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광재 "교육판 넷플릭스 조성, 질문하는 인재 키우자"

테크시대 인문학적 상상력 강조…"대한問국으로 일거리 시대 열어야"

방송/통신입력 :2021/09/14 09:12    수정: 2021/09/15 07:43

김태진, 김성현 기자

아저씨다. 푸른 와이셔츠에 청바지. 수더분하게 재킷을 걸친 그는 영락없이 사람 좋은 동네 큰형님이다. 17대, 18대에 이어 여당의 불모지로 꼽히는 강원도에서 2010년 도지사에 당선됐고 21대에 다시 국회에 입성한 3선 의원 같지 않다.

그래서 메타버스, 뉴딜, NFT(Non-Fungible Token), 블록체인 등 IT 신기술을 논하는 이광재 의원의 말이 신기하게 들린다. 툭 던진 MZ세대를 위한 정책에 대해서도 거침이 없다.

“MZ세대는 미래 사회의 주인공이다. 국가가 이들에게 기회를 줘야 한다. 기회마저 박탈하면 분노로 전환될 것이다. 기회 창출이 핵심이다. 예를 들어, 소수점 거래를 허용하면 조그만 기회가 생긴다. 또 블록체인을 과감하게 일찍 시작했다면 더 많은 기회가 생겨났을 것이다. 일자리가 아닌 ‘일거리’ 시대다. 기회를 어떻게 만들 것인지가 중요하다.”

이광재 의원 자리 옆에 놓인 대형 포스티잇. 2000년대 초반 사라진 종이챠트로 착각했지만 메모광인 이광재 의원은 누구에게 설명할 때나 메모할 때 이를 사용한다.

소위 ‘공정의 사다리’가 필요한 MZ세대를 위한 방법이 무엇인 지 콕 짚어낸다. 그는 ‘사회안전망’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대한민국은 벤처창업국가로 가야 한다. 메타버스 산업이 화두에 오른 것도 같은 맥락이다. 5G망이 구축되면 메타버스 산업이 가속화될 것이다. 하지만 벤처창업국가가 되려면 사회안전망이 중요하다. 주거‧노후연금‧교육 문제는 국가가 책임져야 한다. 미국에서는 벤처가 망하면 경력이 되지만 우리는 신용불량자가 된다. 안전망이 확보되면 MZ세대가 도전할 장이 마련된다. 도전이 있으면 미래가 열리고 곧 기회가 생긴다.”

■ 일자리 아닌 일거리가 필요한 시대다

이광재 의원은 MZ세대가 사회에 진출하고 있는 현 시점을 어떻게 진단하고 있을까. 그가 국회 외교통일위원장을 맡고 있어서일까. 세계 질서가 재편되는 ‘총체적 기술 혁명’ 시기이자 ‘휴먼캐피털리즘’ 시대라고 정리했다. 그리고 이 시대를 선도하기 위한 해법으로 ‘교육판 넷플릭스’를 제시했다.

“지금의 현실은 ‘국가 운영의 결정적 전환기’로 표현할 수 있다. 즉, 세계 질서 재편기다. 앞선 기술혁명이 국가의 부와 군사기술 등에 변화를 가져왔다면 현재의 디지털 혁명은 ‘총체적 기술 혁명’이다. 우주부터 바이오 등 전 영역에 걸쳐 유례없는 기술혁명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세계 질서가 재편되는 시기에 어떻게 살아남을지 우리가 어떤 나라가 될지 결정짓는 중요한 시기다. 기술 혁명 속에서 새로운 패권 국가가 나오고 기술 선도 국가가 탄생한다.

또 지금의 시대가 어떤 시대인지 자문이 필요한데 휴먼캐피털리즘 시대로 왔다고 본다. 국력은 경제력에서, 경제력은 기술력에서 나온다. 이 기술력의 근간이 교육이다. 세계 최강의 교육을 받아야 디지털뉴딜 혁명을 주도할 수 있다. 교육 혁명이 기초이고 우리는 ‘교육판 넷플릭스’를 조성할 수 있다.”

■ 세계 최강 온라인 교육 플랫폼, 지금부터 만들어야 

다소 생소하다. ‘교육판 넷플릭스’란 무엇을 말하는 것일까. EBS의 위대한 수업을 예로 든 그의 얘기를 좀 더 들어보았다.

“북유럽의 국가가 작지만 세계적 기업이 잇따라 출연하는 건 지식과 기술의 플랫폼 덕분이다. 최근 전파를 탄 EBS의 위대한 수업을 예로 들 수 있는데 (이러한 플랫폼을 만드는 일에) 민관이 전부 나서야 한다. 금융기관은 세계적인 금융전문가, 포스코는 철강, 삼성전자는 반도체 분야의 세계적 플레이어를 섭외해 세계적 온라인 학교를 만들고 여기서 지식을 무제한으로 공급하는 것이다. 어려워진 대학을 살려낼 수도 있다.

또 이런 시스템을 통해 베트남, 인도네이사 등 인접 국가와 교류할 수 있다. 공적개발원조(ODA)의 전환이다. 이런 교육으로 교류하다보면 데이터는 폭증할 것이다. 똑똑한 국민, 더 나아가 국가 간 협조를 통한 ‘데이터 강국’으로 진화해 시장 확대를 꾀할 수 있다. 우리는 디지털 집현전법도 통과돼 기반도 갖췄다. 지식과 기술의 플랫폼은 세계적 온라인 학교를, 혹은 교육판 넷플릭스를 만들 수 있다.”

