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S·페이스북, '같은 듯 다른' 메타버스 경쟁

페북 '플랫폼 지배자' vs MS '메타버스의 조력자' 강조

홈&모바일입력 :2021/11/03 15:49    수정: 2021/11/08 10:44

김익현 미디어연구소장 기자 페이지 구독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세계 IT 흐름을 주도하고 있는 마이크로소프트(MS)와 페이스북이 ‘메타버스’란 차세대 왕국을 지배하기 위한 경쟁에 속도를 내고 있다. 

MS는 2일(현지시간) 온라인으로 개최된 ‘이그나이트 2021’ 연례 컨퍼런스에서 메타버스 화상회의 ‘팀즈용 메시’를 비롯한 다양한 기기를 선보였다. 이날 MS는 풍성한 선물 보따리를 풀어놓으면서 “모든 작업이 온라인 상에서 진행되는 메타버스 시대의 미래 비전”을 제시했다.

이에 앞서 페이스북은 회사명을 메타로 바꾸면서 재도약을 선언했다. 마크 저커버그 최고경영자(CEO)는 일찍부터 "페이스북의 미래는 메타버스에 있다"면서 메타버스에 대한 강한 의욕을 드러냈다.

소셜 플랫폼이 기반인 페이스북은 ‘메타버스의 지배자’란 원대한 꿈을 꾸고 있다. 반면 팀즈란 협업툴을 핵심축으로 한 MS는 ‘메타버스의 조력자’를 자처하고 나섰다.

‘같은 듯 다른’ 두 거대 IT 기업의 메타버스 경쟁이 어떤 결과로 이어질 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MS가 2022년부터 팀즈에 3D 아바타를 적용하기로 했다. (사진=MS)

■ 저커버그, 소셜 플랫폼→메타버스의 지배자로 전략초점 옮겨 

메타버스는 초월을 의미하는 메타(meta)와 전 세계, 우주 등의 의미를 담은 유니버스(universe)의 합성어다. 현실공간과 가상의 공간이 유기적으로 결합된 세계를 의미한다.

닐 스티븐슨이 1992년 내놓은 ‘스노 크래시’란 소설에서 처음 사용된 메타버스는 그 동안 소설이나 공상과학(SF) 영화 속에 머물러 있었다. 현실과는 동떨어진 개념이었다.

하지만 인공지능(AI)과 가상현실(VR), 증강현실(AR) 같은 첨단기술이 축적되고 5G 통신이 본격화되면서 상황이 조금씩 달라지기 시작했다. 공상과학의 영역에 있던 메타버스 비전이 조금씩 현실 감을 찾으면서 생활 속 개념으로 바뀌기 시작했다. 

최근 들어선 차세대 인터넷의 핵심 개념이 될 것이란 기대감이 커지면서 많은 국가와 기업들이 관심을 쏟고 있다. 거대 IT 기업들 중에선 페이스북과 MS가 한 발 앞서 자신들만의 메타버스 세계를 구축하기 위해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페이스북에 ‘오큘러스’란 VR 기기가 있다면, MS는 ‘홀로렌즈'를 갖고 있다. 3D 공간에 아바타를 활용해 좀 더 생동감 있는 메타버스를 구축하겠다는 비전도 비슷하다.

페이스북이 회사명을 메타로 바꾸면서 메타버스 비전을 강하게 담아냈다. (사진=씨넷)

회사명을 메타로 바꾼 페이스북은 플랫폼 자체를 메타버스로 업그레이드한다는 비전을 갖고 있다. 또 '호라이즌 워크룸스'(Horizon Workrooms)란 화상회의 시스템도 중요한 축을 형성한다.

MS 메타버스 전략의 핵심은 협업 플랫폼인 팀즈다. 여기에 특별한 장비 없이도 개인화된 아바타로 가상환경에서 현실감 있는 회의를 진행할 수 있게 해주는 ‘팀즈용 메시’를 선보이면서 MS표 메타버스 비전을 좀 더 구체화했다.

하지만 둘의 메타버스 전략은 공통점보다는 차이점이 더 많다.  

소셜 미디어가 성장의 발판인 페이스북은 ‘메타버스 플랫폼’으로 진화하겠다는 꿈을 갖고 있다. 한 마디로 '메타버스의 소유자’가 되겠다는 것이 페이스북의 미래 전략이다. 세계 최대 소셜 플랫폼에 VR, AR 기술을 접목하고, 자체 화폐까지 결합해 또 다른 왕국을 건설하겠다는 것이다. 

그 핵심 축은 페이스북이 2014년 23억 달러에 인수한 오큘러스다. 잘 아는대로 오큘러스는 VR 기기 전문업체다. 페이스북에게 오큘러스는 다가올 미래를 구현할 중요한 축이다.

오큘러스는 페이스북의 메타버스 전략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하게 된다. (사진=오큘러스)

최근엔 암호화폐 프로젝트인 ‘디엠(Diem)’에 많은 공을 들이고 있다. 현실과 가상의 공간, 상거래와 커뮤니티가 결합된 메타버스에선 어떤 ‘화폐’를 사용할 것인지가 중요한 문제다. 디엠은 페이스북이 그리고 있는 메타버스란 큰 비전의 중요한 축이 될 수도 있다.

