 현 정부 출범과 함께 청와대 대통령비서실에 조정 역할을 해야 할 콘트롤 타워가 사라졌기 때문이다. 앞서 지적한 수직적 콘트롤 타워다.

이상원 경희대 교수는 “관련 부처 간 업부 조정과 통제를 위한 ICT‧미디어 전문 수석직 신설이 필요하다”면서 “정책 조정뿐만 아니라 중장기적 전략수립과 미래대응을 위해서도 필요하고 직접 대통령에게 의견을 제시하고 이를 파악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 과학기술부처 독립-방통위 정책 거버넌스 변화 요구도

ICT‧미디어 정부 조직을 대부처로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과 함께 과학기술을 담당하는 부처의 독립 필요성, 방통위의 정책 거버넌스를 새롭게 구성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단기 성과보다 중‧장기적 관점에서의 접근이 필요한 과학기술의 성격과 공적영역과 민간영역을 구분한 정부조직 개편이 필요하다는 이유에서다.

과학기술 분야의 경우 김영삼정부의 ‘과학기술처’, 김대중정부 ’과학기술부‘, 노무현정부에서는 부총리급 과학기술부로 위상이 높아졌지만 이명박정부에서는 그 성격이 전혀 다른 교육부와 묶여 ’교육과학기술부로‘로, 박근혜정부에서는 ICT와 통폐합돼 ’미래창조과학부‘로 그 위상이 낮아졌다. 문재인정부에서도 이전 정부 조직체계를 유지한 채 그 이름만 ’과학기술정보통신부‘로 바뀐 상태다.

2013년 나로호에 이어 지난달 국내 순수기술로 만든 누리호의 성공적인 발사 등으로 우주개발 진흥을 위한 우주청의 필요성이 제기되면서 과학기술 분야의 독립이 더 요구되는 분위기다.

방통위 역시 지상파방송 위주의 방송정책, 과기정통부와 진흥‧규제가 이원화돼 있는 유료방송정책 구조를 탈피하고, 새롭게 등장한 OTT 등 플랫폼에 대한 환경 변화에 맞춰 새로운 정책 거버넌스가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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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쟁점은 방통위, 과기정통부, 문체부로 나뉘어 있는 방송, 콘텐츠, 영상, 플랫폼에 대한 진흥‧규제 기능을 어떻게 재정비하고, 미디어 공공성 담보를 위해 공적 영역과 민간 영역을 구분하느냐다.

이상원 경희대 교수는 “민간 영역은 혁신성장과 효율성 등 주로 경제적 목표를 추구하기 때문에 ICT와 미디어 생태계 구축을 담당하는 가칭 정보미디어부로 재편하고, 공적영역은 공공미디어위원회를 만들어 민주성, 다양성, 지역성 등 주로 사회‧문화적 정책목표를 추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