이광재 의원

■ 암기하는 대한민국에서 질문하는 ‘대한問국’으로

지식과 기술이 결합한 플랫폼만으로 우리나라를 디지털 강국이 될 수 있을까. 이광재 의원은 그 전제조건으로 ‘인문학적 상상력’을 꼽았다.

“지식과 기술이 결합돼야 세상을 바꾼다. 분리됐다가 어느새 하나로 통합되는 시기가 온 것이다. 떼려야 뗄 수 없는 불가분 관계다. 여기에 인문학적 상상력이 곁들여져야 한다. 문제를 제기하고 해결해야 한다. 이것이 인문학의 역할이다. 따라서 질문을 해야 한다. 암기하는 대한민국에서 질문하는 ‘대한問국’으로 전환해야 한다. 모든 걸 의심하는 호기심이 필요하다.”

호기심과 상상력의 끝판왕. 이쯤에서 메타버스에 대해 물어보지 않을 수 없다. 토탈리콜과 레디 플레이어 원으로 운을 뗀 그는 메타버스를 진단하면서 처방까지 한다.

“우선 메타버스 세상이 오려면 통신환경, 5G와 같은 인프라 구축이 선행돼야 한다. 그리고 메타버스는 게임과 속성이 유사하다. 한국은 게임에 강하고 이를 넘어 콘텐츠 강국이다. 메타버스 산업에서 두각을 나타낼 공산이 크다. 머지않아 루브르 박물관에 갈 필요가 없어질 것이다. 베이징 자금성 박물관에 40만점의 유물이 있다. 모두 디지털로 전환되면 메타버스란 거대한 새로운 시장이 열린다. 이 같은 메타버스는 국내에서 성공 산업으로 떠오를 것이고 발전 속도는 시간문제다.

물론, 메타버스는 문제점도 있다. 현실세계와의 단절이다. 인간관계의 갈증이 생길 수 있다. 디지털 시대의 가장 큰 질병은 암이 아니라 우울증이 될 것이다. 즉, 사회로부터의 소외가 사회 문제로 대두될 것이다. 최근 미국 의학계에서는 디지털 치료제가 늘고 있다. 우리나라는 필라테스가 늘어났다. 마음연구소, 명상센터가 증가하고 있다. 물질적 풍요가 삶의 공허함을 주는 세상이 되고 있다. 메타버스 시대에는 ‘디지털라이징’으로 업무의 효율성을 높이고 여기에 실제 삶이 버무려져 일상을 공유하는 아날로그화가 추구될 것이다. 디지털과 아날로그가 결합된 환경이 조성돼야 한다.”

■ 블록체인‧암호화폐 미국과 보조 맞추게 될 것

이광재 의원은 대통령 예비경선에서 ‘광재코인’으로 선거자금을 모으겠다고 해 세간의 주목을 끌었다. 때문에 블록체인과 암호화폐를 가장 잘 이해하는 국회의원으로 꼽힌다. 그의 경선은 막을 내렸지만 블록체인과 암호화폐에 대한 그의 생각은 여전히 진행형이다.

“먼저, 블록체인과 암호화폐에 대한 정확한 가치 판단이 필요하다. 그리고 서비스로 확장해야 한다. 인터넷 출연 당시 이메일과 동영상 서비스가 나온 이후 발전을 거듭한 것처럼 말이다. 세계적 변화를 일궈낼 서비스가 있어야 암호화폐가 빛을 발할 것이다. 화장실 변기의 물을 내리는 것에도 수많은 과학이 얽혀 있다. 블록체인이 구체적 기술로 구현되고 서비스로 일상화돼야 한다.”

그는 과거 아버지 세대에 ‘딱지’가 놀이문화였다면 MZ세대에게는 소위 ‘코인’으로 불리는 암호화폐가 놀이문화로 인식되고 있다며, 암호화폐는 거스를 수 없는 변화라고 단정했다. 그리고 미국과 보조를 맞춰 제도를 정비한다면 그 흐름을 탈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삼국지를 보면 조개가 화폐로 쓰였다. 전복이 집 한 채와 같은 값인 적도 있다. 미국이 코인을 적극 활용하면 어떨까. 큰 변화가 올 것이다. NFT 거래를 누가 막겠나. 과거엔 딱지가 놀이 문화였지만 20대에게는 온라인상에서 NFT로 그림을 구매하는 것이 놀이다. 복잡하게 생각할 것도 없다. 이젠 일상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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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 문제는 미국과 항상 유기적으로 흘러간다. 때문에 전체적인 제도는 미국과 보조를 맞춰서 갈 것이다. 또 코인이 온전히 작동하기 위해서는 데이터가 필요하다. 서비스는 데이터와 항상 같이 간다. 우리는 상대적으로 데이터가 작은 나라다. 이를 확보해야 한다. 블록체인과 암호화폐에 대한 미국의 흐름을 쉽사리 예측하기는 어렵지만 이 흐름은 바꾸지 못할 것이다.”

이날 다 듣지 못한, 57세 강원도 아저씨가 그려가는 그의 디지털 미래 세상이 궁금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