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의료노조 "인력·공공의료 확충 안 되면 다음달 2일 전면 파업"

"더 버티기 힘들어...박수보다 같이 일할 동료가 더 절실"

헬스케어입력 :2021/08/18 17:08

코로나19 방역과 진단검사, 환자 돌봄 등을 맡고 있는 전국 136개 의료기관 소속 보건의료 인력들이 총파업을 예고했다. 이들은 실효성 있는 의료인력 및 공공의료 확대 해결책이 마련되지 않으면 다음달 2일 전면 파업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정부는 협의 중이라며 말을 아꼈다.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보건의료노조)은 18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에 위치한 보건의료노조 생명홀에서 136개 의료기관 쟁의조정신청 기자회견을 열었다. 보건의료노조는 지난 5월 말부터 정부와 교섭을 진행해왔지만 합의에는 이르지 못했다.

쟁의조정신청 대상 의료기관은 주요 감염병 전담병원을 비롯해 국공립병원 및 대형 사립대병원, 공공병원 등이다. 또 민간중소병원과 정신·재활·요양기관 등 대다수 의료기관도 파업에 참여할 것으로 전망된다.

하루 평균 2천명 안팎의 확진자가 발생하는 상황에서 노동쟁의(파업) 돌입에 대한 비판의 시각도 존재한다. 이에 대해 나순자 보건의료노조 위원장은 “4차 대유행의 장기화하고 있고 변이 확산과 돌파감염 발생으로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이 언제 끝날지 예측할 수 없다”며 “지금 우리에게는 박수 받는 영웅보다 함께 어깨를 기대고 일할 단 한명의 동료가 절실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더 이상 버티지 못해 탈진하고 지쳐 사직하는 현실을 바꾸기 위해 인력확충과 처우 개선이 절실하다”며 “실질적인 공공의료 확충, 조속한 감염병 전문병원 설립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2021 보건의료노동자 실태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55.7%가 “코로나19로 인해 노동 여건이 나빠졌다”고 답했다. 전체 응답자의 69.6%가 “육체적 소진”을, 65.8%는 “정신적 소진 상태”를 호소했다. (사진=보건의료노조 페이스북 캡쳐)

■ “사람 갈아 넣는 방역”

지난해 4월 보건복지부는 코로나19로 인해 격무에 시달리는 의료진을 응원하기 위한 ‘덕분에 챌린지’ 캠페인을 폈다. 캠페인은 각계각층이 참여하며 성황을 이뤘지만, 이를 바라보는 의료진들의 시각은 냉소적이었다.

“국민들은 의료진을 격려하는 차원에서 엄지손가락을 추켜세우며 덕분에를 외친다. 하지만 의료진은 엄지발가락이다. 가장 힘든 곳에서 그리고 가장 아래에서 세상이 무너지지 않게 코로나의 최전방을 떠받치고 세상이 무너지지 않게 지지하고 있는 엄지발가락이다.”

보건의료노조가 주최한 코로나19 체험수기 입상작 가운데 일부다. 또 다른 의료진은 1년 6개월 이상 방호복을 입고 환자를 돌보는 행위를 다음처럼 묘사했다.

“나와 동료들은 통풍이 되지 않는 방호복을 착용한 채 몇 시간이고 환자들을 간호하고, 얼핏 봐도 무거워 보이는 전동식 호흡장치(PAPR)를 이고 지며 묵묵히 격리 병동 내로 발걸음을 내딛는다. (중략) 고글과 마스크로 얼굴은 짓무르며 영광의 훈장과 같은 상처가 남기도 한다.”

4만3천58명의 보건의료인력을 대상으로 실시한 ‘2021 보건의료노동자 실태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55.7%가 “코로나19로 인해 노동 여건이 나빠졌다”고 답했다. 코로나19 상황에서 적정인력이 운영되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평균 39.2%의 낮은 긍정비율이 확인됐다.

코로나19로 인한 정신건강 문제도 심각한 것으로 조사됐다. 전체 응답자의 69.6%가 “육체적 소진”을, 65.8%는 “정신적 소진 상태”를 호소했다. 특히 응답자 가운데 간호사 직군의 67.6%는 “너무 지쳐있어서 자주 일을 그만두고 싶다”고 응답했다.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은 실효성 있는 의료인력 및 공공의료 확대 해결책이 마련되지 않으면 다음달 2일 전면 총파업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사진=보건의료노조)

파업의 기폭제는 추가경정예산 감염관리 지원금의 대폭 삭감이다. 지난달 국회 본회의에서 추경예산이 통과되며 코로나19 대응 의료인력 지원 예산으로 240억 원이 추가 반영됐다. 이는 당초 1천100억 원에서 대폭 삭감된 금액이다.

관련해 지디넷코리아는 지난달 30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정례브리핑에서 해당 금액이 의료인력 지원액의 두 달 치밖에 되지 않는다고 지적한 바 있다. 이에 대해 이기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제1통제관은 “2개월 지급이라고는 볼 수 없다”며 “의료인력 지원에 대해서는 지자체나 여러 군데에서 요구하는 것을 최대한 반영해주고 있다”고 해명했다.

박민숙 보건의료노조 부위원장은 “지금처럼 인력을 갈아 넣는 방식으로는 더 이상은 안 된다는 절박함으로 파업에 나설 수밖에 없음을 국민들에게 호소한다”며 “정부는 실질적인 인력확충과 공공의료 확충 방안을 내놓아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총파업에 대해 박향 중앙사고수습본부 방역총괄반장은 18일 정례 브리핑에서 “코로나를 진료하는 데 있어서 인력기준을 마련 중”이라면서도 “다양한 루트를 통해서 인력수급을 하고 있지만, 어려움이 좀 있다”고 밝혔다. 

공공의료 확충 요구에 대해서는 “공공의료 확충 부분에 대해서도 긍정적인 방향을 가지고 노조와 협상에 임하고 있다”고 말해 원론적인 입장을 되풀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