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리호가 '한국형 발사체'로 불리는 이유

설계·제작·발사·운용 모든 과정의 기술 국산화

과학입력 :2021/10/21 09:35    수정: 2021/10/21 09:42

21일 오후 드디어 하늘로 날아오르는 ‘누리호’가 한국형 발사체로 불리는 이유에 관심이 집중된다.

약 10년 전 나로호 또한 한국형 발사체로 불렸는데, 누리호는 나로호 때보다 훨씬 더 많은 우리 기술이 사용된 것이 특징이다.

21일 한국항공우주연구원에 따르면 누리호는 설계, 제작, 시험, 발사 운용 등 모든 과정에 국내 기술이 적용된다. 구체적으로는 이번 누리호 발사를 위해 중대형 액체로켓엔진을 개발했고, 이 엔진을 개발할 설비 또한 구축했다. 대형 추진제 탱크와 발사대까지 독자적으로 구축했다.

누리호 개발 참여 산업체 현황

오승협 한국항공우주연구원 발사체추진기관개발부장은 "누리호에 사용되는 75톤급 액체엔진은 현재 누리호 발사 전까지 모두 33기의 엔진을 시험했다"며 "지상과 고공모사환경에서 총 184회, 누적연소시간 1만8천290초를 수행했다"고 말했다.

2010년 누리호 개발 초기부터 관련 산업체의 보유기술, 인력 및 인프라 등을 지속적으로 활용하고 있으며, 총 사업비의 80%인 약 1조5천억원 규모가 산업체에서 집행됐다.

2013년 4월 3차 만에 발사에 성공한 나로호에는 30톤급 액체엔진 구성품을 개발해 사용했다. 당시 위성 궤도 진입 기술, 발사체 시스템 설계 및 발사 운용 기술 등 수준을 확보했다. 총 5천25억원의 연구비가 사용됐다.

이번 누리호 발사에 성공하면 우리나라는 자력발사가 가능한 10번째 국가에 올라선다. 무게 1톤 이상 실용급 이상 위성 발사가 가능한 중대형 액체로켓 엔진 기술 측면에서는 7번째다. 러시아(1957년), 미국(1958년), 유럽(프랑스 등 1965년), 중국(1970년), 일본(1970년), 인도(1980년)가 이에 해당한다. 이스라엘(1988년), 이란(2009년), 북한(2012년)은 300kg 이하 위성의 자력발사 능력을 보유했다.

75톤급 이상 중대형 엔진 독자 개발

누리호에는 75톤급 및 7톤급 액체 엔진이 사용된다. 발사체 개발 기술은 국가간 기술이전이 엄격히 금지된 분야였다. 미사일 기술통제체제(MTCR) 및 미국의 수출 규제(ITAR) 등을 통해 우주발사체 기술 이전이 통제돼 있어, 우리나라는 독자적으로 우주발사체를 개발해야 했다.

75톤급 엔진은 개발 초기에 기능과 성능 위주로 설계해 목표대비 25% 무겁게 설계됐으나, 이후 반복적인 엔진 연소시험 등을 통해 경량화 하는데 성공했다.

75톤급 엔진 연소시험

75톤급 액체엔진은 현재 누리호 발사 전까지 모두 33기의 엔진을 시험, 지상 및 고공모사환경에서 총 184회, 누적연소시간 1만8천290초를 수행했다. 7톤급 액체엔진은 현재까지 12기의 엔진을 시험했으며, 총 93회, 누적연소시험 1만6천925.7초 간 검증에 활용됐다.

75톤급 엔진은 한국형발사체 개발 이후 성능개량 및 클러스터링을 통해 대·소형 발사체 개발에 지속 활용할 예정이다. 앞서 미국 민간우주기업 스페이스X도 팰콘 발사체에 멀린 엔진을 기본으로 도입해, 이후 성능 향상과 클러스터링 등을 통해 개발시켰다.

액체엔진 시험 설비 자체 구축

발사체와 동시에 우리 기술로 구축된 액체엔진 시험설비의 경우, 추진기관 시험설비 10종으로 구성됐다. ▲엔진 구성품 시험설비(6종) ▲엔진 시스템 시험설비(3종) ▲추진시스템의 지상 수류시험 ▲지상 연소시험 등 추진시스템을 최종 검증하는 추진기관 시스템 시험설비(1종) 등이다.

누리호 개발 초기에는 액체엔진과 주요 구성품(연소기, 터보펌프, 가스발생기) 개발을 위한 시험설비가 국내에 없어, 러시아의 시험설비를 임차해, 제한적으로 시험을 진행했다.

