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지서도 서울 유명 병원과 같은 진료 가능"···ETRI, 닥터AI 개발

각 병원 EMR 통합하지 않고 활용하는 방식 새 기술 개발

과학입력 :2021/10/27 10:51    수정: 2021/10/27 15:55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원장 김명준)은 여러 병원에 구축된 의료지능을 통합해 환자의 현재 상태를 정밀하게 분석하고 미래건강을 합리적으로 예측하는 인공지능 주치의 '닥터 AI(Dr. AI)'를 개발했다고 27일 밝혔다.

이번에 ETRI가 개발한 '닥터 AI'는 각 병원의 환자 진단기록인 전자의무기록(EMR)을 통합하는 대신 각 병원의 EMR 기반 의료지능을 동시에 활용하는 방식(앙상블)으로 의사의 진료를 돕는다. 즉, 민감정보에 직접 접근하지 않으면서 다른 기관의 의료 데이터를 공동 활용하는 효과가 있다. 간접적으로 기관별 의료정보를 빅데이터화(化)한 셈이라고 ETRI는 밝혔다.

코로나19로 비대면 진찰 필요성과 함께 의료 데이터를 학습해 환자를 분석하고 진단하는 의료 인공지능 기술이 새롭게 떠오르고 있는데, 의료지능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서는 각 병원의 EMR을 직접 통합해 환자별 의료 데이터를 수집 및 축적해야 하지만 현재 우리나라 의료법 및 제도상 한계가 있다. 이에 ETRI가 개발한 '닥터 AI'는 EMR을 통합하는 대신 각 병원의 EMR 기반 의료지능을 동시에 활용하는 방식(앙상블)으로 진료를 돕는다. 이론적으로는 이 서비스가 활성화되면 백령도 같은 오지에서도 서울의 유명 병원과 같은 의료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닥터 AI'에 환자의 현재 정보를 입력하면 각 기관 의료지능이 개별 분석한 뒤 결과치를 통합, 오차를 조정해 최적 예측치를 선별한다. 단일기관 의료지능만 활용하는 경우에 비해 10%가량 높은 정확도를 나타냈는데, ETRI 연구진은 기관별로 다른 데이터를 학습한 의료지능과 협진하는 방식으로 정확도를 끌어올렸다. 서울아산병원, 울산대병원, 충남대병원과 함께 약 74만 명의 심혈관계 질환자 EMR을 이용, 예측 정확도를 90% 이상까지 높였다.

ETRI가 개발한 '닥터 AI'의 핵심기술은 ▲앙상블 의료지능(기관별 예측 추세 및 오차 분석) ▲시계열 EMR 의료지능(예측 근거 및 건강상태 분석) ▲멀티모달 의료지능(의료 데이터 학습) 등이다.

ETRI 연구원이 인공지능주치의 '닥터 AI' 기술을 설명하고 있다.
ETRI가 개발한 닥터 AI 개념도

'앙상블 의료지능'은 어느 병원을 방문하든 '닥터 AI'가 구축된 전국 병원에서 가장 적합한 의료 데이터를 기반으로 환자의 미래 건강상태를 파악한다. 예컨대, 지역 검진센터에서 진단한 호흡계 만성질환을 '닥터 AI'를 통해 심혈관계 데이터가 충분히 축적된 대형병원 의료지능을 활용하면 더욱 종합적이고 상세한 분석 및 예측이 가능해진다. 약 2년 뒤 심장에 심각한 손상을 초래할 수 있는 질환이라는 예측까지도 해낼 수 있다고 ETRI는 밝혔다.

연구진은 시계열 EMR 의료지능을 활용해 병원 방문 빈도 및 검진 항목 등 분석 가중치와 집중도를 다르게 설계, 더욱 정밀하게 예측이 가능토록 했다. 시계열 분석에 사용하는 의료 데이터는 환자의 불규칙한 방문 간격과 다양한 검사 종류 등 EMR 고유의 특징을 고려한 예측 방법이 필요한데, 이번 기술을 통해 정확도를 높였다. 또 멀티모달 의료지능은 EMR 데이터 뿐 아니라 심장 CT 영상 데이터를 함께 학습, 활용하므로 심혈관질환 예측 정확도를 높이고 환자 맞춤형 치료에도 도움을 준다.

ETRI는 병원마다 의료지능을 구축, 사람이 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사례를 딥러닝으로 학습시켜 정확도를 높일 예정이다. 유사한 사례까지 적극적으로 예측에 활용, 주요 질환을 조기 진단해 국민의 건강한 삶을 보장하는 데 연구를 주력한다.

닥터 AI 기술개발 책임자인 ETRI 최재훈 책임연구원은 “환자 데이터가 상대적으로 풍부하지 않은 1, 2차 병원 뿐 아니라 대형병원 역시 환자군이 다른 병원의 의료지능을 동시에 활용해 협진과 같은 효과를 도출할 수 있다"면서 "이로써 의료 수준의 상향 평준화도 가능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연구진은 내년까지 시스템 고도화를 위해 의료기관을 확대해 예측 정확도를 더 높이고 암이나 당뇨병 등 다른 질병에도 적용할 계획이다. 아울러 진단 외에 최적 치료 경로를 탐색하는 AI 개발도 연구 중이라고 밝혔다.

현재 연구진은 '닥터 AI' 상용화를 위해 11월 말까지 대아정보시스템과 연구소기업 창업을 추진하고 있으며, 핵심기술은 별도로 기술이전 및 상용화가 진행 중이다. 이외에도 이번 기술은 국제전기전자공학회(IEEE)가 발간하는 세계적 학술지에 게재된 바 있다.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심혈관질환을 위한 인공지능 주치의 기술개발' 과제로 진행됐다. 총괄책임자는 ETRI 의료정보연구실 김승환 박사가, 공동연구기관으로 서울아산병원, 대아정보시스템이 참여했고 아주대병원, 울산대병원, 충남대병원 등이 위탁연구로 도움을 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