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컨택트(Digital Contact)가 일상으로 자리잡은 지금, 한 주간 금융업권의 디지털 이슈를 물고, 뜯고, 맛보는 지디의 '금융 D-택트'를 격주 토요일 연재합니다. 디지털 전환의 뒷 이야기는 물론이고 기사에 녹여내지 못했던 디테일을 지디넷코리아 독자 여러분에게 소개합니다. [편집자주]
지금 사고 나중에 결제하는 서비스, 즉 'Buy now pay later(BNPL)'이 국내서도 조금씩 선을 보이고 있습니다. 네이버파이낸셜이 지난 4월 말부터 일부 고객을 대상으로 베타 테스트를 시작하면서 현재 만 19세 이용자를 상대로 서비스하고 있습니다.
지금 사고 나중에 결제하는 서비스는 말 그대로 당장 돈이 없더라도 물건을 살 수 있는 서비스입니다. 신용카드의 개념과 동일하지요. 신용카드가 A라는 상점서 외상으로 물건을 사면 B카드사가 이를 대납하고, 추후 A가 B카드사에 돈을 갚는 절차라면 네이버파이낸셜의 후불 결제도 비슷하게 진행됩니다. 다만, 모든 금액을 후불 결제할 수 없고 보유하고 있는 네이버 포인트가 차감된 후 후불 결제가 진행됩니다.
이 서비스는 신용카드가 이미 있고, 한도가 넉넉한 이들에겐 크게 유익하진 않습니다. 네이버파이낸셜의 후불 결제 최대 한도는 30만원이고 이마저도 신용 데이터에 따라 한도는 차등 적용됩니다. 또, 모든 가맹점에서 후불 결제를 지원하는 것이 아닙니다. 신용카드가 있다면 네이버파이낸셜에 연결한 카드로 간편결제 하는 게 더 편하겠지요.
그렇지만 '씬 파일러(금융 이력 부족자)'나 신용카드 발급 전인 대학생이나 사회 초년생에겐 유용한 서비스입니다. 신용 거래를 할 수 없어 누르고 눌러왔던 '지름신'을 영접할 수 있게 된 셈이죠. 원래 신용 거래가 불가능한 네이버파이낸셜에게 금융위원회는 서비스의 길을 터주면서 "신용카드 이용이 곤란한 청년, 주부 등 금융 소외 계층에도 소액 신용 기회가 제공돼 포용금융 달성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습니다.
네이버파이낸셜이 씬 파일러에게 소액 신용 거래를 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면, 우리는 네이버파이낸셜에 뭘 제공하고 있을까요? 바로 데이터 입니다. 일단 신용 거래라는 특성상 개인 신용 정보 조회와 수집에 동의해야 합니다. 여기에 네이버파이낸셜은 이 신용데이터를 신용평가 심사 모형에 활용하고, 더 나아가 대안 신용평가 모형을 구축에도 이 데이터를 이용하는겁니다.
금융 이력이 없어 신용 거래가 되지 않았던 이들에게 신용 거래의 기회를 제공하고 부도율(연체율) 등을 산정하고 계량해 새로운 신용평가 모형을 만들겠다는 것이 네이버파이낸셜의 큰 그림인 셈입니다. 데이터의 수집은 추후 청년 대상 대출이나 주부를 겨냥한 맞춤 상품을 만드는데 일조하겠지요. 네이버파이낸셜은 대안신용평가사를 설립해 이 모형을 전통 금융사에 팔 수도 있을 것입니다.
후불 결제는 결국 데이터 수집을 위한 '미끼' 상품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데이터가 많아야, 또 다양해야 기업 경쟁력을 갖추는 시대에 후불 결제는 더 늘어날 것으로 관측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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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름신'을 막기 어렵긴하겠지만 후불 결제의 경우 연체 시 연 12%가 붙는다는 점을 염두에 둬야 겠습니다. 연체 시 이 정보는 신용평가사에 전달돼 개인 신용점수에도 영향을 준다는 점도 기억해둬야합니다.
가입은 신용점수에 영향이 없지만, 책임지지 못한 신용거래는 신용점수에 타격을 줍니다. 씬 파일러에게 후불 결제가 당장 소액의 신용 거래로 숨통을 트이게 하겠지만, 무분별한 후불 결제로 영원히 씬 파일러가 될 수 있다는 양날의 검을 갖고 있다는 걸 우린 다시 한번 명심해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