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인텍은 어떻게 소부장 기술 선도 기업이 됐나

2차전지 장비·비접촉센서 등 신성장 동력으로 제2의 도약 준비

반도체ㆍ디스플레이입력 :2021/09/30 09:30    수정: 2021/09/30 09:35

강원일 파인텍 대표 이름 앞엔 '기술인' '국산화', '세계 최초'라는 수식어가 항상 따라 다닌다. 13년 전인 2008년 11월 파인텍을 창업한 그는 그해 12월 국내 최초로 중소형 모바일용 광원장치(Back Light Unit)를 처음 국산화 하는데 성공한다. 그동안 일본 등 외산 부품에 의존하던 소형 백라이트 유닛의 자체 조달과 수출 길이 처음 열린 것이다. BLU는 자체 발광체가 아닌 LCD 패널 후면에 밝은 빛을 제공해 선명한 색상을 내게 만드는 보조광원체다.

강원일 파인텍 대표이사.(사진=파인텍)

당시만 해도 국내에는 대형 BLU 생산은 가능했지만 중소형 BLU는 작은 사이즈에 점광을 고르게 분산시켜야 한다는 어려움 때문에 이를 만드는 기업이 없었다.

강 대표는 삼성SDI LCD 부품기술 연구원으로 14년을 근무한 경험을 바탕으로 도전해 보자고 마음을 먹었다. 결국 이 같은 기술적 난제를 극복하고 국산화에 성공해 2014년 연매출 2천100억원, 영업이익 114억원을 일구는 신화를 이뤘다. 그해 12월엔 무역협회 1억불 수출의 탑을 수상하기도 했다.


아무도 가지 않은 길...중소형 BLU 국산화 이어 세계 최초 폴더블 본딩 장비 개발 


그러나 기업은 페달을 멈추면 쓰러지는 자전거와 같다고 했던가. 파인텍의 성공가도는 오래 가지 않았다. 주력이던 디스플레이 부품과 모듈 분야가 LCD에서 OLED라는 새로운 산업 환경으로 빠르게 전환되면서 어려움을 겪었다. OLED 디스플레이는 자체 발광이라는 소재 특성 상 별도의 광원장치가 필요하지 않다. 결국 파인텍은 2017년 주력인 BLU 사업을 중단하기에 이른다. 외형 2천억원에 달하던 매출은 절반 가까이 줄었다.

강 대표도 이런 사업 환경의 변화를 몰랐던 것은 아니다. 다만 전환 속도와 타이밍, 삼성전자에 대한 매출 의존도가 컸던 점이 탈출구를 찾는 데 시간이 걸렸다. 파인텍은 수 년 전부터 부품 및 모듈 전문 기업에서 생산 공정 자동화 기업으로 사업구조 개편과 체질개선을 준비해 왔다. 2016년 세광테크를 인수, 흡수 합병하면서 OLED 본딩(Bonding) 장비 사업에 진출한 것이 대표적이다.

강원일 대표는 폴더블 본딩장비 개발 공로로 2019년 10월 제10회 디스플레이의 날 국무총리 표창을 수상했다.(사진=파인텍)

2011년엔 세계 최초로 OLED 본딩 공정 과정에서 세부 공정들을 하나의 라인으로 통합해 대기업에 납품하기도 했다. 본딩 공법상 기존엔 제품 디자인과 물성에 따라 글라스, 필름, 플라스틱 등에 IC 구동칩을 부착하는 여러 공법이 각각 하나의 장비만으로 가능했지만 두 가지 이상의 본딩 방식을 한 장비에서 처리할 수 있도록 하이드리드 장비를 개발한 것이다. 이로 인해 장비의 공간 축소와 작업 시간이 단축되면서 생산 효율성이 향상되는 효과를 냈다. 

