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엔터, 콘텐츠 생태계 지키고 신진 작가 더 챙긴다

내년 상반기 작가 직접 정산 확인 시스템 구축..."개선안 더 마련"

인터넷입력 :2021/10/26 10:05    수정: 2021/10/26 15:23

"한국 웹툰이 글로벌 산업으로 성장하는 데는 '작가-CP-플랫폼'으로 이어지는 유기적인 산업 구조가 한몫 했다. 콘텐츠 제공사(Contents Provider, CP)가 작가를 발굴해 콘텐츠를 제작하면, 플랫폼이 또 한번 작품을 다듬고 홍보와 번역에 돈을 쏟아 부어 콘텐츠를 유통한다. 이 선순환 고리가 있어 지금의 'K웹툰'이 가능했던 거라 생각한다."

K웹툰의 발전 동력을 설명하는 과정에서 나온 한 CP 대표의 말이다. 그에 따르면 글로벌 시장에서 웹툰 플랫폼들이 자리를 잡게 되면 더 많은 대형 스타작가들이 탄생하게 된다.

이럴 경우 플랫폼은 생계가 어려운 신진 작가들을 품으려는 노력을 해야 하고, 사회는 글로벌 경쟁력인 국내 콘텐츠 산업 구조를 키우는 데 힘을 실어줄 필요가 있다는 게 업계의 공통된 의견이다.

그림 그리기 자료 사진(제공=이미지투데이)

플랫폼 수수료 이슈에 관한 사회적 관심이 뜨겁다. 세계적으로 떠오른 한국의 웹툰과 웹소설 분야도 마찬가지다.

카카오웹툰으로 글로벌을 공략 중인 카카오엔터테인먼트(이하 카카오엔터)가 최근 낸 자료에 따르면, 올해 콘텐츠 판매분 55%와 무료 캐시 정산분 14%를 합쳐 70% 가량의 수익이 콘텐츠 제공자에게 돌아갔다.

그럼에도 여러 주체가 과실을 나눠 가져 정작 창작자 몫이 줄어든다는 사회적 갑론을박은 여전하다. 작가 생태계 개선이 필수적이라는 데 이견이 없지만, 업계에선 장기적으로 각 산업 주체의 역할 역시 도외시해선 안 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만화책 자료사진(제공=픽사베이)

CP는 웹툰, 웹소설의 부상과 함께 새로운 콘텐츠 주체로 등장했다. 2014년부터 콘텐츠 시장이 모바일로 재편되면서 기존 종이책 중심이던 출판사들 가운데 대부분이 CP로 업종을 바꿨다. 대표적으로 약 400억원의 매출을 올린 '나 혼자만 레벨업' 발행사 디앤씨미디어가 있다. 자체 PD와 오랜 출판 노하우를 보유한 이들이 늘어나면서 웹툰, 웹소설은 콘텐츠 수와 독자 수를 폭발적으로 늘렸고, 현재의 산업 외연 역시 갖추게 됐다.

CP 성장의 끌차가 된 회사 중 하나가 카카오엔터다. 작가 직계약 중심 네이버웹툰과 달리 지난 수년간 1조5천억원을 CP 등 국내 생태계에 투자한 카카오엔터는 현재 유통하는 콘텐츠에서 CP 계약이 차지하는 비율이 80~90%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CP가 작품을 공급하면 플랫폼은 자체 PD, MD들을 통해 또 한 번 작품을 감수해 자사 플랫폼에 유통한다. 이때 공격적인 마케팅이 병행되는데, 유료로 최신 회차를 미리 보는 '기다리면 무료'(기다무)라는 사업 모델은 웹툰, 웹소설을 유료 산업으로 이끈 모델로 평가받는다. 적극적 선투자로 여러 작품을 발굴하는 한편, 무료 캐시로 독자 유입을 유도해 이 정산분을 다시금 창작자에게 돌려주는 독특한 비즈니스도 구축했다. 한 작품을 보면 다른 작가의 콘텐츠 구매로도 이어지는 웹툰, 웹소설 이용자 특성을 프로모션에 접목한 것이다.

카카오엔터 로고

카카오엔터 측은 "양질의 유료 콘텐츠로 구매를 늘리고, 이 수익을 다시 생태계로 쏟아 부어 산업 규모를 키우는 데 초점을 맞춘 것"이라고 설명했다.

웹툰 플랫폼들의 글로벌 성과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는 점도 고무적이다. 글로벌 진출은 곧 작가의 수익 증대로 이어질 수 있어서다.

카카오엔터와 네이버웹툰은 국내를 넘어 일본과 미국, 아세안 등 글로벌 전역에서 웹툰 패자 자리를 놓고 혈전을 펼치고 있다. 일본 1위인 카카오재팬 픽코마와 더불어 카카오웹툰으로 태국 시장 1위에 오른 카카오엔터는 번역 등 공격적인 현지화 인력 투자와 기술 개발을 통해 향후 유럽, 북미 등으로 본격적으로 진출한다는 계획이다.

카카오엔터 작가 생태계 1차 개선안

한편 '작가-CP-플랫폼' 3자 분업 시스템은 CP-작가 간 '깜깜이' 정산과 불공정 계약 문제 있다. 무료 캐시 역시 흥행작 위주로 수익이 몰릴 수밖에 없다. 카카오엔터가 지난 20일 캐시 5% 정산분을 보전, 선투자 작품에 60% 수익을 무조건 보장하겠다는 골자의 개선안을 내놓은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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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자회사 CP 7개사를 대상으로 전수조사를 진행 중인 카카오엔터는 내년 상반기 작가가 직접 정산을 확인하는 시스템도 구축한다는 목표다.

카카오엔터는 해당 개선안에 대해 "비단 이번 개선안만이 아니라 재능 있는 저소득 청년작가를 선발·육성하고, 신진 작가층을 육성하기 위한 개선안도 차례대로 발표해 나가겠다"고 약속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