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앱스토어, 독점사업 아냐"…실속은 애플이 다 챙겼다

애플·에픽 소송 1심 판결…'외부결제 링크 허용' 외엔 전부 승리

홈&모바일입력 :2021/09/11 09:55    수정: 2021/09/11 10:11

김익현 미디어연구소장 기자 페이지 구독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애플과 에픽게임즈 간의 세기의 반독점 소송은 애플 승리로 끝났다.

미국 캘리포니아 북부지역법원의 이본느 곤잘레스 로저스 판사는 10일(현지시간) 애플과 에픽게임즈 간의 앱스토어 반독점 소송에서 사실상 애플의 손을 들어주는 판결을 내놨다.

특히 앱스토어 비즈니스가 독점금지법 위반에 해당되지 않는다는 판결을 받아낸 부분은 애플의 가장 큰 성과로 꼽힌다. 반면 에픽은 앱 내부에 외부 결제로 연결되는 링크를 포함시키는 판결을 받아낸 것 외에는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씨넷, 블룸버그를 비롯한 외신들은 "애플이 외부 결제로 연결되는 링크를 허용할 경우 매출 손실이 불가피하긴 하지만, 전체적으로는 애플이 승리한 판결이다"고 평가했다. 

팀 스위니 에픽 CEO와 팀 쿡 애플 CEO

인앱결제 경쟁도 '외부 링크 허용' 수준으로 마무리 

이번 소송은 지난 해 8월 에픽이 ‘포트나이트’ 앱을 통해 자사 결제 시스템을 홍보한 것이 계기가 됐다. 이 조치 이후 애플이 에픽을 앱스토어에서 퇴출시키자 곧바로 반독점 소송을 제기하면서 법정 공방이 시작됐다.

이번 소송의 쟁점 중 하나는 인앱결제 강제 문제였다. 하지만 에픽은 인앱결제 외에도 애플의 앱스토어 비즈니스 관행이 독점금지법 위반에 해당된다고 주장했다.

에픽은 사실상 애플 앱스토어 비즈니스의 기본 문법을 뒤흔들기 위해 소송을 제기했다.

하지만 법원은 대부분의 쟁점에서 애플의 손을 들어줬다.

판결 중 “인앱결제 외에 직접 구매절차로 연결할 수 있는 외부 링크나 전화번호 같은 것들을 포함시키지 못하도록 하는 행위를 해서는 안 된다”는 부분에서만 에픽이 승리했다.

(사진=씨넷)

로저스 판사의 외부 결제 링크 허용 판결도 에픽의 당초 희망에 비해선 미약한 수준으로 평가된다. 에픽이 원한 것은 아예 앱스토어 내에 애플 외에 다른 인앱결제 시스템까지 허용하도록 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판사는 애플의 외부 링크 제한 조치가 지나차게 과도한 제재라는 수준으로만 판결했다.

가장 큰 쟁점은 역시 앱스토어 비즈니스 자체가 독점금지법 위반에 해당되느냐는 부분이었다. 이 쟁점에 대해 이본느 곤잘레스 로저스 판사는 “독점금지법 위반으로 보기 힘들다”는 취지의 판결을 했다.

특히 에픽이 강력하게 원했던 서드파티 앱스토어 허용 문제 등은 전혀 인정받지 못했다. 로저스 판사는 “애플이 독점사업자라는 사실을 에픽이 입증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오히려 이번 소송의 계기가 됐던 에픽의 ‘포트나이트 앱’ 수정 행위가 애플과의 계약을 위반한 것으로 판단했다. 로저스 판사는 에픽 측에 360만 달러 배상금을 애플에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특히 로저스 판사는 “성공이 곧 불법은 아니다”고 판결해 애플의 앱스토어 비즈니스에 큰 힘을 실어줬다.

애플, 소송에선 승리했지만 의회의 '플랫폼 규제법' 폭탄 남아 

이 같은 판결이 나오자 애플은 환호한 반면, 에픽은 침울한 반응을 보였다.

팀 스위니 에픽 최고경영자(CEO)는 “개발자나 소비자들의 승리가 아니다”는 글을 트위터에 올렸다. 에픽은 1심 판결에 대해 항소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반면 애플은 “앱스토어가 개발자 커뮤니티를 지원하는 안전하고 신뢰할 수 있는 장터라는 사실을 인정받았다”고 강조했다.

로펌인 홀랜드& 하트의 폴 스완슨 변호사는 씨넷과 인터뷰에서 “거대 IT 기업들은 오늘 판결로 자신들이 둘러싼 정원이 무너지지 않을 것이란 사실을 확인하고 안도의 한숨을 지었을 것이다”면서 “이번 판결의 핵심 주제는 ‘성공은 불법이 아니다”는 부분이다”고 지적했다.

이번 소송에서 애플의 가장 큰 성과는 “앱스토어가 연방 독점금지법을 위반한 것이 아니다”는 소중한 판결을 얻어낸 점이다.

에이미 클로버샤 미국 상원 반독점소위원장. (사진=씨넷TV 캡처)

유일하게 패소한 인앱결제 부분 역시 애플 입장에선 선방한 것으로 풀이된다. 앱스토어 내부에 다른 결제 시스템을 허용하는 정도가 아니라, 외부 결제 링크를 허용하는 수준으로 막아냈기 때문이다.

따라서 애플은 재판을 통해 얻어낼 수 있는 것은 전부 얻어냈다고 해도 크게 그르진 않다.

하지만 변수는 남아 있다. 미국 상원과 하원이 추진하고 있는 플랫폼 규제 법안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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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상원 반독점소위원장인 에이미 클로버샤 의원 등이 추진하고 있는 ‘오픈앱마켓법’이나 하원의 ‘미국 혁신및 선택온라인법’이 강력한 앱스토어 규제 조항을 포함하고 있기 때문이다. 두 법 모두 결제 뿐 아니라 서드파티 앱스토어를 허용해야 한다는 조항을 포함하고 있다.

결국 이번 공방에서 패배한 에픽은 항소심 못지 않게 입법부의 플랫폼 규제법에 더 큰 기대를 걸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것은 승리한 애플에게도 마찬가지다.

김익현 미디어연구소장sini@zdne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