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과 분산, 통합의 거버넌스 역사

[대전환 시대의 정부 거버넌스 ②] 집중과 분산, 통합의 과정 반복

방송/통신입력 :2021/11/01 14:01    수정: 2021/11/02 15:38

선거의 계절이다. 앞으로 5년, 대한민국을 이끌 대통령 선거다. 이번에는 유독 부처 개편에 대한 제안들이 더 쏟아지고 있다. 대전환기의 대통령, 포스트 코로나19의 대통령에 대한 기대감이 촉매제다. 지디넷코리아는 이 같은 상황을 감안, 10회에 걸쳐 정부 조직개편에 관한 시리즈를 마련한다. 조직개편의 과거와 현재, 미래의 바람직한 대안과 전망을 살펴본다. <편집자>

정보통신(ICT)·과학기술 입국의 역사 얘기다. 예의 김영삼정부로 거슬러 올라간다. 정부통신부의 신설과 초고속정보통신 기반 종합계획 수립, 정보화촉진기본법 제정이 계기다. 이른바 집중형 거버넌스의 출범이다.

다음은 김대중정부가 이어받았다. 정보통신부 기능이 강화됐다. 과학기술처는 도약했다. 과학기술부로의 승격이다. 노무현정부는 한발 더 나아간다. 과학기술부의 부총리급 격상이다. 과학기술 입국의 전기를 마련했다는 평가다.

과학기술처럼 거버넌스의 역사는 직진만 하는 것은 아니다. 이명박정부의 정보통신부, 과학기술부 해체는 분명 후퇴였다. 정책 컨트롤타워의 붕괴다. 소위 분산형 ICT·과학기술 거버넌스의 시대다. 정치적 결단의 결과물이다.

다시 제 궤도에 올라탔다. 박근혜정부에서 ICT·과학기술 거버넌스는 부활의 전기를 맞았다. ICT와 과학기술이 통합된 형태다. 집중형이자 통합형 ICT·과학기술 거버넌스다.

이명박정부의 ICT·과학기술부 해체는 거버넌스의 분산이다. 편의상 분산형 거버넌스로 분류한다. 박근혜정부는 ICT·거버넌스를 부활시켰다. 이번에는 ICT와 과학기술의 통합이다.

김영삼정부의 집중과 이명박정부의 분산, 다시 박근혜정부의 통합의 역사다. ICT·과학기술의 발전단계에 따라 1기 김영삼정부, 2기 김대중·노무현정부, 3기 이명박정부, 4기 박근혜정부로 분류하는 학자도 있다.

역대정부 조직개편 추이

◇ 김영삼정부 = 우선, ICT 거버넌스의 신설이다. 1994년 12월, 정보통신부 신설은 ICT 거버넌스의 일대 전기로 기록된다. ICT 집중형 거버넌스의 출범이다. 체신부와 상공부, 과학기술처의 정보통신, 소프트웨어(SW), 하드웨어(HW) 업무를 정보통신부로 집중, 일원화 했다. 'ICT코리아'의 기틀을 다졌다는 점에서 역사다.

배경은 다양하다. 집권 2년차 당시로선 역사 바로 세우기, 하나회 척결, 금융 실명제 실시, 공직자 재산 공개 등의 개혁 정치와 각종 재난적 사고 등 복합적이다. 국면 전환적 성격이다.

이를 기점으로 초고속정보통신 기반 구축을 위한 종합계획을 수립했다. 이듬해에는 정보화촉진기본법을 제정, 법·제도적 기반도 마련했다. 정보화촉진기금의 조성(1996년 1월), 정보화촉진기본계획 수립(1996년 6월)으로 예산과 플랜의 기틀도 다졌다.

◇ 김대중정부 = 과학기술처의 과학기술부로의 승격도 컸다. 좌우정권이 이양된 1998년 2월의 일이다. ‘지식정보강국’이란 케치프레이즈를 내건 다음의 일이다. 새 정권 출범과 함께 거버넌스를 조정한 결과다. 과학기술의 집중형 거버넌스의 시작이다.

당시로선 IMF사태 국가위기 극복을 위한 수단이다. ICT·과학기술에 투자해 벤처창업과 일자리 마련이란 목적이 그것이다.

대통령이 의장인 국가과학기술위원회 출범(1999년 1월), 세계 10위의 과학기술 입국을 위한 과학기술기본계획 수립(2001년 2월), 행정의 투명화를 위한 전자정부법 제정(2001년 3월) 등 법제도적인 뒷받침이 따랐다. ICT·과학기술의 발전기로 꼽힌 배경이다.

◇ 노무현정부 = 노무현정부는 ICT·과학기술 거버넌스의 전성기로 꼽힌다. 정부 조직 측면에서 그렇다. 국가 IT산업 정책을 포괄하는 ‘IT839’, ‘뉴IT839’ 전략을 수립, 시행했다. 과학기술 부총리체제 도입과 과학기술혁신본부 출범이 대표적이다. ICT·과학기술 분야의 수직적 거버넌스 체계의 확립이다.

당시로선 ICT를 바탕으로 한 정보통신 강국, 수직적 과학기술 거버넌스 체계를 앞세운 제2의 과학기술 입국 달성 등 선진국 진입의 수단화가 최우선의 목표였다.

부총리 체제의 도입은 정책 조정과 예산 분배의 컨트롤타워의 의미 이상이다. 먼저 개별 부처 위주의 과학기술 인력·산업·지역혁신 정책의 조정 기능이다. 국가연구개발 사업의 평가와 예산 분배·조정 기능의 체계화도 가능하다. 정권 후반기에는 방송통신융합추진위원회를 가동하는 등 융합시대를 준비했다.

