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RI, 사람처럼 문서 이해하는 AI 기술 개발

문서 질의응답 및 패러프레이즈 API 두 종 선보여...오피스 문서 한계 극복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원장 김명준)은 사람처럼 문서를 이해하고 원하는 정보를 찾을 수 있는 인공지능(AI)기술을 개발했다고 7일 밝혔다. AI 적용이 불가능했던 고난이도 오피스 문서 한계를 극복했다. 각종 문서에서 필요한 내용을 빠르게 파악할 수 있어 업무 생산성을 높이는데 기여할 전망이다.

ETRI는 오피스 문서에서 사용자 질문에 정답을 알려주고 두 문장이 같은 의미인지 이해하는 API 2종을 개발, 선보였다. 이 기술은 ETRI 공공 인공지능 오픈 API‧데이터 서비스 포털(aiopen.etri.re.kr/)에 공개, 누구나 이용할 수 있다.

기업과 기관은 다양한 업무 관련 정보와 지식을 전자문서 형태로 만들고 있다. 이들 정보는 홈페이지나 그룹웨어에 저장돼 있고, 게시물 제목과 파일 이름에 포함된 단어로 검색하고 일일이 문서를 열어보며 원하는 내용을 찾아한다. 이에 ETRI는 인공지능 SW를 이용해 원하는 정보를 검색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사용자가 하는 질문에 정답과 근거까지 확인할 수 있는 기술을 새로 개발했다.

ETRI 연구진이 오피스 문서에 활용할 수 있는 API 기술을 설명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민호 책임연구원, 배용진 선임연구원, 임준호 책임연구원, 이형직 책임연구원.

ETRI 연구진이 개발한 행정문서QA API의 기술 별 성능 비교 지표

두 기술 중 행정문서 질의응답(QA) API 기술은 딥러닝 언어모델을 이용해 단락과 표를 인식해 정답 및 근거 문장을 인식해준다. 예를 들어 ‘출장 경비가 100만원 들 때, 결재를 어느 선까지 받아야 할까요?’라는 질문을 입력하면,‘100만 원 이하인 경우, 실장 전결’과 같은 사내 규정 정보를 담은 문서와 그 근거 부분까지 찾아 준다. 이번 기술은 공동연구기관인 한글과컴퓨터에서 블라인드 평가로 정확도를 측정했다. 그 결과 단락을 대상으로 검색한 상위 5개 결과의 정확도는 89.65%를, 또 표를 대상으로 진행한 검색에서는 81.5%의 정확도를 보였다.

또, 패러프레이즈(Paraphrase) 인식 API는 사람처럼 똑똑하게 문서를 보고 다른 형태 문장이 같은 뜻을 지니는지 파악해주는 기술이다. 앞서 나온 행정문서QA API와 다른 한국어 AI 개발에도 쓰일 수 있는 원천 기술이다. 인공지능과 딥러닝 기술은 사람과 달리 문장이 조금만 달라져도 의미 관계를 올바르게 인식하지 못하는 견고성(robustness) 문제가 있다. 예를 들어 ‘그는 빨간 자전거를 샀다’와 ‘그가 산 자전거는 빨간색이다’라는 문장은 기계가 구분하지만, ‘그는 빨간 자전거를 안 샀다'는 문장과는 구분을 잘하지 못한다.

ETRI는 딥러닝 기술의 견고성 한계를 개선해 다양한 유형의 문장에서 의미 관계를 인식하도록 했다. 견고성 평가셋 대상 평가 결과, 96.63% 정확도를 보이며 기존 오픈소스 딥러닝 기술보다 성능을 크게 개선했다고 덧붙였다. 이번에 개발한 기술은 표준인 XML 기반으로 문서 서식을 처리한다. 현재는 한글 문서 대상으로만 서비스를 제공하지만, 개발 기술 자체는 워드와 PDF 등 다른 문서에도 범용적으로 쓰일 수 있다. 이 때문에 사내 규정, 메뉴얼, 온라인 공고 등 다양한 문서와 분야에 적용할 수 있다.

ETRI 연구진은 오피스 문서 서식이 다양하고 정형화되지 않아 인공지능 기술을 적용하기 어려웠지만, 견고성이 높은 데이터를 구축하고 무엇이 문제인지 판단하는 알고리즘 성능을 높이면서 이번 성과를 거뒀다고 설명했다. 향후에는 GPT-3에 대응해 언어 이해와 생성을 동시에 학습한 딥러닝 언어모델을 개발하고 관련 기술을 공개, AI 기술력을 고도화하고 플랫폼 개발에도 기여할 계획이다.

ETRI 언어지능연구실 임준호 박사는 "이번 기술로 한국어 인공지능 서비스 시장이 더욱 활성화돼 외산 인공지능 솔루션의 국내시장 잠식을 막고 국민들이 유용한 지식 정보를 쉽고 빠르게 습득할 수 있는데 도움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번에 새 AI기술을 개발한 연구진은 2017년 10월 이후 지금까지 API 총 18건을 공개하고 최근 4년간 기술 이전 65건과 사업화 35건을 달성했다. ETRI API는 그간 총 4700만 건이 사용됐고, 2020년 이후, 일 평균 4만 5천 건 이상 사용될 정도로 학계 및 산업계 언어처리 분야 연구자들에게 널리 사용되고 있다고 ETRI는 밝혔다. 특히, 은행, 보험, 제조, 법률, 공항, 온라인 맞춤형 광고 등 다양한 AI 서비스 분야에 적용됐다.

이번 연구는 2013년부터 ETRI가 총괄 및 1세부과제를 맡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정보통신기획평가원(IITP)의 혁신성장동력 프로젝트와 전체 세부과제를 이끄는 엑소브레인 과제의 일환으로 이뤄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