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비부머-MZ세대 신용격차 커져...신용평가 방식 다변화 해야

국내 은행도 인정 소득 조건 다변화...CSS 고도화 박차

금융입력 :2021/08/09 15:15    수정: 2021/08/09 16:04

대출 보유 이력과 연체 정보 등 일부 금융데이터만을 토대로 신용점수(등급)를 산정한 후 대출을 집행하는 관습이 조금씩 깨지고 있다.

금융 자산은 물론이고 소득 수준이 압도적으로 높은 베이비부머(1946~1965년 출생자) 세대에 비해, 은행의 새로운 수익원인 MZ세대(1980년대초~2000년대 출생자)의 신용점수가 낮은 상황이라서다.

여기에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코로나19) 감염증 대유행과 같은 이례적인 변수도 생기면서, 은행들은 대안 데이터와 은행 자체 거래 데이터를 토대로 대출을 심사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오픈뱅킹과 개정 신용정보법 시행으로 이런 변화의 바람은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사진=이미지투데이)


美 은행, FICO 의존서 점차 탈피

한국금융연구원은 최근 보고서에서 신용카드·자동차 대출 등 개인 대출의 결정을 위한 신용평가 시 'FICO(Fair Isaac Corportaion)' 신용평점에 절대적으로 의존해 왔지만 최근 분위기가 바뀌고 있다고 밝혔다. 미국 은행들은 소비자 대출의 약 90%를 FICO 신용평점에 근거해 결정하고 있는데 이 비중이 점차 축소되고 있다는 부연이다.

FICO 신용평점이 높을수록 대출 한도가 부여되고 대출 금리는 낮아지는 구조인데, FICO 신용평점은 ▲상환이력 35% ▲채무액 30% ▲신용거래 기간 15%  ▲대출한도 10% ▲대출 유형 10% 등의 비중으로 구성해 산정된다.

JP모건체이스의 경우 신용카드 발급 및 대출에 은행 이용 정보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또, 일부 은행들도 상환 이력 정보와 아울러 예금 잔액 등 은행 이용 정보를 중시하는 성향으로 가고 있다고 보고서는 설명했다.


세대 간 신용점수 격차...당국 "금융 소외 계층 포용해야"

FICO 신용평점 위주 분위기가 반전되는 데는 두 가지 이유가 있다.

하나는 세대 간 신용평점의 격차가 있다는 점이다. 한국금융연구원 보고서에 따르면 2015년 기준으로 밀레니얼 세대의 평균 FICO 신용평점은 625점으로 보통 수준이며, 베이비부머 세대의 평균 평점은 709점(양호)로 나타났다.

앞으로 신규 대출 수요는 밀레니얼 세대로부터 나오는데 FICO 신용평점만으로는 현 상황의 대출 규모를 유지하기 힘들어질 수 있다. 즉, 은행은 새로운 수익원을 확보하기 위한 자구책으로 FICO 신용평점을 보완할 데이터를 찾아야 하는 시점이 된 것이다.

(사진=이미지투데이)

또 다른 하나는 금융당국이 FICO 신용평점 모델이 금융 소외 계층이 신용접근을 원칙적으로 차단함으로써 이들이 초단기 소액대출 등 약탈적 금융으로 내몰리리도록 만드는 요인으로 보고 있다는 점이다. 2021년 상반기 말 현재 약 5천300만명에 달하는 미국 성인 인구가 신용정보의 부족이나 부재로 인해 FICO신용평점을 부여받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코로나19가 대유행하면서 신용정보가 부재하거나 신용평점이 낮은 취약계층의 신용접근이 더욱 용이해지지 않으면서, 이들이 약탈적 금융으로 내몰릴 수 있다는 위기감이 커진 실정이다.

국내은행, 인정 소득 기준 다변화...AI 까지 동원

국내도 이런 추세로 가고 있다. 씬파일러(금융 이력 부족자)를 대상으로 한 신용평가모형을 만들어 이들의 제1금융권의 접근성을 확대하겠다는 방침이다. 코리아크레딧뷰로(KCB)가 산정하는 신용점수만으로 평가하지 않기 위해 대안 데이터와 은행 자체 데이터를 통합해 신용평가를 하는 격이다.

아직은 초창기로 국내은행들은 대출 평가의 기본이 되는 인정 소득 기준을 다변화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씬파일러 자체가 금융 이력이 부족하기 때문에 급여나 사업자 소득 자료만으론 제대로 된 신용 수준을 평가할 수 없어서다.

KB국민은행은 주부와 은퇴자 같은 일부 씬파일러를 대상으로 한 신용대출 '처음 이지(Easy)대출' 을 출시했다. 통신 데이터 등을 활용해 신용을 평가하는 게 핵심이다.

하나은행은 은행 데이터를 토대로 한 신용대출을 판매 중이다. 은행 데이터 분석은 사람이 아닌 인공지능(AI)이 맡는다. AI가 하나은행의 최근 6개월부터 최대 1년치의 거래 패턴 등을 분석하고 200여개 변수로 불량률을 집계해 대출 한도가 정해진다. 소득 서류를 제출하지 않아도 된다.

이밖에 하나은행은 내·외부 대안정보를 활용해 씬파일러에 대한 신용평가를 개발해 2021년 하반기부터 적용한다.

신한은행은 오는 9월 중 개인 대상 대안 신용평가모형을 적용할 방침이다. 연금납부 정보, 통신요금 결제, 소액결제 등 다양한 데이터를 활용할 계획이다. 신한은행은 '마이 급여클럽'을 통해 급여가 아니어도 정기적으로 발생하는 소득 데이터를 수집하고 있어, 씬파일러 대상 신용평가모형에도 기여할 것으로 관측된다.

(사진=이미지투데이)


데이터 접근성 확대...일시적 흐름 아닌 '대세' 될 것

신용평가모형의 정교화는 전 세계적으로 데이터 접근성이 확대되면서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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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금융연구원 이광상 부장은 "은행이 신용평가 정확도를 높일수록 부실채권 비율이 낮아지는 효과가 있기 때문에 신용평가모형 고도화가 이뤄지고 있다"면서 "씬파일러의 신용평가모형 개발은 은행이 연체율때문에 취급하지 못했던 새로운 대출 수요층을 취급하는 격"이라고 설명했다. 이 부장은 "수익성이 개선되고 건전성 관리도 동시에 가능해진다"고 덧붙였다.

디지털 금융 시대에 접어들면서 다양한 데이터들은 은행의 신용평가모형을 다변화시킬 수 유인이 크다고 이 부장은 말했다. 그는 "오픈뱅킹으로 금융사간, 또 금융사와 핀테크 간 접근성이 개선된데다 재무가 아닌 비재무 데이터를 활용할 수 있어져 이 흐름은 일시적이지 않고 대세가 될 것"이라고 점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