세계 최초의 길은 여기가 끝이 아니었다. 2018년에는 세계 최초로 폴더블 본딩 장비를 개발했다. 현재 전 세계에 출시 중인 폴더블 스마트폰의 대부분은 파인텍 장비를 사용해 제조되고 있다. 

강 대표는 이같은 공로를 인정 받아 2019년 10월 제10회 디스플레이의 날 국무총리 표창 수상하기도 했다.

강원일 대표는 “기존 장비 분야에서 투자 활성화는 단기간에 어려움이 있겠지만 2차 전지 등에서 새로운 기회를 찾겠다"며 "부품과 장비 분야에서 시너지를 발휘하고 에어터치, 후면 커버 등 신사업에서 새로운 밸류에이션을 창출해 내겠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파인텍은 세계 일류 기업과 일하고 있으며 이들과 함께 도약하기 위해 최첨단 기술의 연구개발을 최우선으로 생각하고 있다"며 "인재가 곧 기업의 경쟁력이라는 이념을 바탕으로 세계를 향해 도전하는 우수한 인재를 육성하고 고객의 성공이 파인텍의 성공이라는 원칙하에 고객 가치 실현을 위한 모든 서비스를 제공하겠다"고 강조했다.


'최선을 다한 실패를 자랑스러워해라'...세계최초 기술 DNA '개발자 십계명'


파인텍 천안 사업장 한 사무실 중앙에는 '개발자 십계명'이라는 액자 하나가 걸려 있다.

이 액자에는 개발자가 가져야 할 자세와 연구개발의 철학으로 삼아야 할 열 가지 약속을 적어 놓은 일종의 계명이다. 이중 '최선을 다한 실패를 자랑스러워하라'는 대목은 '기술 국산화'와 '세계 최초' 타이틀을 리딩해 온 파인텍의 도전정신을 담은 DNA라 할 수 있다.

파인텍 천안사업장 사무실에 붙어 있는 기술 특허증.(사진=지디넷코리아)

끊임없는 기술 개발과 끝까지 물고 늘어지는 개발자 정신이 파인텍이 혹독한 장비 산업계에서 기술 국산화를 선도하고 소부장 전문기업으로 성장해 온 비결인 셈이다.

이같은 노력의 결과는 파인텍이 수 많은 관련 기술특허를 보유하는 원동력이 되기도 했다.

파인텍 김기호 상무는 "그동안 LDC에 이은 플렉서블, 폴더블 등 디스플레이 시장 변황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면서 업계 톱티어 지위를 유지하고 있다"며 "이를 위해 매년 매출의 4%~6% 이상을 기술개발에 투입하고 있다"고 했다.

파인텍 천안사업장에 결려 있는 개발자 십계명. 개발자가 철학으로 삼아야 할 열 가지 약속을 적어 놓은 일종의 계명이다.(사진=파인텍)

2차전지 제조장비·터치리스 솔루션 등 신사업 도약 원년...2022년 나래 편다


파인텍은 디스플레이 본딩 장비 사업에 쌓은 노하우를 바탕으로 2차전지 제조 장비로 사업 영역을 신성장동력으로 삼고 있다. 2019년 사업 개시 후 삼성SDI 협력업체로 등록했다. 조립 공정 두 와인딩 후공정을 주 사업으로 하고 있다. 핵심역량인 검사장비 제조 기술을 바탕으로 특성 검사기 등으로 사업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휴대폰 후면 커버 제조와 터치리스 시스템(Contacless Touch system), 홀로그래픽 솔루션도 주요 성장 동력이다.

파인텍은 두가지 이상의 본딩방식을 한 장비로 처리 가능한 세계최초 OLED Hybrid 제조장비를 개발했다.(사진=파인텍)

파인텍은 기기 앞에 사람이 서면 터치스크린이 홀로그랙픽으로 뜨는 솔루션을 개발했다. CTS 시스템은 엘리베이터 제품군에 상용화 했으며 키오스크 ATM 기기 등으로 적용 확대를 모색 중이다. 이 제품군은 코로나-19 팬데믹에 따라, 접촉에 의한 감염의 우려가 높아지면서 개발한 것이다. 향후 시장 확대가 기대된다.