자체 구축된 액체엔진 설비 시설

추진기관 시험설비는 액체질소 –196 ℃, 액체산소 –183 ℃ 등 극저온 유체와 공기, 질소, 헬륨 400기압의 초고압 상태를 정밀 제어하고, 공급해주는 기술이 적용됐다. 최대 150톤의 추력, 55mBar, 고도 20km에 해당하는 진공 모사 환경을 받쳐 줄 수 있다. 이로써 미국, 러시아, 유럽, 일본 수준의 시험설비을 구현할 수 있게 됐다.

순수 국내 기술 제2발사대 구축

제1발사대는 나로호 개발 당시 러시아로부터 기본 도면을 입수해 국산화 과정을 거쳐 개발된 발사대였다. 누리호가 발사되는 제2발사대는 순수 국내 기술로 구축한 발사대다.

제2발사대는 추력 300톤급인 3단형 한국형발사체의 발사운용이 가능하도록 설계되었고, 제1발사대는 추력 150톤급의 나로호 발사 운용을 목표로 구축됐다. 이후 개조과정을 거쳐 누리호 시험 발사체(TLV) 운용에 사용됐다.

발사대로 이송하여 기립장치에 장착된 누리호 비행 기체

또한 제2발사대는 지상에 높이 45m의 엄빌리칼 타워가 설치된 것이 특징이다. 케로신, 산화제 등을 공급하는 역할을 한다. 현대중공업이 지난 2016년 9월부터 올해 3월까지 사업에 착수해 건립했다. 20일 발사대에 선 누리호를 엄빌리칼 타워와 연결해, 21일 발사 전 이들을 주입할 예정이다.

단순 규모 측면에서도 제2발사대 면적은 6000 평방미터로 1발사대(3,300 평방미터)의 약 2배다. 발사체 연소 시작 이후 이륙 시점까지 연소 후류의 냉각을 위해 분사되는 냉각수 유량도 초당 1.8톤으로 이전보다 2배 늘었다. 추진제 공급량은 약 3배 많다. 발사체 기립에 사용되는 이렉터 등판 능력도 1.5배 높다.

대형 추진제 탱크 제작과 배관 공정

대형 추젠제 탱크는 발사체 전체 부피의 80%를 차지한다. 발사체 총 무게가 200톤인데, 연료 등 무게만 180톤에 달한다. 추진제 탱크는 경량화를 위해 알루미늄 합금 단일벽으로 제작됐으며, 일반 탱크에 비해 2.5~3mm로 얇다. 높이는 최대 10m, 직경 3.5m의 거대한 형상이다. 탱크 내부에는 대기압 4~6배 정도의 압력이 작용한다. 비행 중 가해지는 하중과 압력에 견딜 수 있도록 격자구조로 설계됐다.

한국형발사체 1단산화제탱크 EM

또한 추진제와 초고온 가스가 흐르는 배관은 초저온용으로 개발된 스틸을 사용해, –200℃까지도 견딜 수 있다.

여기에 사용된 배관은 1mm 정도로 매우 미세하다. 배관을 세척할 때는 0.1mm의 이물질도 허용되지 않는다. 곡선가공이나 용접할 때 엄청난 가공기술을 필요로 하는데, 누설이 우려되는 연결부위마다 기밀시험을 거쳤다. 기밀시험 포인트는 누리호 1,2,3단을 합쳐 약 2천여곳에 달한다.

누리호 1단 산화제탱크 내부

4기 엔진을 균일하게 추진시키는 '클러스터링' 기술

누리호에는 3단의 엔진과 연료탱크 묶음(클러스트)이 탑재됐다. 1단은 75톤급 액체엔진 4기, 2단은 75톤급 액체엔진 1기, 3단은 7톤급 액체엔진 1기로 구성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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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진 4기의 정확한 정렬과 균일한 추진력을 내도록 하는 ‘클러스터링’ 기술의 경우 시험발사체 발사 등을 통해 기술을 검증해왔다. 클러스터링을 위해서는 ▲엔진 화염 가열 분석 및 단열 기술 ▲엔진간 추력 불균일 대응 기술 ▲엔진 4기 조립, 정렬 및 짐벌링(방향제어) 기술이 필요하다.

누리호 엔진 제원

화염 가열 분석 및 단열 기술은 시험발사체 발사를 통해 일정 부분 검증됐다. 엔진간 추력 불균일 대응을 위해 추력 불균형 오차 수준에 대한 분석을 완료했고, 발사체 이륙전 발사대에서 불균일 점검을 위한 지상고정장치의 단독 성능시험을 마쳤다. 엔진 정렬 및 짐벌링 기술 확보를 위한 형상설계를 바탕으로 1단 인증모델을 제작해 종합연소시험을 통해 검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