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초 카카오T 스마트호출요금 변경으로 야기된 카카오모빌리티와 택시업계간 갈등이 대리운전 시장까지 확대됐다.
티맵모빌리티도 대리 서비스 '티맵 안심대리'를 출시해, 대리운전 업계에서는 "대기업이 골목상권을 침탈한다"며 서비스 진출 철회를 요구하는 상황이다.
이에 동반성장위원회는 최근 한국대리운전총연합회·카카오모빌리티·티맵모빌리티와 간담회를 열고, 향후 대리운전 서비스를 '중소기업 적합 업종'로 지정할지 논의 중이다. 두 회사는 상생안 마련에 적극 협조한다는 입장인데, 기존 대리운전 업계와의 갈등이 어떻게 봉합될지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카카오, 1577 서비스 이관 · 티맵 '안심대리' 서비스 출시
카카오모빌리티 자회사 CMNP는 얼마 전 '1577 대리운전' 운영사인 코리아드라이브와 신규 법인 '케이드라이브'를 설립하고, 지난달 19일부터 '카카오T 전화콜' 서비스를 선보였다.
이창민 카카오모빌리티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케이드라이브 대표직을 맡고, 케이드라이브는 1577 대리운전 서비스를 이관받았다. 앞서 카카오모빌리티는 지난해 7월 전화콜 2위 업체 '콜마너'를 인수한 바 있다 .
SK텔레콤 자회사 티맵모빌리티도 지난달 운전 대행 플랫폼 '굿서비스'를 인수하고, 13일에는 대리운전 호출 서비스 '티맵 안심대리'를 출시했다.
카카오T가 앱 기반 호출 서비스로 국내 콜택시 시장의 80%를 선점한 것과 달리, 대리운전 시장에서는 현재까지 전화콜 방식 이용률이 우세한 상황이다.
현재 대리운전 시장에는 전화호출 방식을 유지하는 3천여 개 업체가 남아있다.
대리운전 업계 "대리운전 시장 진출 철회하고 현금성 행사 멈춰라"
이에 대리운전 업계에서는 카카오, SK 등 대기업이 전화콜 시장까지 진출해 골목시장을 침탈한다며 반발하고 나섰다.
대리운전 업계는 우선 대기업의 대리운전 시장 철수와 함께 이들 앱의 현금성 이벤트 중단을 요구하고 있다.
한국대리운전총연합회 관계자는 "기존 대리운전 업체들이 만든 대리운전 앱들과 카카오, SKT가 만든 앱의 큰 차이는 없다. 다만 이들의 현금성 이벤트는 우리가 당해낼 수가 없다"고 말했다.
총연합회가 지적하는 현금성 이벤트란 이용자와 기사를 상대로 현금을 지급하는 방식이다.
카카오T는 6월부터 지난달 15일까지 첫 운행을 마친 대리기사에게 2만원을 지급하고, 첫 운행 완료 후 3일 이상 운행 시 3만원을 추가 지급하는 행사를 벌였다.
티맵모빌리티는 7월부터 10월 3개월간 대리 기사 운행 수수료 100%를 환급하는 행사를 진행 중이다.
한국대리운전총연합회 관계자는 "이용요금 환급 등 현금성 이벤트로 카카오가 기존 대리운전 업체들의 기사를 그대로 흡수했다"며 "대리운전 시장은 처음에 아무도 눈여겨보지 않았다. 기존 업체들 업체들이 개척해놓은 시장에 이들은 수저만 올려놓은 셈"이라고 지적했다.
또 대리운전 업계에서는 가뜩이나 열악한 수익구조에서 카카오와 SK의 현금성 이벤트를 따라갈 수 없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 업계 관계자는 "업체가 받는 수수료는 20% 정도다. 이 중 마일리지로 10%, 카드 수수료 3.3%, 상담원 인건비 6%가 나가면 남은 것은 2% 남짓"이라면서 "여기서 임대료와 광고비를 내는 등 수익 구조가 매우 열악하다. 3천여 개 회사 직원과 상담원들의 일자리를 다 잃는 셈"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대리운전 고객의 50%가 60세 이상이다. 고연령층 고객의 경우 앱 작동법을 모르는 이들이 많다. 전화콜 업체들이 사라지면 분명 소외당하는 사람이 있을 것"이라고 부연했다.
한국대리운전총연합회는 지난 5일 '대기업의 대리운전 전화콜 시장 진입 반대 기자회견'을 열고 ▲전화콜 시장 중소기업 적합업종 지정 ▲대기업 전화콜 시장 진출 위한 지분인수 및 참여 철회 ▲플랫폼 시장의 확장 중단 ▲카카오와 SK의 무분별한 현금성 프로모션 중단 ▲원가 이하 넘는 할인 정책으로 고객 확보 행위 중단 및 공정한 경쟁 마련 등 5가지 사항을 요구했다.
이에 동반성장위원회는 지난 26일 한국대리운전총연합회, 카카오모빌리티, 티맵모빌리티와 함께 중소기업 적합 업종 지정 관련 1차 간담회를 진행한 상황이다.
'중소기업 적합 업종지정'은 중소기업의 사업 영역을 보호하기 위한 제도로, 동반성장위원회가 지정한다. 선정 시 향후 3년간 대기업은 중소기업과 협의를 통해 사업을 철수하거나 서비스 확장을 자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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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관련해 카카오모빌리티는 "동반위에서 간담회 등의 절차가 진행 되는만큼 성실히 협의에 임해 상생안 마련을 위해 노력하겠다"는 의견을 내놨다.
티맵모빌리티도 "1차 간담회에서 기존 대리운전 업계의 입장을 확인했다"면서 "향후 적극적으로 협의에 나서 상생 방안을 도출하는 데 적극 협조하겠다"고 약속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