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 콜센터 인슈어랩스가 인공지능(AI) 상담원을 채용해 텔레마케팅 효율을 높였다.
청약 실적이 늘어난 반면 사람 상담원의 감정노동은 줄었다고 밝혔다.
지난 8월 25일 경기도 부천에 있는 콜센터에서 만난 인슈어랩스 이순정 센터장은 “AI는 결국 사람을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AI, 보험 영업 생산성 제고
인슈어랩스는 지난해 12월 설립된 보험 콜센터 스타트업이다. AI 서비스 개발 기업 포지큐브의 자회사다. 포지큐브가 만든 AI 상담원 ‘로비’를 활용해 올해 3월부터 텔레마케팅을 하고 있다. 신한카드와 하나카드 고객 중 마케팅 정보 활용을 동의한 손님에게 전화해 에이스손해보험 상품을 소개한다.
우선 AI 상담원이 고객에게 전화해 “보험 상담을 받아보겠느냐”고 묻는다. 손님이 거절하면 전화를 끊고, 수락한 손님에게는 사람 상담원과 통화할 수 있도록 일정을 예약해준다. 고객이 ‘좋다’거나 ‘싫다’고 하는 말을 AI 상담원이 알아듣는다. 이 센터장은 “‘예·아니오’ 같은 긍정과 부정 표현을 AI 상담원이 해석한다”며 “의사가 분명하지 않으면 AI 상담원이 반복해 고객에게 의향을 물어본다”고 말했다.
AI 상담원이 학습하는 과정에서 시행착오도 겪었다. 통화 상대방이 정확하지 않은 발음으로 얘기하거나 사투리를 쓰면 AI 상담원이 못 알아듣고 같은 말을 되풀이했다. 손님은 ‘싫다’는 뜻으로 “됐다”고 말했지만, AI 상담원은 ‘받아들인다’고 해석하기도 했다. ‘전화를 받지 않아 소리샘으로 연결됩니다’는 자동응답기에 할 말을 늘어놓는 AI 상담원도 있었다.

이 센터장은 “사람끼리 대화하다보면 눈치로 알아듣는 경우가 많은데, AI 상담원은 이를 알아채지 못할 때가 많았다”며 “데이터가 쌓이면서 개선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전에는 사람 목소리를 녹음해서 텔레마케팅 전화를 돌리기도 했다”며 “녹음을 일방적으로 들려주니 고객과 소통이 안 돼 6개월 하다가 그만뒀다”고 전했다.
AI 상담원은 인슈어랩스 직원으로서 역할을 다하고 있다. 이 센터장은 “AI 상담원이 인슈어랩스에서 가장 효율적으로 일하는 직원”이라며 “하루에 8시간 지치지 않고 한결같은 목소리로 모든 고객에게 똑같이 응대한다”고 웃었다.
인슈어랩스에 따르면 AI를 거쳐 사람 상담원 1명이 한 달에 하나카드(마케팅 활용 동의) 고객으로부터 유치한 청약보험료는 지난 2분기 평균 3만9천원이다. AI를 거치지 않고 사람 상담원이 처음부터 하나카드 고객에게 전화 걸어 보험상품을 영업했을 때에는 같은 기간 2만5천원의 실적을 올렸다. 인슈어랩스는 인공지능이 단순 업무를 대체하고 사람은 전문 상담에 집중한 덕에 실적이 성장했다고 분석했다.

AI, 결국 사람을 위하여
인슈어랩스에 사람 상담원은 40여명 있다. 이들은 AI 상담원이 넘겨준 통화 내용을 확인하고 본격적인 텔레마케팅을 한다. AI 통화 모니터링 요원도 인슈어랩스에 3명 있는데, 이들은 AI 상담원이 잘못 알아들은 부분을 바로잡아 사람 상담원에게 전달한다.
이 센터장은 “사람이 마케팅 전화를 걸면 욕설하거나 사기꾼 취급하는 고객이 많았다”며 “인슈어랩스에서 AI 상담원이 중간에 나선 뒤로는 ‘왜 자꾸 전화하느냐’는 불만 민원이 한 건도 접수되지 않았다”고 귀띔했다. 이어 “고객이든 상담원이든 AI 덕분에 사람이 편해졌다”며 “고객 입장에서는 쉽게 거부 의사를 나타낼 수 있고, 상담원도 감정노동을 덜하게 됐다”고 부연했다.
관련기사
- 애자일소다-오렌지라이프, AI 보험서비스 개발 협력2020.12.08
- 플래티어, AI 검색 추천 서비스 ‘그루비 서치’ 출시2020.11.23
- MG손해보험, TM 전문 보험 판매채널 오픈2020.10.05
- "무신사, 애피어 AI 광고솔루션 도입해 앱 매출 132배 증가”2021.01.20

AI 상담원은 진화를 거듭하며 고객별 맞춤 응대를 하기에 이르렀다. 연령·성별로 선호하는 목소리를 파악해 중년 여성 고객에게 남자 목소리를 내는 AI 상담원이 전화하고, 나이 든 남성 손님에게는 젊은 여자 목소리로 AI 상담원이 얘기하는 식이다. 보험사 광고 모델 목소리를 AI 상담원이 학습해, 그 모델 목소리로 AI 상담원이 전화 걸 수도 있다.
이 센터장은 “10년 전 AI가 업계에 도입된다는 소식을 듣고서 ‘일자리를 빼앗길지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며 “지금은 AI가 결국 사람을 위한 서비스가 됐다”고 평가했다. 그는 “AI는 감정을 헤아리지 못한다”며 “사람 상담원이 고객 마음을 읽을 수 있도록 서비스 품질을 높인 의미가 크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