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바이오 "美FDA·EMA, 비대면 공장실사하며 카메라 앵글까지 따져"

여은아 그룹장 "CDMO라 고객사-규제기관 모두 납득시켜야…시스템 개발·리허설까지 꼼꼼 준비해야"

헬스케어입력 :2021/09/14 16:31

삼성바이오로직스 여은아 그룹장이 미국 식품의약국(FDA) 및 유럽의약품청(EMA)과 진행했던 비대면 공장실사 노하우를 공개했다. 여 그룹장은 IT시스템·언어·인터넷 상태부터 카메라 각도 및 앵글 등에 이르기까지 ‘깐깐한’ 사전준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여 그룹장은 14일 오후 서울 강남구에서 진행된 글로벌 바이오 콘퍼런스에서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미 FDA와 EMA와의 비대면 실사 경험을 소개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 여은아 그룹장은 비대면 실사를 위해서는 현장 실사와는 다른 꼼꼼한 사전준비 과정이 요구된다고 말한다. (사진=글로벌 바이오 콘퍼런스 생중계 캡처)

미국 시장에 완제의약품을 수출하려면 미국 FDA로부터 공장의 사전실태조사를 받아야 하고, 유럽 시장 승인을 받으려면 EMA의 실사를 받아야 한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두 규제기관은 ‘FDA 비대면 평가 가이드라인’(FDA Remote Assessment Guideline)과 ‘EMA 비대면 실사 가이드라인’(EMA Distant Assessment Guideline)에 따라 원격 실사를 실시하고 있다.

각 규제기관은 비대면 실사를 아직 공식 실사로 인정하고 있지는 못하지만 중요도는 갈수록 커지고 있다. 실사를 받는 기업 입장에서는 현장 실사 이상으로 여러 준비 과정을 거쳐야한다. 특히 삼성바이오로직스와 같은 위탁개발생산(CDMO) 기업은 고객사와 규제기관 모두를 만족시켜야 하는 부담이 있다.

삼성바이오는 지난해 12월 미 FDA로부터 비대면 실사를 받았다. 원활한 원격실사를 위해 인터넷의 안정적인 연결은 필수라는 게 여 그룹장의 설명이다. 당연해 보이지만 실사 시간이 제한적인 만큼 불확실성은 실사 결과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조사관이 자택에서 접속할 경우는 연결이 불안정해질 수 있다. 삼성바이오 측은 IT지원팀을 실사 현장에 대기시켜 기술적인 문제에 대한 관리가 이뤄지도록 조치했다.

이 과정에서 회사가 아마존과 함께 개발한 라이브 버추얼 시스템이 큰 역할을 했다. 여 그룹장은 “40건 이상의 실사를 진행하는데 문제가 없었다”며 “고객사도 시스템 개발에 관심을 보였고, 규제 기관도 칭찬했다”고 말했다.

이어 “비대면 실사에서 조사관과의 화상 미팅 시 실사에 참여하는 카메라는 모든 인원을 정확히 비추도록 해야 하고, 인원 변동이 있어서는 안 된다”며 “미 FDA는 라이브 스트리밍을 통한 공장 투어를 요청했다”고 당시를 설명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가 비대면 공장 실사를 위해 개발한 라이브 스트리밍 시스템. (사진=글로벌 바이오 콘퍼런스 발표 영상 캡처)

여 그룹장은 라이브 스트리밍을 통한 공장 투어에 많은 준비가 요구된다고 말했다. 그는 “카메라 앵글과 각도 등도 꼼꼼히 준비해야 한다”며 “조사관은 우리가 사용하는 컴퓨터 시스템에 대한 설명도 요구했다”고 밝혔다.

일부 조사관은 사전 녹화 영상의 경우, 영상 스크립트를 요구하기도 한다. 여 그룹장은 “러시아에서 실사를 받았을 때, 라이브 투어에 보이는 모든 기기나 장비에 마킹할 것을 요구받았다”며 “특정 장비가 카메라에 비쳐지지 않으면 사진을 제공해야 했다”고 전했다.

비대면 실사 과정은 현장 실사와 다른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여 그룹장은 “공장이 라이브로 스트리밍 시 어떻게 보이는지부터 조사관의 지적 사항 파악도 쉽지 않다”고 말했다.

아울러 그는 고객사-규제당국과 신뢰 구축을 가장 중요한 요소라고 강조했다. 여 그룹장은 “조사관이 우릴 신뢰하려면 그가 무엇을 원하는 지를 잘 파악해야 한다”며 “비대면 실사는 시간이 제한적인 만큼 전략을 잘 세워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