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툰(Webtoon). 용어 그대로 웹(Web)에서 보는 만화(Cartoon)다. 2000년대 태동해 어느새 1조원을 웃돈 시장 규모를 나타내며 국내 콘텐츠 산업 성장을 견인하고 있다. 웹툰은 이제 단순 만화를 넘어, 영화·드라마 등 2차 저작물로도 제작돼 대중들에게 더 큰 사랑을 받고 있다.
김준구 네이버웹툰 대표는 1억6천만명 이상 이용자가 자사 웹툰을 즐겨본다고 했다. 작가 연간 평균 수익은 1억5천만원. 한 해 동안 124억원을 번 작가도 있다. 시장 파이가 이처럼 커지다 보니, 웹툰 작가를 꿈꾸는 이들도 늘어나는 추세다.
지난 2일 지디넷코리아는 충남 공주대에서 한국웹툰작가협회 2대 회장인 권혁주 작가를 만났다. 권 작가는 한국 웹툰 1세대 작가다. 네이버웹툰에서 ‘그린스마일’ ‘움비처럼’ ‘씬커’를 연재한 경험이 있다. 철학과를 졸업하고, 대학원에서 미학을 공부했다.
"웹툰 시장, 초창기엔 맨땅에 헤딩"
권 작가는 현재 공주대에서 웹툰 꿈나무를 양성하는 교수로 활동 중이다. 연구실에 들어서니, 수많은 만화책이 눈길을 끌었다. 이어 호칭을 어떻게 할지 망설였다. “교수보다 작가가 좋다”고 권 작가는 말했다. 권 작가에게 먼저 'K-웹툰'의 시작점을 물었다.
“디시인사이드, 네이버 붐 등 커뮤니티에서 연재하는 방식이었다. 웹툰 작가란 개념 자체가 없었다. 문득 궁금증이 생겼다. ‘나만 고료를 못 받나.’ 이후 네이버에 작가들을 위한 카페를 만들었다. 현재 명칭은 ‘카툰부머’다. 의견을 수렴해보니, 대부분 작가들이 돈을 벌지 못하더라.”
Q: 현재 웹툰 시장 규모를 보면 상상이 안 되는데.
“지금에야 정식 커리큘럼이 있지만, 그땐 맨땅에 헤딩이었다. 정보가 전혀 없었다. 모두 취미, 혹은 아마추어 작가로 출발했다. 그러다 도구 사용이나 제작 기술 등을 카페에서 공유하게 됐다. ‘스케치업’이라고 있다. 구글에서 처음 만든 건축 도면 프로그램인데, 웹툰 배경 제작에 이를 활용했다.
Q: 네트워크 형성 후 기술 발전이 이뤄진 격이다.
“정작 스케치업 제작자들은 의아해하더라. 건축에 사용되는 기술이 한국에서 웹툰 제작에 쓰이니 물음표를 던질 만하다. (웃음) 많은 작가들이 아직도 스케치업을 활용한다. 블렌더, 게임엔진 등 프로그램도 많이 쓰인다. 어쨌든 이런 식으로 웹툰이 성장하고, 독자들에게 사랑받게 됐다.”
"팬 1만명만 확보하면, 작가로 활동할 수 있어"
Q: 원래 웹툰 작가를 꿈꿨나.
“원래 영화감독이 되고 싶었다. 철학과도 인문학적 소양을 기르고 싶어 선택했다. 만화 그리기는 그저 취미였다. 어느 날 영화 현장에서 깨닫게 됐다. 만화에선 1~2컷으로 독자들에게 울림을 줄 수 있는 게 영화에선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더라. 이때부터 만화에 매력을 느끼게 됐다.”
웹툰이 잇따라 등장하자, 기성 만화 작가들은 반신반의했다고 한다. 작품을 무료로 제공한 데 대해 시장 교란이 발생할 것이란 우려였다. 이어 2013년 출판 만화 시장이 쇠퇴하고, 만화 작가들이 웹툰 시장에 문을 두드렸다. 비즈니스모델(BM)은 불투명했다. 다만, 이용자들에게 작품이 ‘읽혀졌다’.
Q: 웹툰 작가 지망생들에게 한 마디.
“나만의 목소리를 가지길 바란다. 평소 학생들에게 ‘너의 팬 1만명만 확보하라. 그러면 작가로 활동할 수 있다’고 말한다. 그러려면 분명한 자기 색깔이 있어야 한다. 누구나 초일류 작가를 꿈꾸지만, 쉽지 않다. 웹툰은 엄연히 산업이고, 작가는 직업이다.”
Q: 김준구 대표 제언대로 작가들이 연 1억원 이상 버는지.
“사실이다. 입지를 다진 작가들의 평균값이라고 보면 된다. 현재 미리보기(유료 결제)를 통한 수익 창출이 가능하다. 그러나 말 그대로 평균이다. 구체적인 중간 수치를 알 순 없다. 신진 작가 고료가 200만~250만원이다. 연봉 1억을 넘는 작가들이 예상보단 많지 않을 것으로 본다.
"네이버·카카오, 웹툰에 진심인 편"
Q: 웹툰 작가가 되는 방법은
“크게 세 가지다. 트위터, 인스타그램 등 소셜 미디어에서 연재를 시작하는 방법이 있다. 이 경우 미리보기 작품을 ‘포스타입’ 등 후원 서비스 플랫폼에 함께 올린다. 네이버 ‘도전 만화’ 및 카카오웹툰 응모, 그리고 실제 공모전에 참여해 웹툰 작가의 꿈을 이룰 수 있다.”
천만 관객 이상을 동원한 영화 ‘신과 함께’부터 베트남 시장을 강타한 드라마 ‘이태원 클라쓰’,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드라마 ‘D.P(디피)’까지. 모두 웹툰 원작이다. 이렇듯 웹툰은 지식재산권(IP) 다각화 근간이 되고 있다. 네이버, 카카오 등 플랫폼 사업자가 웹툰에 무게를 둘 만하다.
Q: 네이버·카카오웹툰이 해외 시장에서도 사랑받고 있는데.
“네이버는 웹툰에 진심인 편이다. (웃음) 작가 모두 그렇게 느낄 것이다. 카카오도 마찬가지다. 두 회사 모두 작가들에게 건강검진을 제공하는 등 여러 지원책을 선보이고 있다. 국내를 넘어, 전 세계 독자들에게도 통한 건 그간 운영 노하우와 웹툰 산업에 대한 애정 때문이라고 본다.”
Q: 플랫폼 사업자에 바라는 점이 있다면
“고된 작업량을 덜어줬으면 한다. 보다 근본적으로 문제를 진단해볼 필요가 있다. 작가들은 공통으로 '분량 압박'을 느낀다. 보통 독자들은 한 편당(한 주당) 60컷을 원한다. 대개 작가들은 40~50컷이 합리적이라고 본다. 60컷이 안 되면, 독자들로부터 지적받기도 한다. 네이버, 카카오가 이런 부분을 고려해 가이드라인을 설정해주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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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웹툰 시장이 나아갈 방향.
"산업도 좋지만, '문화'로 자리매김하길 희망한다. 물론, 매출이나 고용 창출 효과 등도 중요하지만. 향후 웹툰 콘텐츠만이 형성할 수 있는 축제의 장이 마련되면 좋겠다. 어느 정도 기반은 다졌다. 서울 강동구에 강풀 작가 이름을 딴 '강풀만화거리'도 있다. 네이버, 카카오 등 플랫폼 역할과 양질의 웹툰, 여기에 작가들이 힘을 합친다면 가능한 시나리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