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보안의 미래는 어떻게 될까. '기술 발칸화'가 진행되고 있다. 중국이 추구하는 방향과 다른 방향으로 서방은 나아가고 있다. 이런 추세는 앞으로 더 악화될 것이다. 미국과 중국이 서로 대치하는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보안을 강화하기 위해, 기술적 표준의 중요성은 더욱 커질 것이다. 지루한 과정을 감수하고서라도 구축해나가야 한다."
중국의 사이버안보 침해 행위에 대한 국제적인 경계심이 높아지는 상황에서 기술적, 전략적인 국제 대응 체계 수립이 시급하다는 전문가 의견이 제기됐다.
이안 레비 영국 국가사이버보안센터(NCSC) 기술국장은 지난 5일 열린 '사이버공간 국제 평화안보체제 구축에 관한 학술회의(GCPR) 2021' 기조연설자로 나서 이같이 말했다.
특히 이같은 국제 안보 위협은 인공지능(AI), 5G, 양자컴퓨팅 등 아직 미완성 단계인 신기술들이 등장하면서 쉽게 예측하기 어려워졌다는 분석이다.
레비 NCSC 국장은 "AI는 새롭게 떠오르는 기술이고, 우리 경제 운영 방식을 혁명적으로 바꿀 것이지만, 이 기술에 대한 보안 요건은 아직 완벽하지 않은 상황이고 이는 양자컴퓨팅도, 5G나 6G 같은 혁신 네트워크 기술도 이전과 다른 사이버공격을 등장하게 할 가능성이 있다"며 "이런 기술들이 우리 사회를 더 잘 지원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영국의 경우 사이버안보 차원에서 국가 자산, 산업, 교육 등 주요 부문에 대해 외국 자본의 투자가 이뤄지지 않게 했다고도 덧붙였다.
보안 취약점이 해커에게 악용되지 않도록, 벤더사들의 취약점 보고도 더욱 활성화해야 피해를 예방할 수 있다고도 강조했다.
모든 벤더사가 준수해야 하는 보안 요구사항을 마련하는 것도 유효한 해법이라고 제시했다. 레비 국장은 "입장이 비슷한 국가 간 동맹을 맺고 기술 표준에 영향력을 행사해야 한다"며 "모든 벤더사들에 대해 호환성을 갖춘 보안 요구사항이 존재한다면 보다 우호적인 시장이 형성될 것"이라고 제안했다.
레비 국장은 "보안은 무엇보다 팀 스포츠이고, 이는 국제적인 협업을 의미하며 전체적인 생태계를 고려해 국가 사이버안보 전략을 구축해야 한다"며 "우리는 정치인이 아니기에, 이는 마케팅이 아닌 과학 중심으로 추진해야 하는 사안"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학술회의에서 토론자로 참석한 크리스 뎀착 미국 해전대학교 교수도 비슷한 의견을 냈다. 뎀착 교수는 "전세계적으로 법치 구조가 취약해지고 있고, 경제 및 정치 파워가 중국으로 더 쏠리는 상황"이라며 "사이버 상의 갈등이 오프라인 시스템 갈등으로 확산되는 것은 이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특히 중국이 신기술에 대대적으로 투자하면서 기술 역량 확보에 속도를 내고 있는 점을 우려했다. 뎀착 교수는 "AI, 양자 기술, 5G 등에 대해 중국은 전세계에서 승자가 되려 하고 있다"며 "그럼에도 서방 민주주의 국가들은 단합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민주국가 간 협력을 추구하지 않으면 사이버안보 위협에 대응할 시간이 사라지게 될 것이라는 주장이다.
국가정보원은 이번 학술회의를 국가보안기술연구소와 공동 개최했다. 회의에서 김선희 국정원 3차장은 국제 협력의 필요성에 공감했다. 김선희 3차장은 "끊임없이 진화하는 사이버위협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는 국가기관 해결능력과 함께 정부와 민간의 협력이 절실히 요구되고 있으며, 유사입장국 간 국제공조 통한 적극적 대처도 필요한 실정"이라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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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주요국은 이미 사이버공간에서의 새로운 규범의 필요성을 조심스레 제기 중"이라며 "사이버공격에 대한 국가 차원의 대응 전략 마련에도 집중하고 있으며 미국은 2018년, 영국 2016년, 유럽은 2020년 각각 사이버안보전략을 발표했고, 우리나라도 통합된 국가전략 필요하다는 의견이 대두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김 3차장은 "국정원은 국제 및 국가 배후 해킹조직의 사이버위협 정보를 입수해 국가, 공공기관은 물론 민간 부문에도 지원하고, 범국가적 대응 업무에 활용하고 있다"며 "사이버위협이 어느 한 나라의 대응으로 해결되지 못하는 점을 충분히 인식하고 있기에 우방국들과 공동 대응에도 힘을 기울이고 있으며, 사이버위협에 대한 국가 차원의 효과적 대응전략 모색을 위해 끊임없이 관련 정책을 연구하고 있고, 향후 유관기관, 국내외 싱크탱크와 연구소와의 교류도 확대해나갈 방침"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