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미스터리 초전도 원리...ETRI가 110년만에 규명

김현탁 연구 전문위원 개가..."29년간 이 일에 매달려 이룬 성과"

과학입력 :2021/09/01 09:04    수정: 2021/09/01 09:22

1911년 발견된 이후 원리를 규명하지 못한 초전도 현상의 이론을 국내 연구진이 110년만에 독자적인 원리를 개발, 설명하는 데 성공했다. 초전도 현상 관련 연구를 더욱 활발히 하고 응집물질물리학을 발전시키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는 평가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은 김현탁 연구 전문위원이 금속에서 전자 간 상호작용 현상을 활용해 초전도 현상을 설명할 수 있는 공식을 개발해 사이언티픽 리포트(Scientific Reports)에 게재했다고 1일 밝혔다.

초전도 현상은 특정 온도나 압력에서 저항이 영(0)이 되는 현상을 말한다. 초전도 현상을 응용하면 에너지 손실을 대폭 줄일 수 있다. 주로 MRI, 초전도 케이블, 자기부상열차에쓰이고 있다. 미래에는 양자 컴퓨터, 진공튜브열차 등에서 많은 활용이 이뤄질 것으로 예측된다.

초전도 현상이 일어나는 임계온도가 30K 이하인 물질은 저온 초전도체, 30K 이상 구리(Cu)계 물질은 고온 초전도체, 임계온도가 15~25℃인 물질은 상온 초전도체로 분류된다. 초전도 현상이 발견되고 활용된 지는 오래됐지만, 아직도 현상이 일어나는 원리를 온전히 규명하지 못했다.

ETRI 김현탁 연구전문위원이 임계온도 산출 공식을 설명하고 있다.

1972년 노벨 물리학상을 받은 BCS 이론도 저온 초전도 현상 원리를 설명하지만, 공식이 완전하지 못하고 고온이나 상온은 설명하지 못한다는 한계가 있다. 또, 저온과 고온에서 초전도 현상을 측정하는데 주로 사용하는 액체 헬륨은 매우 비싸고 액체 질소는 상대적으로 싸고 쉽게 얻을 수 있지만 조건을 충족하는 환경을 유지하는 비용이 매우 많이 든다. 이에, 상온 초전도체를 찾고 그 현상을 설명하기 위해 많은 노력이 이뤄지고 있다.

특히 ‘초전도 현상의 임계온도를 저온에서 상온까지 모두 설명할 수 있는 이론’을 개발하는 것은 물리학자들의 오랜 숙원이었다. 김 연구 전문위원은 기존 이론을 응용하는 한편, 초전도 현상이 일어나기 전 금속에서 전자끼리 매우 큰 전자 상호작용이 이뤄지는 것을 보고 초전도 현상이 일어나는 임계온도를 설명하는 공식을 만들었다. 김 전문위원은 1일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이 연구에만 29년을 매달린 끝에 얻은 성과"라고 밝혔다.

연구진이 개발한 공식은 저온, 고온, 상온 등 온도에 상관없이 온도와 압력 조건에 따라 물질의 초전도 현상이 일어나는 임계온도가 달라지는 것을 처음으로 설명했다고 ETRI는 밝혔다. 이는 특정 온도 범위나 조건에서만 설명이 가능했던 기존 이론에서 한 단계 발전을 이룬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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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전문위원은 ‘고온 초전도 메카니즘’을 풀겠다는 목표를 가지고 30여 년간 관련 연구를 꾸준히 진행해왔다. 특히 1995년 미국 물리학회 저널에 ‘금속-절연체 전이의 불안정점’ 과 2000년에 물리학 전문저널에 ‘강상관 물질에서 자유전자의 유효질량이 발산하는 현상’을 설명할 수 있는 아이디어를 내고 모트 금속-절연체-전이 현상을 최초로 실험적으로 관측한 바 있다.

김 전문위원은 “새로운 관점서 시도하다보니 기존 이론의 벽을 넘어야 하는 어려움이 컸다. 이번 논문 게재로 우리나라의 기초 물리학이 널리 인정받고 더 활성화되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