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료방송 콘텐츠 대가산정 논의에 앞서 선공급 후계약 관행을 고치는 것이 우선이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선계약 후공급 원칙과 적정한 대가산정 논의에서 넷플릭스의 오징어게임이 흥행한 이유까지 다뤄진 점이 눈길을 끄는 부분이다.
더불어민주당 우상호 의원은 20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대상 국정감사에서 “대가 산정 기준을 만드는데 중요한 것은 계약 기준이지만 거기까지 못가고 있다”며 “지금의 선공급 후계약 시스템은 말이 되지 않고 계약을 하고 공급을 하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
방송 프로그램 콘텐츠의 공급 계약을 기준으로 대가산정 논의에 나서야 하는데, 계약 없이 공급된 콘텐츠를 두고 적정 대가 논의를 하는 것이 순서에 맞지 않다는 지적이다.
우상호 의원은 “유료방송을 둘러싸고 대가 산정 분쟁에서 블랙아웃(송출중단)까지 갔던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 (과기정통부가) TF를 만들어 회의를 하고 업계간담회까지 했지만 업계 의견이 갈리고 유불리가 달라 업계 스스로 합의를 이끌어낼 가능성은 없어보인다”고 꼬집었다.
이어, “업계의 영향을 받지 않는 별도 전문가 그룹과 함께 대가 산정 기준을 만들이 않으면 TF를 아무리 해도 소용이 없다고 생각한다”며 “선계약 후공급이 맞지만 중소PP가 불안하다고 하는데 이를 종합할 대가산정 기준에서 예외 기준의 별도 진흥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과기정통부 종합감사에 앞서 지난 5일 방송통신위원회 국정감사에서 한상혁 위원장도 같은 뜻을 밝혔다.
한 위원장은 당시 “선계약 후공급이 바람직한 방향이라고 생각한다”며 “경쟁력이 없는 PP가 피해를 볼 수 있는 점도 있기 때문에 입법 논의 과정에서 이 점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선계약 후공급을 두고 중소PP도 원칙적으로 공감하지만 유료방송 플랫폼의 수신료가 한정된 상황 속에서 대형PP에 밀려 수신료의 몫이 줄어들 것이란 우려를 내비치고 있다. 비정상 관행을 되돌리려다 콘텐츠 다양성이 위협받을 수도 있다는 설명이다. 정부는 이에 수신료 일정 비율을 중소PP 몫으로 남겨둘 수 있는 논의를 이어가고 있다.
선계약 후공급 논의는 플랫폼이 아닌 콘텐츠 중심의 방송 진흥 정책이 필요하다는 논의로 이어졌다.
우 의원은 “플랫폼 사업자 중심의 사고에서 벗어나야 한다”며 “넷플릭스가 돈을 버는 것은 편당 제작비를 더 많이 지급해 좋은 콘텐츠를 만들고 제작 활성화를 불러일으킨 것이고 플랫폼 중심으로는 ‘오징어게임’과 같은 콘텐츠는 만들 수 없다”고 말했다.
관련기사
- 한상혁 위원장 "선계약 후공급이 바람직한 방향”2021.10.06
- "콘텐츠 대가 갈등, 저가 유료방송에서 시작된 문제"2021.09.02
- 강호성 CJ ENM "방송콘텐츠 수익 분배구조 선진화돼야"2021.05.31
- 정부·업계, 유료방송 콘텐츠 대가산정 가이드라인 마련에 속도2021.09.06
이어, “방송 진흥 업무 핵심은 플랫폼 중심이 아니라 제작, 배우, 작가, 감독, 제작사 중심으로 가야 하는데 국내에서는 구조적인 문제가 있다”며 “결국 대가 산정 문제도 제작 쪽에 어떻게 더 헤아릴지 고민하는게 아니면 어렵기 때문에 그런 관점을 가지고 접근해달라”고 주문했다.
임혜숙 장관은 이에 대해 “동의한다”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