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대상 기업 발표도 메타버스로 옮겨갔다

가상의 메타버스 세계, 현실 영역에 무한확장

방송/통신입력 :2021/08/19 16:33    수정: 2021/08/19 16:40

언론을 대상으로 하는 기업의 신규 서비스 발표가 메타버스 공간에서 이뤄졌다. SK텔레콤이 자체 개발한 메타버스 전용 서비스 앱 ‘이프랜드’를 통해 19일 국내 기업 최초로 기자간담회를 진행했다.

코로나 팬데믹 이후 모임이나 행사 등이 어려워지자 유튜브 등으로 온라인 생중계 방식을 통한 비대면 형태의 기업 발표나 전시회, 컨퍼런스는 흔하게 볼 수 있지만, 메타버스 환경까지 옮겨가는 점이 이목을 끈다.

온라인 생중계는 채팅 등의 방식을 제외하면 단방향 커뮤니케이션에 가깝지만, 이같은 형태를 넘어 취재진들이 아바타로 온라인 공간에 입장하고 발표자도 아바타로 입장해 가상으로 연출된 무대에서 프리젠테이션과 질문 답변이 오간다.

메타버스 환경에서 진행되는 SK텔레콤 기자간담회

■ 빠르게 확산되는 메타버스 영토

30년 전 SF장르의 소설 ‘스노우크래시(Snow Crash)’에서 처음 등장한 용어가 최근 산업계 전반을 흔드는 화두가 됐다. 기술적인 개념은 2007년 미국 비영리기술연구단체 미래가속화연구재단이 ‘메타버스 로드맵’을 발표한 뒤 본격적으로 발전해왔지만, 본격적인 활용은 코로나로 확산된 비대면 문화 속에서 시작됐다.

SK텔레콤은 이날 이프랜드 앱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기에 앞서 올해 초 점프 플랫폼에서 순천향대 입학식을 진행했다. 거리두기로 신입생들이 모일 수 없는 점을 고려해 대학 캠퍼스 교정을 앱 안에 꾸미고 학생들은 아바타로 참여한 식이다. 또 관련 사업부의 회의는 현재 이프랜드 앱에서 진행하고 있다.

흔히 메타버스의 대표 사례로 꼽히는 게임에서 가상세계 공간의 활용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에픽게임즈의 슈팅 게임 포트나이트는 가장 주목할 메타버스 서비스로 꼽히는데, 게임 내에서 실제 뮤지션과 협업한 콘서트가 열리고 나이키와 루이비통과 같은 브랜드와 협업을 통한 스킨을 출시하거나 업무회의 공간을 제공하면서 단순 게임 영역을 넘어서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국내 대표 메타버스 서비스로 꼽히는 네이버Z의 제페토는 글로벌 무대에서 팬미팅을 열고 많은 이용자들이 몰리면서 눈길을 끌기도 했다. AR 카메라 앱 스노우를 별도 법인으로 분사시킨 뒤 AR 아바타 서비스로 발전시켰는데 이용자가 일상에서 인식하는 물리적 환경에 가상의 세계를 더한 메타버스 플랫폼으로 발돋움한 것이다.

산업계뿐만 아니라 정치권까지 메타버스 영토가 넓어지고 있다. 지난 17일 국회 조명희 의원은 메타버스 산업 세미나를 개최하면서 국회 최초로 메타버스 플팻폼 ‘인게이지(Engage)’를 통해 진행해 눈길을 끌었다. 또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는 상임위원회 차원에서 20일 프롭테크 스타트업 직방이 개발한 ‘메타폴리스’에서 간담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제페토에 구현된 아이돌 블랙핑크

■ 영역 안 가리는 메타버스 공간, 무한대 확장 예고

코로나로 인한 비대면 문화와 네트워크와 디바이스의 기술적 발전 등의 요인으로 오래전부터 새로운 인터넷 공간으로 불렸던 메타버스 세계에서 주목할 점은 확장성이다. 산업계의 화두에 그치지 않고 정치권에서도 활용되는 것처럼 여러 분야에서 모두 메타버스 도입 가능성이 열려있다는 설명이다.

