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가상자산 과세유예 당론으로 채택하나

민주연구원·민주당 가상자산TF 공동 주최 토론회서 당 정책통들 '과세 유예' 한 목소리

컴퓨팅입력 :2021/11/03 18:09

더불어민주당 내에서 가상자산 과세유예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힘을 받고 있다. 민주당 정책 싱크탱크인 민주연구원 원장을 맡고 있는 노웅래 의원과 국회 정무위원회 간사인 김병욱 의원이 주축이 돼 움직이고 있다. 두 의원은 가상자산 과세가 내년 1월 1일로 예정돼 있지만 사회적 합의 과정이 없었고 정부의 과세 준비가 부족하다는 이유를 들어 1년 과세 유예가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여기에 송영길 당대표와 유동수 가상자산 태스크포스(TF)팀 단장도 가상자산 과세 시행을 놓고 "고민이 필요하다"며 거들고 지원에 나서, 더불어민주당이 가상자산 과세 유예를 당론으로 채택할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민주연구원과 더불어민주당 가상자산TF가 공동 주최한 가가상자산 과세 현안점검 및 투자자 보호를 위한 정책 토론회가 3일 국회에서 열렸다.

민주연구원·민주당 가상자산TF가 3일 국회의원회관에서 개최한 '가상자산 과세 현안점검 및 투자자 보호를 위한' 정책 토론회에서 당내 정책통으로 통하는 의원들은 한 목소리로 정부의 가상자산 과세 강행 방침에 우려를 나타냈다.

2020년 세법개정에 따라 정부는 가상자산을 기타소득으로 분류하고 내년 1월 1일부터 250만원이 넘는 양도 차익에 대해 22% 세율(지방세 포함)로 과세할 예정이다. 

개정세법 발표 이후 투자자들의 반발은 계속되고 있다. "정부가 가상자산을 자산으로 인정하지 않고 투자자 보호 방법도 마련하지 않고 세금 걷을 생각만 한다"는 게 가장 불만이다. 또 2023년부터 양도소득세를 부과하는 주식 거래와 형평성이 맞지 않고, 다양한 가상자산 거래 방식이 존재하는 데 여기에 맞춘 과세 시스템 준비가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민주연구원이 지난해 실시한 가상자산 여론조사에 따르면 가상자산 투자경험이 있거나 투자 의향이 있는 경우는 전체 45%로 나타났고 가상자산 과세를 유예해야 한다는 의견이 52%, 즉시 과세해야한다는 의견 42% 보다 12% 포인트(p) 높게 나타났다.

과세 유예 이유로는 '세금 부과만하고 실질적인 투자자보호는 없다'가 33%로 가장 높았고, '주식 세금부과 시기와 형평성을 맞춰기 위해서'라는 답변이 27%, '세금 부과기준이 모호하고 징수 준비가 부족하다'는 의견이 23% 순서로 나타났다.

노웅래 "가상자산 과세 유예 당리당략적 문제 아냐...정부 확실한 입장정리 필요

노웅래 의원이 3일 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노웅래 의원은 이날 "소득이 있는 곳에 세금이 있는 것은 당연하지만 투자자, 시장 보호 없는 과세 역시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가상자산 과세 강행에 문제를 제기했다.

노 의원은 "그동안 거래소가 제멋대로 가상자산을 상장·폐지시킬 때, 작전 세력이 투자자를 속이고 시세조작을 할 때 정부가 무엇을 했느냐고 물을 때 어떻게 답할 것이냐"며 "이제는 정부가 투자자보호와 시장의 안정, 산업의 육성으로 응답해야 할 시점이다"고 힘줘 말했다.

노 의원은 가상자산 과세가 정당을 초월한 아젠다라는 점도 강조했다. 실제 민주당 노웅래 의원 이외에도 국민의힘에서 윤창현, 유경준, 조명희 의원이 가상자산 유예 법안을 발의한 바 있다.


노 의원 "가상자산 과세 유예는 결코 정파나 당리당략적인 문제가 아니다"며 "과세 유예에 대해서 더 이상 분란하지 말고 정부에 확실한 입장정리할 것을 요구한다"고 했다.

김병욱 "기재부와 금융위 설득해 1년 이상 과세 유예 해야"

김병욱 의원이 3일 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김병욱 의원은 가상자산에 대한 정부의 인식 변화가 없는 상황에 아쉬움을 나타내며, 가상자산 과세 유예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김 의원은 "정부의 가상자산에 대한 인식이 박상기 당시 법무부장관이 거래소 폐쇄 발언을하고 ICO(가상자산 발행) 금지 조치를 내린 2017년에서 아직도 변화가 없다는 생각을 많이 한다"며 "정부의 인식 변화가 가장 중요하다고 본다"고 지적했다.

실제 가상자산 시장은 4년 전과 비교하면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커졌다. 주요 가상자산 거래소의 누적 이용자수는 올해 7월 기준 723만명에 이르렀다. 이는 작년 말 기준 147만명에서 5배 이상 커진 것이다. 또, 일 평균거래 금액은 21조원을 돌파하면서 코스닥 일평균 거래 금액인 24조원과 비슷한 규모를 기록하고 있다.

김 의원은 "가상자산 시장이 앞으로 발전하고 변하고 어떤 부작용을 낳을지 완벽한 분석과 전망은 할 수 없지만 미래 혁신을 하기 위해서는 도전이 필요하다"며 "혁신적 과제를 수행하기 위한 과정에 생기는 부작용은 사회 어느 영역에서나 있을 수 있는 만큼 가상자산 산업에 대해서 정부가 좀 더 긍정적으로 (입장을) 포지셔닝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했다.

이어 김 의원은 "이 문제는 민주당이 앞장서서 기재부와 금융위를 잘 설극해서 1년 이상 과세를 유예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송영길 당대표·우동수 가상자산TF 단장 "고민과 대책 필요"

송영길 당대표와 유동수 가상자산 TF단장은 이날 가상자산 유예 입장을 명확히 밝히진 않았지만, 현행 과세 체계에 우려스러운 점이 있다는 점에 공감했다.

유동수 가상자산 TF 단장도 "독일, 영국 등은 보유 기간에 따른 과세 체계를 달리하고 있다"며 "국제 유동성이 활발한 가상자산을 우리가 이렇게 (세게) 과세하는 것이 과연 국익에 도움이 되는가 의문이다"고 지적했다. 이어 "가상자산을 어떻게 규정할 것이냐를 포함해 고민을 많이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관련기사

송영길 당대표는 영상 메시지를 통해 "내년부터 가상자산 과세가 유예 없이 시행될 예정인데 이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크다"며 "가상자산 산업과 투자자 반발을 최소화하기 위한 충분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과세에 대한 준비 필요성에 따라 시행 연기 문제도 논의가 되고 있다"며 "지혜를 모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재명 민주당 대선 후보는 지난 5월 한 언론과 인터뷰에서 가상자산 과세에 대해 "주식 양도차익에 과세하기 시작하는 2023년과 시기를 맞출 필요가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