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는 미국, 중국, 유럽, 일본과 함께 세계 5대 특허 강국(IP5)이다. 세계 특허의 80%가 IP5 국가 소유다. 특히 우리나라는 특허신청으로만 보면 세계 4위, GDP 및 인구 대비 특허신청은 세계 1위다. 메타버스를 구현하는 핵심 기술인 가상융합기술(XR) 분야는 어떨까?
과기정통부 산하 소프트웨어(SW) 싱크탱크인 SW정책연구소(SPRi, 스프리, 소장 박현제)가 발간한 'SW중심사회 9월호'에 따르면 최근 10년간 전세계 XR 기반 시각 기술 특허 출원 수는 1만9579건이고 이중 우리나라 기업이 차지한 비중은 10%(2042건)에 그쳤다. 스프리는 책자에서 '글로벌 XR기업의 특허 분석' 보고서를 게재했다.
XR은 가상현실(VR), 증강현실(AR), 홀로그램(HR) 등을 통칭하는 기술이다. 시장조사기업 IDC에 따르면세계 XR시장은 2019년 78억9000만달러에서 2024년 1368억달러로 5년간 연평균 76.9%, 또 국내 XR 시장은 2019년 5억9000만달러에서 2024년 26억3000만달러로 5년간 연평균 34.85 성장할 것으로 예측됐다.
XR기반 시각 기술은 3D센서와 3D디스플레이, 마이크로 디스플레이 등 시각화를 위한 입출력 및 랜더링 기술을 말한다. XR 기반 시각기술 총 출원인 수는 6384곳이였고 이중 삼성전자와 LG전자가 각각 3위와 6위를 기록했다. 세계 1위는 매직리프, 2위는 마이크로소프트(MS)였다. 스프리가 이 분야의 기술영향력과 시장지배력을 분석한 결과 우리나라 기업은 기술과 시장 선도국이 아닌 의존국에 분류, 특허의 질적 수준을 높이기 위한 노력이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기술 지배력이 가장 큰 곳은 MS, 시장 지배력이 가장 큰 곳은 매직리프(Magic Leap)로 조사됐다.
XR기반 청각 기술도 우리나라는 질적 수준을 높이기 위한 노력이 필요한 것으로 분석됐다. 최근 10년간 XR기반 청각기술 특허 건수는 3969건인데 이중 우리나라는 11%(425건)를 차지, 지식재산 세계 5대 강국 명성에 미치지 못했다. 이 분야에서 삼성전자와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이 각각 5위와 7위를 기록, 톱20 출원인에 이름을 올렸다. 1위는 노키아였고 돌비가 2위, MS가 4위를 차지했다. 이 분야에서 기술 영향력이 가장 큰 기업은 MS였고 아마존, 크리에이티브텍, 필립스가 2~4위로 뒤를 이었다. 시장지배력이 가장 큰 기업은 매직리프였다. 삼성전자는 기술 및 시장 의존기업에 속했다.
시각, 청각에 이어 XR기반 촉각 기술도 비중이 높지 않았다. 최근 10년간 전체 특허 건수(1784건) 중 6%를 차지했다. 이 분야 최고 특허출원인은 이머전(immersion)이고 구글, MS, 인텔이 뒤를 이었다. 우리나라는 삼성전자가 6위, LG전자가 8위를 기록했다. 애플이 7위로 삼성전자보다 한단계 낮았다. 이 분야에서 기술 영향력이 가장 큰 곳은 퀄컴이였다. 이어 애플, LG전자, 페이스북이 2~4위를 차지했다. 시장 지배력이 가장 큰 곳은 매직리프였고 MS와 이머전, 구글이 뒤를 이었다.
보고서를 작성한 스프리의 남현숙 선임연구원은 "XR기반 시각기술을 보면 국내는 특허의 질적인 측면에서 기술 개발 향상을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면서 "XR기반 음향기술에서도 국내는 질적 기술 수준을 보여주는 특허의 피인용 수와 패밀리 보유 건수가 낮은 편으로 이를 증가시키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남 연구원은 XR기반 촉각기술에 대해 "시각과 청각 기술에 비해 아직 세계적으로 태동기이므로 기술 선점을 위한 노력이 요구된다"면서 "국내 XR 경쟁력 강화를 위해 제조와 의료 등 6대 산업분야의 XR플랫폼 구축 과 SW 콘텐츠 개발, 공간음향 실증환경 조성, 촉각 기술 선도를 위한 지원 및 집중적인 연구 등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