이를테면 메타버스가 접목될 주요 분야로 교육이 꼽히고 있다. 2000년대 초반 온라인 동영상 스트리밍 방식의 사교육이 국내에서 활성화된데 이어 코로나 시대에서는 공교육과 대학에서도 온라인 원격수업이 일상화됐다. 단순 온라인 학습에 그치지 않고 메타버스 개념으로 확장해 인간과 컴퓨터 간의 상호작용(HCI), 인터랙티브 미디어 등에서 교육적인 효과를 증명하고 있다는 평가다.

포트나이트에서 구현된 뮤지션 콘서트처럼 문화 예술 분야는 메타버스 세계가 공간적 시간적 제약을 모두 해결하고 상호작용을 확장하는 방식으로 변화할 수 있는 대표 사례로 꼽힌다. 특히 엔터테인먼트 분야에서는 연예인과 팬의 상호작용을 갖출 수 있는 공간으로 이미 활용되고 있다. 예컨대 SM엔터테인먼트의 신인 걸그룹 에스파는 메타버스 세계관을 구축해 아바타와 실제 인물 사이의 스토리텔링이 이뤄지고 있다.

최근 여러 홈트레이닝 서비스를 시작으로 디지털 헬스케어 분야에서도 메타버스가 확산될 영역으로 꼽힌다. 또 생산 제조 분야나 일반 대중들의 일상 생활에서도 메타버스의 무한 영역 확장이 예고됐다.

정치권의 간담회 수준에 그치지 않고 선거와 같은 이벤트가 메타버스로 옮겨갈 가능성도 있다. 이미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대선후보 시절 닌텐도 게임 ‘모여봐요 동물의숲’ 세계관 안에 캠프를 차리고 공약을 알리며 투표를 유도하기도 했다.

사진 = 이미지투데이

■ 2021년의 메타버스, 발전 과제 안았다

현재 보이는 메타버스의 확산 속도를 고려할 때, 앞으로 어떤 분야에 메타버스가 도입되더라도 놀라울 상황은 아니다.

새로운 세계를 창조하는 상상력은 이미 오래전부터 갖춰졌고, 정보검색의 단순 인터넷에서 사회적 관계 형성의 SNS를 거쳐 디지털 미디어 확산에 더해 비대면 서비스가 더 이상 낯설지 않은 시대다. 디바이스와 플랫폼, 네트워크는 앞선 다른 조건보다 메타버스가 확산될 수 있는 충분한 환경을 갖출 수 있는 기술 발전을 이어가고 있다.

다만 갓 태동하는 메타버스 생태계가 안고 있는 과제가 산적해 있다. 메타버스가 자유롭게 발전할 가능성은 확인됐지만, 새로운 사회가 형성되는 만큼 현실 세계의 법 제도 규범이 필요할지, 메타버스 내에서 필요한 사회 윤리는 없는지 고민이 동시에 이뤄져야 한다는 문제제기도 쏟아지고 있다. 또 메타버스 환경에 접근할 수 있는 이용자와 아닌 이용자 간의 새로운 격차가 발생하는 것이 아닌지도 사회적인 숙제로 떠올랐다.

메타버스에 대한 이용자의 수용성도 이제 본격적인 고민이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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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 SK텔레콤 CTO는 최근 사내에서 정재승 KAIST 교수와 진행한 대담에서 “메타버스에서 아바타는 디지털 세상의 도 다른 나이지만 아직 어색하다”면서 “남들과 소통하는 것이 어렵고 검색은 활성화가 안 되어 있고 생산성이 있는 일을 하려는데 막연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런 상황에서 데이터가 잘 확보되고 여러가지 기술적인 준비가 마련되면 인공지능 기술이 메타버스 세상에서도 많은 것들을 가능하게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