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아마존·삼성, 엔비디아의 ARM 인수 반대"

영국 이어 EU도 심사 강화 시사... 내년 3월 인수 완료 불투명

반도체ㆍ디스플레이입력 :2021/08/31 15:53

엔비디아가 지난 해 9월부터 400억 달러(약 47조 5천억원)를 들여 진행중인 ARM 인수가 각국 정부와 주요 반도체 기업의 우려를 낳고 있다.

영국 텔레그래프는 지난 29일 다수 관계자를 인용해 "지난 2월부터 시작해 마무리에 접어든 미국 연방거래위원회(FTC) 심사를 앞두고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와 임원진, 아마존과 삼성전자가 엔비디아의 ARM 인수에 반대 의견을 나타냈다"고 보도했다.

테슬라와 아마존, 삼성전자가 엔비디아의 ARM 인수를 반대하고 나섰다. (사진=ARM)

엔비디아는 그동안 꾸준히 "ARM의 라이선스 관행은 그대로 유지하며 영국을 떠나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그러나 영국 경쟁시장청에 이어 유럽연합(EU)도 인수 절차 심사를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EU는 다음 달 초부터 25일간 이어지는 예비 심사에 더해 최장 90일이 걸리는 심층 심사까지 거칠 예정이다. 심사 결과 역시 일러야 내년 초에나 나올 예정이다.

■ ARM 의존도 높은 세 기업 반대 의사 표명

지난 29일 영국 텔레그래프는 익명의 정보원을 인용해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와 이사진들이 엔비디아의 ARM 인수에 반대 목소리를 냈으며 삼성전자와 아마존도 이에 동참했다"고 보도했다.

엔비디아-ARM 인수를 반대한 세 기업의 공통점은 바로 ARM이 제공하는 아키텍처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는 것이다.

테슬라가 지난 19일 공개한 자율주행 처리용 D1 칩. (사진=테슬라)

먼저 테슬라는 이달 중순 'AI 데이' 행사를 통해 자율주행에 필요한 연산을 처리하는 D1 칩을 공개했다. 이 칩은 500억 개의 트랜지스터를 이용해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처리하는데 ARM 기반으로 만들어졌다.

아마존은 머신러닝 칩과 AI 스피커 '에코' 등에 ARM 기반 칩을 탑재한다. 사진은 4세대 에코 (사진=아마존)

아마존도 AWS(아마존 웹서비스) 구동용 머신러닝 칩과 프로세서, 아마존 에코 등 IoT(사물인터넷) 기기에 탑재할 ARM 기반 프로세서를 만든다. 삼성전자 역시 엑시노스 AP(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에 ARM 코어텍스 CPU를 활용한다.

■ 퀄컴·구글·MS는 일찌감치 반대

미국 연방거래위원회(FTC)는 올 2월부터 엔비디아-ARM 결합심사에 들어갔다. 여기에 가장 먼저 반대표를 던진 회사는 퀄컴이다. 퀄컴은 스마트폰·태블릿용 스냅드래곤 AP와 각종 통신칩을 만든다.

최근 스마트폰용 자체 AP '텐서'(Tensor)를 공개한 구글, 퀄컴과 공동으로 서피스 노트북용 프로세서를 만드는 마이크로소프트도 여기에 합류했다.

퀄컴은 지난 2월 엔비디아 ARM 인수에 반대 의사를 밝혔다. (사진=씨넷)

미국 FTC는 이르면 다음 달 중 심사 결과를 공개할 예정이다. 아마존과 테슬라, 삼성전자까지 뛰어든 것은 심사 결과가 엔비디아에 유리한 쪽으로 결정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 엔비디아 해명에도 의심의 눈초리는 '계속'

엔비디아는 ARM 인수 계약 체결 이후 별도 웹사이트를 통해 부정적인 여론 달래기에 나서고 있다.

엔비디아는 "ARM의 현재는 물론 앞으로 출시될 모든 제품에 대한 라이선스 관행을 전세계 모든 업계, 모든 고객사에 대해 그대로 유지하겠다"고 밝히는 한편 "ARM의 현재 로드맵에 대한 투자를 늘리고 새로운 시장에 진출할 수 있도록 도울 것"이라고 설명했다.

엔비디아는 ARM 인수 후에도 회사 이름과 브랜드, 본사도 그대로 유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사진=지디넷닷컴)

특히 영국 정부는 기술 유출이나 자국 경쟁력 감소를 우려한다. 엔비디아는 "ARM 인수 뒤에도 회사 이름과 브랜드는 계속 유지되며 영국 케임브리지 본사도 그대로 유지된다. ARM의 지적재산권도 영국에 남을 것이며 케임브리지에 AI 연구 센터를 세울 것"이라고 설명한다.

그러나 이번 인수에 대해 공개적으로 찬성한 업체는 브로드컴(통신용 칩), 미디어텍(통신칩·AP), 마벨(통신칩·컨트롤러), 단 세 곳 뿐이다. 전세계 주요 반도체 업계와 각국 정부는 여전히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지 못한다.

■ EU도 심사 강화 방침...결과 일러야 내년에나 나올 듯

엔비디아는 그동안 인수 시점을 2022년 3월로 공언했지만 이마저도 장담하기 어렵다. 영국 정부에 이어 EU도 엔비디아의 ARM 인수 관련 심사를 강화할 예정이라 심사 결과가 해를 넘겨서 나올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EU의 기업 결합 심사는 25일간 사전 심사 후 문제가 없으면 통과된다. 그러나 로이터통신은 29일 "엔비디아의 ARM 인수 건은 사전 심사에 더해 90일간 심층 조사를 거치게 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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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비디아는 ARM 인수 완료 시점을 2022년 3월로 예상하고 있었다. (사진=엔비디아)

올해 말까지 앞으로 4개월 가량 남아 있지만 연말연시 연휴 일정 등을 고려하면 일러도 내년 초에야 결과가 나온다.

젠슨 황 엔비디아 CEO 역시 지난 19일 영국 파이낸셜타임스와 인터뷰에서 "심사가 예상보다 길어지고 있어 예정된 시한을 벗어났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