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커머스(전자상거래) 업계 활황에 힘입어, 새벽배송 업체들이 증권시장 데뷔를 위해 열을 올리는 모습이다. 마켓컬리와 오아시스마켓에 이어, SSG닷컴이 최근 기업공개(IPO) 준비에 나섰다.
주관사 선정 및 투자 유치를 둘러싼 세 회사 간 경쟁 양상은 하반기 사업 전략을 통해 가시화될 전망이다.
2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SSG닷컴은 미래에셋증권, 삼성증권, KB증권 등 투자은행(IB)에 입찰제안요청서(RFP)를 배포하면서 주관사 선정 작업을 시작했다.
SSG닷컴은 연내 IPO 준비를 끝내고, 내년 초 상장한다는 방침이다. 내후년으로 예정된 IPO 일정을 앞당긴 건 신세계 이마트의 이베이코리아 인수와 함께, 이커머스 시장 점유율을 끌어올릴 적기라는 판단 때문으로 해석된다.
오아시스의 경우 IB업계 선두를 다투는 NH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을 대표 주관사로 앉혔다. 현재까지 조달한 자금은 1천800억원을 웃돈다. 미국 상장에서 국내로 방향을 튼 마켓컬리도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지난달 시리즈F(프리 IPO) 투자 유치에 성공, 누적 투자금액은 6천600억원을 상회한다.
상장 주관사론 KB증권이 거론되지만, 마켓컬리가 복수 증권사를 추가 선정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새벽배송 업체들의 잇단 IPO를 두고, 한 IB업계 관계자는 “이커머스 시장 확대와 맞물려, 코로나19 확산으로 소비자 생활습성이 바뀐 결과가 반영된 흐름”이라고 봤다.
이어 “상장예비심사 전까지 소비자·투자자를 만족시킬 만한 경영 전략이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높은 경쟁 강도로 시장 진입이 어려운 이커머스 업계 특성상 현금 동원력이 수반돼야 한다는 분석이다. 호실적 및 신사업 전략, 그리고 다각적인 포트폴리오 등이 상장 전후 투자자 심리를 자극할 바로미터가 될 수 있다는 뜻이다.
이런 관점에서 오아시스는 비교적 순항하는 모습이다. 이미 주관사 선정을 마무리한 데다 최근 집계한 성적표도 나쁘지 않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오아시스 매출액은 전년 대비 67.7% 증가한 2천386억원, 영업이익은 908% 가량 늘어난 97억원으로 집계됐다.
현금 유동성도 우수한 것으로 평가된다. 작년 유동비율(유동자산/유동부채)은 170%로, 2019년(72%) 대비 큰 폭으로 개선됐다. 2020년 기준 현금성자산은 1년 새 1천863% 늘어난 265억원으로 책정됐다. 기업가치는 약 7천500억원이다.
오아시스 관계자는 “상장과 관련해 최근 킥오프 미팅을 마친 상태”라며 “지정감사 및 예비심사청구서 제출 시기는 아직 구체화하지 않았지만, 오아시스만의 전략으로 IPO를 준비할 예정”이라고 했다.
오아시스는 수도권 지역으로 한정된 새벽배송을 연내 세종까지 확장하고, 이르면 내년 전국적으로 물류센터를 구축할 계획이다. IPO 이전 영·호남을 아우르는 전국 새벽배송 시스템을 확립하겠단 전략이다.
아울러 모회사 지어소프트의 종속기업인 실크로드와 협업해 유통 풀필먼트 서비스를 확고히 할 것으로 보인다. 퀵커머스 합작법인(JV) ‘브이’도 신사업 포트폴리오 중 하나다. 오아시스는 지난달 메쉬코리아와 브이를 설립, 오아시스는 지분율 50%+1주를 보유하며 모멘텀을 장착했다.
마켓컬리는 2015년 새벽배송 시스템을 적용해 프리미엄 식품 플랫폼으로 인지도를 높여왔다. 매년 매출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지만, 누적 손실 부담도 덩달아 불어나고 있다는 점은 불안 요소다.
지난해 컬리 감사보고서를 종합해보면, 매출액은 2019년 대비 124% 증가한 약 9천531억원으로 1조원에 달했지만, 영업손실이 1천163억으로 전년(1천13억원)과 비교했을 때 간극을 좁히지 못했다.
마켓컬리 관계자는 “먼저 지정감사인을 선정하고, 주관사 선택은 추후 면밀히 검토 후 절차를 밟을 것”이라며 “아직 확정된 사안은 없다”고 했다. 지난해 마켓컬리 신규 가입자 수는 280만명, 지난 5월 기준 누적 가입자 수 800만명을 돌파했다. 올해 가입한 신규 고객 재구매율은 71.3%로, 충성고객도 나날이 늘고 있다.
기존 서울, 충청권 등 수도권에서만 제공해온 ‘샛별배송’은 지난달 대구권까지 확대했다. 연내 서비스 지역을 전국적으로 확대하고, 단독 상품 비중도 키워나간다. 컬리는 자체브랜드(PB) 상품인 ‘컬리스’를 비롯해 컬리 온리(Only) 등 제품을 선보이고 있다. 하반기 자체 상품을 다각적으로 출시해 고객 확보에 전념할 것으로 보인다.
SSG닷컴은 지난해 매출 1조원을 돌파하고, 적자 규모도 2019년 대비 400억원 가까이 좁혔다. 200억원에 육박했던 작년 1분기 영업손실은 올해 31억원으로 줄었다. 평균 거래액 성장률은 20% 내외로 시장 평균치보다 우위에 있다. 지난해엔 36.6% 성장률을 기록했다.
IB업계 안팎에선 SSG닷컴 기업가치가 10조원에 달할 것으로 점쳤다. 다만, 몸집 대비 시장 경쟁력이 열위하다는 관측도 있다.
한태일 한국신용평가 수석연구원은 “SSG닷컴의 총상품판매량(GMV)은 3조9천억원으로, 전체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5%에 불과하다”며 “자체 사업만으로 속도를 따라잡기엔 부족한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SSG닷컴 관계자는 “새벽배송에 한정하지 않고, 당일(주간) 배송까지 포함해 온라인 역량을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신선식품 새벽배송은 물론, 패션·뷰티 등으로 제품 영역을 넓혀나가 이커머스 경쟁력을 키우겠다는 방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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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반기 SSG닷컴은 이베이와 PMI(인수합병 후 기업통합)를 추진하고, 지난 4월 인수한 W컨셉과의 협업을 본격화해 몸집을 키워나갈 계획이다. 지난달부턴 새벽배송 상품에 인기 화장품 300여종을 추가하는 등 상품군을 늘리고, 배송 지역도 충청권으로 확장했다.
현재 SSG닷컴은 이마트 및 트레이더스 점포 내 온라인 주문 처리를 전담하는 PP(PICK & Packing)센터를 전국 110곳에서 운영 중이다. 회사는 연말까지 PP센터를 10곳 이상 추가하고, 주문 마감 시간 역시 순차적으로 늘려 하루 최대 15만여건 주문 처리를 목표로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