ICT거버넌스 타임라인

◇ 이명박정부 = ‘작은 정부론’을 내세웠다. 전면에는 시장 만능 정책을 내걸었다. 신자유주의다. ICT·과학기술이 정책 후순위로 밀렸다. 새 정부 출범하는 2008년 2월, 정보통신부와 과학기술부가 해체됐다. 각기 지식경제부, 교육과학부에 흡수됐다. 과학기술혁신본부도 폐지됐다. ICT·과학기술 분산형 거버넌스 체제의 시작이다.

진영논리의 여파가 컸다. 인터넷·과학기술은 젊은층, 진보층의 전유물로 인식했다. 정치적, 조직적 논리의 희생타였다. 4대강사업과 자원외교 등 토목건설에 집중하자는 결론이다. 대기업 출신의 대통령과 시장 만능주의자인 신자유주의 세력의 입김이 컸다.

이른바 ‘577 전략’은 형식적 어젠더였다. GDP 대비 5% R&D 투자, 7대 기술분야 육성, 7대 시스템 선진화·효율화를 추진한다는 목표다. 거버넌스의 해체로 인한 조정 및 실행력 측면에서 구두선일 뿐이었다. 정권 중반기에는 IT특보를 신설했다. ICT·과학기술 홀대론의 위무용이다.

◇ 박근혜정부 = ICT·과학기술 통합 거버넌스의 시작이다. ‘창조경제’를 위한 새로운 추진체계다. 전산업의 디지털 혁신을 도모한 집중형이자 통합형 거버넌스다. '비타민 효과론'이다.

당시로선 미래창조과학부를 정권의 브랜드부처로 내세워 과학기술과 ICT를 접목해 전통산업과 첨단산업을 고루 육성하겠다는 취지였다. 국민소득 3만달러 시대 견인이 목표다. 통합 거버넌스는 기초기술과 응용기술의 융합 거버넌스의 효율성을 강조한 결과였다.

이상과 현실의 부조화 논란이 비판 지점이다. ICT·과학기술 통합형 컨트롤타워가 따로 놀았다. 디지털 창조경제, 선도형 연구개발(R&D) 체계, 5G 이동통신, 정부 3.0 등의 정책이 그것이다. 효율성과 성과에서 밀렸다. 청와대 비서실과 미래창조과학부에 이르는 인사 실패가 원인이다. 여타 정치 현안에서도 후순위다.

◇ 문재인정부 = 전임 정부의 ICT·과학기술 집중형 통합 거버넌스를 계승했다. 인수위 없이 출범한 탓이 컸다. 4차 산업혁명기의 대전환시대를 맞아 ‘4차산업혁명위원회’를 신설했다. 과학기술혁신본부도 부활했다. 초(超)시대의 ICT·과학기술 진흥이 목표다.

논공행상 논쟁을 유발했다. 4차산업혁명위원장,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등은 적임자 논란에 휘둘렸다. 디지털 혁신과 대전환을 주도할 적임자냐는 것이다. ICT·과학기술 정책은 코로나19 팬데믹의 방역 우선, 검찰개혁의 힘겨루기에 밀렸다.

뒤늦게 디지털 정부혁신, 인공지능 국가전략이 나왔다. 팬데믹 상황의 대응책이다. 한국형 뉴딜도 나왔다. 디지털뉴딜, 그린뉴딜 프로젝트가 그것이다. 성과와 평가는 현재 진행형이다. 내부적으론 정보통신은 방송에, 과학기술은 정보통신에 밀렸다는 평가다.

주목 받는 ICT·과학기술부 거버넌스. 사진은 세종시 청사 과학기술정보통신부

◇ 집중-분산-통합 ‘흐름’ = ICT·과학기술은 대한민국의 오늘이다. 정·관·산·학의 대체적인 평가다. 김영삼정부의 집중형 거버넌스는 'IT코리아'의 초석이 됐다. ‘산업화는 뒤졌지만 정보화는 앞서가자’는 구호와 의지가 이를 방증한다.

김대중·노무현정부는 전임정부 거버넌스 체제다. 김대중정부는 ‘세계에서 컴퓨터를 가장 잘 쓰는 나라’를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과학기술부의 출범도 기록이다. 노무현 정부는 제2의 ‘과학기술 입국’을 주창했다. 과학기술 부총리제라는 수직적 거버넌스다. 'IT839'를 내세웠다. 전략적 구호 이상이다. 모두 집중형 거버넌스 체제의 결과물이다.

관련기사

그러나 이명박정부는 ICT·과학기술 거버넌스를 해체했다. 4대강사업과 자원외교에 집중했다. ICT·과학기술 정책은 후순위로 밀렸다. 정책 컨트롤타워 붕괴에 따른 ‘특정 산업 홀대론’이 무성했다. 시장에 모든 것을 맡기자는 신자유주의자들과 대기업 CEO 출신의 통치권자가 선택한 결과다. 정치적 선택이다. 분산형 거버넌스 체제의 산물이다.

박근혜정부는 집중형 통합 거버넌스 체제를 선택했다. 문재인정부도 전임정부의 거버넌스를 이어받았다. ICT·과학기술 거버넌스는 김영삼정부에서 문재인정부에 이르기까지 집중형 거버넌스와 분산형 거버넌스, 다시 통합형 거버넌스로 이어지는 집중과 분산, 통합의 과정을 반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