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우외환 페이스북, '메타'로 새로운 도약 노린다

'메타버스 퍼스트' 의지 담아…일부선 "페북 이미지 세탁" 비판도

인터넷입력 :2021/10/29 15:05    수정: 2021/10/29 15:06

김익현 미디어연구소장 기자 페이지 구독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메타버스 퍼스트’를 선언한 마크 저커버그가 새 회사명으로 ‘메타’를 선택했다. 17년 동안 회사명 역할까지 병행했던 페이스북은 메타를 지탱하는 두 바퀴 중 하나로 존재감이 강등됐다.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최고경영자(CEO)는 27일(현지시간) 온라인으로 열린 ‘커넥트 컨퍼런스’ 기조연설을 통해 “회사명을 메타로 바꾼다”고 선언했다.

페이스북은 회사명과 함께 로고도 바꿨다. ‘좋아요’를 상징했던 엄지손가락 모양 대신 수학 기호 메타(∞)를 새 로고로 선택했다. 12월부터는 증시 거래기호 역시  $FB 대신 $MVRS를 사용할 계획이다.

페이스북이 회사명을 메타로 바꾸면서 새 출발을 선언했다. (사진=메타)

■ "6개월 전부터 작업페이스북은 메타버스 비전 포괄 힘들어"

페이스북의 회사명 변경은 이미 예견됐던 일이었다. 실적 발표나 커넥트 기존연설 중 한 쪽을 택해서 공표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했다. 저커버그는 실적 발표 컨퍼런스 콜 대신 커넥트 기조연설을 택했다.

회사명 변경은 하루 아침에 결정된 사안은 아니다. 저커버그는 커넥트 개막 전날 더버지와 인터뷰를 통해 “6개월 전부터 극비리에 진행해 온 프로젝트였다”고 밝혔다. 사명 변경 작업에 참여한 직원들은 비밀유지협약에 서명한 뒤 관련 작업을 해 왔다고 털어놨다.

그렇다면 페이스북은 왜 회사명을 바꿨을까? 이 질문에 대해 저커버그는 “소셜 미디어 앱 중 하나를 회사 브랜드롤 사용하다보니 많은 혼란이 있었기 때문이다"고 설명했다.

게다가 페이스북이란 로고는 '메타버스 퍼스트’라는 회사의 미래 비전과도 맞지 않는다. 이런 판단에 따라 회사명 변경 작업을 진행해 왔다고 저커버그는 설명했다.

메타라는 새 회사명에는 메타버스란 비전과 함께 새로운 장을 연다는 의미가 담겼다. (사진=씨넷)

여기까지는 충분히 납득이 가는 설명이다. ‘메타버스 퍼스트’란 비전을 담기엔 페이스북이란 브랜드는 한계가 뚜렷하기 때문이다.

최근 들어 페이스북은 앱 사업부문 뿐 아니라 가상현실(VR)과 증강현실(AR) 쪽에도 많은 힘을 싣고 있다. 특히 AR을 메타버스를 지탱하는 페이스북의 미래 전략에선 핵심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페이스북이 3분기 실적 발표 때 소셜 네트워킹 앱과 페이스북 리얼리티 랩(Facebook Reality Labs) 등 두 개 부문 실적을 별도로 공개하겠다고 밝힌 것도 이런 속내를 그대로 보여준 것이다.

이 기준에 따르면 페이스북을 비롯해 인스타그램, 메신저, 왓츠앱 등의 기존 서비스들은 ‘앱 사업 부문’으로 분류된다. 반면 증강현실(AR), VR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콘텐츠 부문은 리얼리티 랩이 총괄한다.

메타란 브랜드를 새롭게 도입한 것은 이런 구조를 포괄하기 위한 조치라고 봐야 한다. 검색에 초점을 맞췄던 구글이 미래 사업으로 영역을 본격 확장하면서 ‘알파벳’이란 지주회사 체제를 도입한 것과 비슷한 모양새다.

저커버거는 메타로 회사명을 바꾼 것은 메타버스를 구축하려는 의도 뿐 아니라 새로운 장을 연다는 의미도 있다는 취지로 설명했다. ‘메타’는 그리스어로 ‘저 너머(beyond)’란 의미도 있다.

■ 시점은 묘해…"창업자 강력한 지배력 보여줬다" 평가도 

하지만 시점이 묘하다. 최근 페이스북은 여러 가지 구설수에 휘말렸다. 개인정보 유출부터 사생활 침해까지 사건사고가 끊이지 않았다. 최근엔 내부 고발자인 프랜시스 하우겐의 폭로로 페이스북의 추악한 면모가 드러나기도 했다.

따라서 페이스북이 이 시점에 브랜드를 ‘메타’로 바꾸는 건 이런 구설수와 거리를 두기 위한 것 아니냐는 비판도 만만치 않다.

이에 대해 저커버그는 더버지와 인터뷰에서 “최근의 여러 나쁜 뉴스들은 사명 변경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다”고 선을 그었다. 지금 상황이 새로운 브랜드를 내놓기 적합한 시점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그것 때문에 회사명을 바꾸는 것은 절대 아니라고 강조했다.

저커버그는 이날 기조연설에서 ‘페이스북’이란 말을 거의 사용하지 않았다. 대신 ‘메타버스 퍼스트’ 비전과, 그 비전 실행 방안에 대해 구체적으로 설명하는 데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이날 저커버그는 “우리 모두가 작업을 하면, 메타버스가 10년 내에 10억 명에게 도달할 수 있을 것이다”면서 “그곳에서 수 천억 달러의 디지털 상거래를 유치하고, 수 백만에 이르는 창작자와 개발자의 일자리를 지원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사진=마크저커버그 페이스북

그는 또 블록체인 기반 대체불가능토큰(NFT)을 활용해 '디지털 상품'을 전시하고 판매할 수 있는 마켓플레이스도 개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알파벳 지주회사를 도입한 구글처럼 페이스북도 회사명이기도 했던 주력 사업을 독립 사업 부문의 하나로 강등시켰다. 현재가 아니라 미래에 초점을 맞춘 구조 개편인 셈이다.

‘스트래처리’란 사이트를 운영하고 있는 벤 톰슨은 이 같은 페이스북의 행보에 대해 “창업자의 통제력을 잘 보여준 사례”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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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회사 구조 개편은 ‘현재’가 아니라 ‘미래'에 초점을 맞춘 것이다. 그런데 그 미래는 아직 존재하지 않는다. 다만 창업자인 저커버그는 ‘반드시 올 미래’라고 확신하고 있는 분야다.

결국 회사에 대한 강력한 지배력을 갖고 있는 창업자의 미래 승부수인 셈이다.

김익현 미디어연구소장sini@zdne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