파인텍이 코로나-19 팬데믹에 따라, 접촉에 의한 감염 우려를 고려해 개발한CTS(Contactless Touch system), 홀로그래픽 솔루션.(사진=파인텍)

파인텍은 아울러 LCD에서 OLED로의 전환 가속화에 따라 중소형에서 대형까지 제조장비 영역 확장도 지속적으로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특히 지난해 수준한 JOLED 65인지 제조장비가 다음달 10월 중 출하를 앞두고 있어 매출 증대에도 보탬이 될 것으로 보인다.


기술(技術)의, 인재(人材)에 의한, 고객(顧客)을 위한 기업(企業)


강원일 대표는 직원들에게 평소 주인의식을 강조한다. 그래서 사훈도 '수처작주(隨處作主, 어느 곳이든 가는 곳마다 주인이 됨)'다. 구성원 각각마다 다른 성향과 성격, 색깔을 가지고 있지만 하나의 목표와 주인을 갖고 자율성을 최대한 보장한다는 의미다.

변화무쌍한 사업 환경과 미래 신산업 물결에 발 빠르게 대응하고 잘 올라타야만 부침이 적다. 그렇기 위해서는 새로운 제품과 기술을 끊임없이 연구하고 내놓아야 하는 게 강 대표의 지론이다.


내년 사업구조·실적 턴 어라운드 전망...장비 부품 사업간 시너지 극대화


파인텍은 올해 상반기 전년 동기 대비 15.4% 성장한 380억원의 매출을 달성했다. 장비사업부 매출은 전년과 비슷한 수준이었지만 가전 시장이 호황을 맞으면서 부품 사업부 매출이 전년대비 74% 증가한 141억원을 기록한 덕이다.

올해 예상 손익은 디스플레이 장비사업 실적 감소에 따라 매출은 760억원 정도를 기록할 전망이다. 영업이익은 BEP 수준으로 작년과 같은 대규모 무형자산 상각 등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파인텍은 지난해 매출 812억원, 영업이익 마이너스 58억원 적자를 기록한 바 있다.

2차전지 자동화 제조사업과 에어 센서 기술을 통한 터치리스 시스템, 스마트폰 후면 커버 사업이 본격화되는 내년에는 매출 1천억원 돌파를 목표로 하고 있다.

파인텍 김기호 상무는 "올해 코로나19 확산으로 디스플레이 패널 제조사의 설비 투자가 지연되는 등 좋지 않은 시장 상황 속에서도 사업구조 재편과 신규 아이템 개발을 통한 사업 경쟁력을 확보하는 원년"이라며 "내년부터는 본격적인 사업구조과 체질 개선의 효과가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


"지원 사각 지대에 있는 유망 장비 업체 많아"...정부 보증 금융지원 확대해야 


강원일 대표는 유망 장비 기업에 대한 정책적 지원과 관련 기업의 실질적인 자금운영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정부 보증 금융지원 사업을 확대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는 "장비 업계는 미래의 기술 변화나 산업 트렌드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기술 개발을 진행하고 있지만, 정부의 정책은 현재의 기술 수준 및 재무 건전성을 중심으로 지원하고 있어, 지원 사각지대에 놓인 유망한 장비 업체들이 많이 있다"고 지적했다.

실례로 파인텍이 위치한 천안 4산업단지도 디스플레이 특화 단지로 지정되어, 글로벌 일류 크러스터로 키우겠다고 밝혔지만 지정 반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관련 지원은 전무한 상태다.

강 대표는 "정부의 정책에 맞는 기술혁신 개발 사업도 중요하지만, 정부의 보증으로 기업에 실질적인 자금 운영에 도움을 주는 금융지원 사업으로의 확대도 중요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