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광복절 가석방…삼성 투자 시계 빨라지나

13일 오전 10시 출소…"코로나19 장기화로 인한 국가적 경제상황 고려"

디지털경제입력 :2021/08/09 20:46    수정: 2021/08/10 13:28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오는 13일 출소한다. 법무부는 9일 이재용 부회장을 8·15 가석방 대상으로 확정했다고 밝혔다. 지난 1월 국정농단 파기환송심에서 징역 2년6개월의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된 지 207일 만이다.

사면이 아닌 가석방인 만큼 이 부회장의 경영 보폭은 좁아질 수밖에 없지만 총수공백 리스크에 따른 부담을 일정부분 덜어낸 만큼 대규모 투자나 인수합병(M&A)에 속도를 낼 것이란 전망이 제기된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사진=뉴스원)

이 부회장의 가석방은 이날 오후 2시부터 6시30분까지 법무부 정부과천청사에서 열린 가석방심사위원회 심사를 거쳐 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최종 허가했다. 가석방심사위에는 위원 9명 전원이 참석했으며 박 장관은 심사위 결과를 보고받은 직후 바로 직접 브리핑에 나섰다.

8·15 가석방 대상자는 이 부회장을 포함해 총 810명이다. 이번 광복절은 일요일이기 때문에 가석방 집행은 금요일인 13일 오전 10시에 진행된다.

다만 이 부회장의 경영활동은 예전보다 제약을 받게 된다. 가석방은 형을 면제받지 않고 구금 상태에서만 풀려나는 것으로 임시 석방이라 형이 남아있고 일정한 조건을 준수해야 하기 때문이다. 특경가법상 5년간 취업할 수 없으며 보호관찰을 받아야 한다. 해외 출국 또한 쉽지 않다.

업계가 가장 관심을 기울이는 분야는 반도체 투자다. 이 부회장이 수감돼 있는 동안 미국과 중국의 반도체 패권 전쟁이 심화되며 삼성전자의 입지가 좁아진 형국이다.

그사이 대만 TSMC, 미국 인텔 등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은 수십~수백조 단위의 투자계획을 잇따라 발표하며 격차를 확대하는데 열을 올리고 있다.

반면 삼성전자는 170억달러(19조원) 규모로 미국에 파운드리 제2공장을 짓기로 틀을 잡았지만 아직 부지 선택 등의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이 부회장이 영어의 몸을 벗어난 만큼 삼성전자도 투자계획이 한층 구체화 될 것으로 예상된다.

재계도 기대감을 드러냈다. 전경련은 "엄중한 상황에서 이 부회장에 대한 법무부 결정은 우리나라가 글로벌 반도체 시장에서 기술적 우위를 점하고, 나아가 새로운 경제질서의 중심에 서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이번 조치는 우리경제의 위기극복 및 재도약에 대한 삼성의 견인차 역할을 바라는 국민적 요구가 반영된 것인 만큼, 삼성은 이러한 기대에 부응해 투자와 일자리 창출에 적극 나서주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대한상공회의소도 “기업의 변화와 결정 속도가 중요해진 상황에서 이 부회장의 가석방 결정으로 자유로운 경제 활동을 허용해준 점을 환영한다”며 “삼성전자는 이 부회장의 가석방을 계기로 반도체 등 전략산업 선점 경쟁에서 초격차 유지와 미래 차세대 전략산업 진출 등 국가 경제 발전에 힘써주길 기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가석방 결정에 대해 "다행스럽다"면서도 "경영활동에 전념할 수 있도록 최대한의 행정적 배려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경총은 "글로벌 반도체 시장에서 주요국들의 패권경쟁이 격화되는 상황에서 우리 경제를 견인하는 최대기업의 총수인 이재용 부회장에 대한 경영복귀가 절실하다는 입장을 지속적으로 밝혀 왔다"고 말했다.

한편, 일각에선 이 부회장이 경영권 불법 승계 재판과 프로포폴 불법 투약 재판을 남겨두고 있다는 점에서 가석방이 부적절하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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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대해 박현주 법무부 대변인은 "과거 다른 사건으로 수사 중이거나 재판 중인 상황에서 가석방된 사례가 있는지 질문이 있었는데 추가 사건 진행 중 가석방이 허가된 인원은 2020년 기준 67명이었다"고 밝혔다. 

형기 70%를 다 채우지 못한 가석방자 현황에 대해서도 "최근 3년간 평균 70% 미만자는 244명으로 점차 확대되는 추세"라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