메타버스는 페이스북 창업자인 마크 저커버그의 오랜 꿈이었다. 한 두 해 사이에 불쑥 튀어나온 전략은 아니다. 

하지만 소셜 그래프를 기반으로 한 촘촘한 연결망을 만들어냈던 저커버그가 그리는 ‘메타버스’는 페이스북의 업그레이드 버전이 될 가능성이 많다. 자신이 거대 메타버스의 ‘창조자’가 되는 그림을 그리고 있을 것이란 의미다.

■ MS "특정기업이 메타버스 지배하는 건 디스토피아"

MS가 생각하는 메타버스는 조금 다르다. 특정 기업이 메타버스를 전부 소유하는 것은 ‘디스토피아’나 다름 없다는 것이 MS의 생각이다.

MS의 AI 및 혼합현실 기술 펠로우인 알렉스 키프먼은 패스트머니와 인터뷰에서 “모든 사람들이 나의 메타버스에서 거주하도록 하겠다는 것은 내가 보기엔 디스토피아적인 미래 비전이다”고 비판했다.

그는 “오늘날의 웹사이트는 내일은 메타버스가 되며, 나는 여러 메타버스에 등록하게 될 것이다”고 주장했다.

키프먼은 메타버스와 초기 인터넷을 비교했다. 초창기 인터넷을 지배한 것은 AOL이나 컴퓨서브 같은 서비스였다. 하지만 이들은 '폐쇄된 정원’에 가까웠다. 이용자들이 자신들만의 세계 속에서 놀도록 했다.

MS가 새롭게 선보일 팀즈용 메시는 몰입적인 공간을 구축할 수 있다. (사진=MS)

한 때 반짝하는 듯 했던 폐쇄된 정원의 시대는 오래 가지 않았다. 사람들이 개방되고 널리 연결된 인터넷에 익숙해지면서 서서히 잊혀졌다.

그는 “인터넷을 흥미롭게 만들어준 것 웹사이트들 간의 연결이었다”고 강조했다. 메타버스 역시 ‘폐쇄된 정원’이 아니라 다양한 세계가 연결되는 방식으로 발전해 나갈 것이란 설명이다.

물론 MS는 협업툴인 팀즈를 메타버스의 한 원형으로 생각하고 있다. 기업들은 이 곳에서 자신들만의 공간을 구축할 수 있다.

하지만 MS는 페이스북/메타와 달리 자신들의 메타버스를 소유하는 데는 관심이 없다. 오히려 다양한 메타버스(multiverse)들이 서로 잘 연결할 수 있는 접착제 같은 역할을 하겠다는 것이다. 그 역할을 담당하는 것이 바로 ‘팀즈용 메시’다.

실제로 팀즈용 메시는 기업들이 API를 활용해 자신들의 메타버스를 구축할 수 있도록 해준다. 마치 오늘날 아이폰 앱과 비슷한 역할을 한다고 패스트컴퍼니가 분석했다.

■ 가는 곳 같지만 철학은 다른 두 회사, 어떤 승부 펼칠까

왜 MS는 팀즈의 미래 전략의 핵심으로 메시를 제시했을까?

니콜 허스커비츠 팀즈 및 마이크로소프트365(M356) 총괄은 더버지와 인터뷰에서 “가상 세계에서는 30, 40분만 회의를 해도 주의를 기울이고 집중하는 것이 매우 힘들다”면서 “메시는 하루 종일 화상회의를 할 때 생기는 인지과부하를 좀 더 줄이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고 강조했다.

메타버스를 접목한 팀즈에는 3D 아바타를 도입하게 된다. 또 그것들을 이용하기 위해 VR 헤드셋을 쓸 필요도 없다. 게다가 이 아바타들은 AI를 기반으로 사용자의 움직임이나 제스처 등을 표현한다.

MS도 한 때 ‘나만의 정원’을 꿈꾸던 적이 있었다. 빌 게이츠 시절 ‘내 손안의 컴퓨터’란 비전을 제시했다. 하지만 PC 시대에서 인터넷 시대로 넘어오면서 MS는 ‘폐쇄된 정원’ 대신 협업과 오픈소스에 많은 관심을 쏟았다.

팀즈용 메시가 제공하는 공간에서 서로 만나 협업을 할 수도 있다. (사진=MS)

팀즈를 축으로 한 MS표 메타버스 역시 그런 전략의 발전된 버전이 가능성이 많다. 실제로 MS는 팀즈에 사용한 아바타를 다른 메타버스에서도 그대로 쓸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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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리콘밸리의 두 절대강자인 MS와 페이스북. 한 때 다른 영역에 발을 딛고 있던 두 회사가 메타버스란 차세대 비전을 향한 경쟁을 막 시작하려하고 있다.

과연 어느 쪽의 메타버스 비전이 더 강한 울림을 가져올 수 있을까? 이 질문만으로도 두 회사의 행보를 좀 더 흥미롭게 지켜볼 수 있을 것 같다.

김익현 미디어연구소장sini@zdne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