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 영업비밀보호 지금 당장 시작해야

[법무법인 디라이트의 스타트업 릴레이 기고⑤]

전문가 칼럼입력 :2021/11/07 14:32    수정: 2021/11/07 14:32

황혜진 법무법인 디라이트 변호사

“변호사님 이 사건 어떻게 안 되겠습니까?” 30대의 전도유망한 스타트업의 대표인 그는 간절한 눈으로 나를 쳐다보았다. 스타트업 자문을 하다보면 종종 맞닥뜨리는 안타까운 사건이 있는데 이건도 그 중 하나였다. 2년 전, 그가 운영하는 회사에는 10명도 채 안 되는 임직원이 있었는데 모두 20,30대로 아이디어가 넘쳤다. 하지만 꼭 필요한 인맥들을 알지 못했다. 그 때 건너건너 업계의 마당발이라는 사람을 소개받았다. 그는 회사가 열망하는 이런저런 계약을 성사시킬 수 있도록 업계 인사들을 소개해 줄 수 있다고 했다. 대표는 주저없이 그를 영입했고, 이사 직함을 달아주었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대표님, 그 이사님이 동종 사업을 계획하시는 것 같아요.” 근심스러운 얼굴로 찾아온 다른 직원의 말을 듣고 사태를 파악했을 때는 이미 그 이사가 회사의 기획서, 회사의 거래정보가 담긴 계약서 등을 유출한 상태였고, 이를 사용해 투자까지 받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대표는 부랴부랴 형사 고소를 했고, 그 이사는 기소되었으나 법원의 생각은 달랐다. ‘회사는 이 문서들을 비밀로 관리하지 않았으므로, 이 문서는 영업비밀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했다. 대표는 근심스런 얼굴로 항소심에서 피해자인 회사를 대리해줄 대리인을 선임하기 위해 우리 법인을 찾아왔다.

유니콘을 꿈꾸는 젊은 창업자들은 서비스 기획과 론칭, 투자 유치, 인재 영입에 제대로 잠을 잘 시간도 없다. 그런 그들에게 영업비밀보호는 아직은 먼 나라 일인 듯 느껴질 것이고, 설마 우리 직원이 그러겠냐는 생각이 들 법도 하다. 그들은 ‘투자 좀 유치하고, 서비스가 안정되면, 규모가 더 커지면 하겠다'며 영업비밀보호 제도 도입을 차일피일 미룬다. 그런데 정말 사내 영업비밀보호제도 도입은 그렇게 어려운 일일까?

황혜진 다라이트 변호사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이 규정하고 있는 영업비밀은 다음과 같다. '공공연히 알려져 있지 않고(비공지성), 독립된 경제적 가치를 가지는 것으로서(경제적 유용성), 비밀로 관리된(비밀관리성) 생산방법, 판매방법, 그 밖에 영업활동에 유용한 기술상 또는 경영상의 정보'로 규정돼 있다. 영업비밀 침해나 누설 또는 부정사용이 문제가 될 때, 비공지성과 경제적 유용성은 상대적으로 쉽게 인정이 된다. 문제는 비밀관리성이다. 많은 기업들이 이 허들을 넘지 못해 중대한 기술상 또는 경영상 정보가 무단 사용되었음에도 법적인 보호를 받지 못하는 사태가 발생하곤 했다. 그래서 2019년 법이 개정돼 ‘합리적인 노력에 의해 비밀로 유지된’의 조항이 ‘비밀로 관리된’이라는 조항으로 변경됐다. 즉, 합리적 노력이 없더라도 비밀로 유지되었다면 영업비밀로 인정받을 수 있는 것이다.

스타트업이 영업비밀을 보호하기 위해 오늘 당장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 먼저 회사의 영업비밀이 무엇인지 파악하고 해당 영업비밀에 비밀임을 표시하는 조치를 취해야 한다. 비밀번호를 설정할 수 있다면 좋고, 어렵다면 ‘대외비’ 표시라도 해야 한다. 해당 문서에 주(主)관리자를 설정해 주관리자가 직원들끼리 공유할 때 ‘대외비’에 해당함을 주기적으로 알려주는 것도 도움이 된다. 또한 정보접근 권한과 접근 방법을 제한할 필요가 있다. 즉, 사내에서 해당 정보에 접근할 수 있는 인원은 해당 문서를 처리할 필요가 있는 인원으로 제한해야 한다.

접속 기록을 파악할 수 있는 시스템을 도입하면 좋겠지만, 그것이 어렵다면 적어도 전 직원이 접속가능한 폴더에 해당 문서를 업로드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 만약 해당 문서의 인쇄본을 보관한다면 출입문에 출입제한장치가 달린 공간에 위치한 자물쇠가 달린 캐비닛에 보관하고, 해당 공간에 입실할 수 있고, 해당 자물쇠를 열 수 있는 인원을 제한해야 한다. 또한 전직원에게 비밀유지 의무를 부과해야 한다. 이에 관해서는 어떤 정보들이 회사의 영업비밀에 해당하고, 그와 관련해 직원들이 어떠한 비밀유지의무를 부담하는지를 기재한 입사자 및 퇴사자용 비밀유지서약서를 각각 마련해 입사 및 퇴사 시 서명토록 하는 방법이 주로 이용된다.

만약 직원이 부주의하게 이를 위반한 사실이 발견되면 즉시 이에 대해 문제 삼고 주의를 줘야 한다. 이러한 문제 제기는 문서화할 수 있게 메일로 남겨두는 것이 좋다. 그 외에도 가능하다면 비밀정보에 대한 정책으로서 문서관리규정을 마련하는 것, 또 비밀유지의무에 대한 보안 교육을 연 1회라도 실시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비밀정보를 제3자에게 공개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사전에 비밀유지계약(NDA)를 체결하거나 제공받는 자에게 그 자리에서 간단한 서약서에서 서명하도록 하는 것이 좋다. 문서는 대외비임을 별도로 표시해야 하고, 회수가 가능하다면 회수해야 한다. 위와 같은 것들을 모두 이행하는 것이 어렵다면 할 수 있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오늘 당장의 노력이 언젠가 고난의 시간에 여러분의 회사를 지킬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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