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교육 비중 '0.4%'…지금 안 늘리면 7년 더 뒤처진다

'2022 개정 교육과정' 시수 확대·전문 교원 확대 필요성 제기돼

컴퓨팅입력 :2021/08/11 21:05    수정: 2021/08/12 10:12

"지금 공교육 시수에서 소프트웨어(SW) 비중이 0.4%다. '2022 개정 교육과정'에서 SW 교육 비중이 확대되지 않으면 그 다음 교육과정 논의는 7년 후다. 10년이 또 그냥 날아가는 거다. 우리는 지난 2008년부터 10년간 컴퓨터 교육을 폐지해 어떤 영향이 따르는지 경험한 바 있다. 디지털 전환에 필요한 역량 교육은 저절로 일어나지 않는다. 지금 SW 교육을 확대하지 않는다면 우리 사회가 디지털 전환에 실패하게 될 것이다.(김현철 고려대 컴퓨터학과 교수)"

교육부가 추진 중인 2022 개정 교육과정에 SW 교육 개편 및 시수 확대, 전문 교원 육성 등이 반영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SW 업계에서 제기됐다.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 한국과학기술한림원,한국공학한림원, 대한민국의학한림원이 주최한 'SW·인공지능(AI) 교육 토론회'에서는 이같은 주장들이 이어졌다.

11일 온라인으로 개최된 토론회에서 기조연설을 맡은 임혜숙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은  SW·AI 교육의 전면적인 확대가 필요하다면서 ▲공교육 기반 SW·AI 역량 강화 ▲'디지털 네이티브'인 미래 세대를 위한 맞춤형 교육 ▲미래형 교원 양성을 과제로 언급했다.

임혜숙 장관은 "교육은 학생들이 살아갈 미래 시대를 반영해야 하고, 그 미래는 5~10년 뒤가 아닌 이번 교육과정을 이수하는 아이들의 20~30년 후인 21세기 중반을 목표로 해야 한다"며 "4차 산업혁명을 주도할 세대는 4차 산업혁명에 맞는 교육을 받고 그 시대를 준비해야 하며, 그 아이들에 대한 책임은 지금 우리들이 져야 한다"고 교육과정 개편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임혜숙 과기정통부 장관

■영국은 5세부터 가르치는데"SW 교육 시수, 268시간 이상으로 늘려야"

주제발표를 맡은 김현철 고려대 컴퓨터학과 교수는 해외에서는 교육을 통한 국민 디지털 역량 강화에 심혈을 기울이지만, 우리나라는 공교육에서 이런 준비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과 영국의 사례를 들었다. 백악관은 지난 2016년 말 발표한 'AI, 자동화, 그리고 경제' 보고서에서 미래 일자리를 위해 미국인을 새롭게 교육하고 훈련시키는 것을 3대 전략 중 하나로 언급하고, 2019년 'AI 국가전략'을 발표해 초·중등 교육 시간 확대를 포함한 AI 교육 및 최고 수준 인재 양성을 목표로 세웠다. 영국도 5~16세까지 모든 학년에서 '컴퓨팅'을 필수 과목으로 가르치고 있다.

해외가 SW·AI 인재 양성에 서두르는 반면, 반면 우리나라 교육 체계에서는 SW가 차지하는 비중이 매우 적다는 지적이다. 현재 SW에 배정된 교육 시수는 초등학교 17시간, 중학교 34시간으로 총 51시간이다. 전체 공교육 시수의 0.4% 수준이다. 이는 지난 2008년 폐지된 ICT 활용 교육이 2018년 부활해 생긴 시수다. 

김 교수는 그간 SW 교육 부족으로 한국 학생의 ICT 접근 및 활용 수준이 떨어졌다고 봤다. 2015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제학생평가프로그램(PISA) 보고서를 근거로 들었다.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 학생은 이메일 활용, 인터넷 뉴스 읽기, 창작물 업로드 등 생산적인 디지털 기기 활용 빈도가 OECD 평균치보다 낮았다. 인터넷에서 뉴스를 접했을 때 내용의 진위를 판별하는 능력도 2018년 기준 OECD 하위권으로 나타났다.

디지털 역량은 특히 교육을 통해 강화되는 부분이 크다는 주장이다. 글로벌 컨설팅 업체 맥킨지의 '미래 일자리에서 시민이 필요한 필수 역량' 보고서에서 총 56가지인 필수 역량들과 공교육과의 연관성을 분석한 결과, '디지털 리터러시', '프로그래밍 리터러시', '데이터 분석 및 통계' 등이 최고 순위를 차지했다.

김 교수는 SW 교육 확대책으로 정보교육확대추진단이 지난달 발표한 '디지털 대전환 시대의 모든 아이를 위한 보편적 정보 교육 확대 방안'을 언급했다. 초·중·고 교육과정 내 정보 교과의 독립 및 68·136·64시간 확보, 총 268시간 이상의 시수를 SW 교육에 배분해야 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김 교수는 "무리한 요구 같아보여도 전체 공교육 시수로 나누면 2.1% 정도"라며 "엄청난 속도로 디지털 전환되는 사회와 교육 간 간극이 계속 벌어지고 있는데, 이대로 두면 사회 변화에 대한 부적응 및 공교육에 대한 동기부여 감소 문제가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

김현철 고려대 교수

■"SW, 수학·과학처럼 가르쳐야"…산업 인력으로 교원 충원 제안

주제발표를 맡은 조준희 한국소프트웨어산업협회장은 전체 산업계의 디지털 전환 가속으로 SW·AI 인재 양성이 시급한 상황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4차 산업혁명과 코로나19 위기에 따른 디지털전환의 전면화, 제2벤처 붐 등이 이같은 변화를 불러왔다는 설명이다. 비IT 기업에서도 SW 인력 수요가 급증하면서, 올 상반기 IT 직무 공고도 전년 대비 65% 증가했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SW 분야 기업에 종사하는 SW 인력은 연 평균 9.2% 증가해 2017년 22만6천명에서 2019년 27만명으로 늘어난 데 비해, 타 산업에 종사하는 SW인력은 연 평균 19.5% 증가해 2017년 18만9천명에서 2019년 27만명으로 늘었다.

조준희 협회장은 "놀라운 건 좋은 학교, 좋은 컴퓨터학과를 나와도 기업 수요에 맞지 않는 인재가 많다는 것"이라며 "성적 우수자들이 많이 유입되지만, 초·중·고 교육 과정에서 SW에 대한 교육이 전무하다시피 하고, 국·영·수를 잘하는 사람이 들어오는 것이 현실"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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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준희 한국소프트웨어산업협회장

SW에 대한 기초 교육이 확대돼야 기업이 필요한 SW 인재 육성도 가능해진다는 것이다. 조 협회장은 "최근 모든 기업이 SW 기업으로 변모하고 있고, 개발 직군이 아니더라도 기본적으로 SW를 알고, SW에 대한 상식과 이해도를 높은 사람을 뽑으려 한다"며 "절대적인 SW 교육 시수가 부족한 현재 교육 환경에서는 디지털 대전환 시대에 필요한 인재 양성한다는 거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비판했다.

조 협회장은 "학생들이 수학, 과학처럼 SW를 배워야 하고, 단기적인 성과 대신 중장기적인 미래 계획이 필요하다"며 "교사 수가 대거 부족할텐데, 이 부분은 협회 차원에서 산업계 프로그래머 인력을 정부 협조 하에 교원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논의하는 것도 바람직할 것으로 본다"고 언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