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D-택트] 메타버스 '탐색전' 돌입한 은행들

일방향 비대면 영업방식 개선 가능...한국은행 CBDC 적용 시 속도붙을듯

금융입력 :2021/08/07 09:31    수정: 2021/08/07 21:49

디지털 컨택트(Digital Contact)가 일상으로 자리잡은 지금, 한 주간 금융업권의 디지털 이슈를 물고, 뜯고, 맛보는 지디의 '금융 D-택트'를 격주 토요일 연재합니다. 디지털 전환의 뒷 이야기는 물론이고 기사에 녹여내지 못했던 디테일을 지디넷코리아 독자 여러분에게 소개합니다. [편집자주]

최근들어 은행들이 '메타버스, 메타버스' 합니다. 싸이월드 세대인 주변인들은 '은행이 버스회사를 한데?'라며 반문합니다. 모바일이나 인터넷뱅킹을 이용하지 않고 은행 지점을 방문하는 부모님처럼 점차 기술 발전 속도를 따라잡기 벅차졌습니다.

메타버스는 가상 또는 초월의 '메타'와 우주인 '유니버스'의 합성어입니다. 로블록스나 제페토 등이 메타버스 플랫폼으로 거론됩니다. 

과거에도 비슷한 모델은 있었습니다. 가상의 집인 '미니홈피'를 만들어 내 아바타의 옷을 갈아입히고 친구를 맺고 대화했던 싸이월드를 떠올리시면 됩니다. 

그런데 왜 지금 메타버스는 화두가 됐고 은행이 메타버스에 관심을 갖는 것일까요.

(사진=이미지투데이)


메타버스, 일방적인 환경 아닌 현실같은 양방향 공간

싸이월드는 미니홈피의 틀과 정해진 아바타의 '겉치장'만 가능했다면 메타버스의 세계는 좀 다릅니다. 현실보다 현실같은 공간을 구축할 수도 있고 아바타를 이 현실 공간으로 불러낼 수도 있습니다. 가상과 현실의 양방향 소통이 가능하다는 점이 달라보입니다. 

또 예전엔 소통을 할 때도 쪽지 보내기 같은 걸 사용했습니다. 그런데 메타버스에선 그냥 친구가 있는 공간에 가서 대화를 자유로이 할 수 있습니다. 콘텐츠·SNS 기능이 모두 총집합 된 플랫폼인 셈이지요.

친구가 곁에 앉아있어도 로블록스 상에서 대화한다더니 메타버스에 대한 젊은 세대의 호응이 뜨겁습니다. 키움증권 리서치 자료에 따르면 로블록스와 같은 메타버스 플랫폼의 일평균 활성화 시간이 2018년 180시간 수준서 200시간 대로 늘었습니다.

은행권 "지점·회의 메타버스로 이동하자"

은행들은 너나 할 것 없이 메타버스를 접목하자는 계획을 세웠습니다. 가장 먼저 세운 계획은 메타버스 플랫폼 내 은행 영업점을 만들자는 겁니다. 메타버스에서 콘서트도 진행되는 이 시점서 은행 업무도 이뤄지지 못할 게 뭐가 있겠냐는 물음에서 시작한 것입니다. 은행의 주요 미래 고객이 될 10~20대가 모여있는 메타버스를 놓쳐선 안될 것이란 인식도 곁들어졌습니다.

이미 인공지능(AI)을 기반으로 한 은행원을 둔 KB국민은행과 우리은행은 한결 메타버스 플랫폼 진출이 수월해졌습니다. 수백, 수천명의 은행원이 메타버스 플랫폼에 돌아다니지 않아도 이 AI 은행원이 제 몫을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아직까지 은행의 비대면 영업이 대면 영업과 다르게 '일방향'에 그칩니다. 모바일 뱅킹에선 고객이 스스로 탐색하는 것이 전부이고, 은행은 고객 연령과 성별에 맞는 추천 상품을 일방향적으로 광고하는데 그치지요.

그렇지만 은행업계는 의사소통이 자유로운 메타버스 플랫폼에선 극복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가끔 은행에 가서, '청약 상품 해지하는게 좋을까요?'나 '대출 금리 더 저렴한게 있나요?'라고 묻는 것처럼 메타버스 플랫폼서도 가능하리란 관측입니다.

시중은행 관계자들은 "과거 비대면 영업 방식이 일방적인 부분이 있었다면, 메타버스에서 고객과 은행직원이 양방향 소통을 통한 영업방식이 가능할 것으로 보여진다"고 설명했습니다.

제페토를 통해 촬영한 사진. (사진=지디넷코리아)

메타버스 파이낸스 생태계 참전

여기까진 사실 특별할 게 없습니다. 모든 콘텐츠 기업이 메타버스를 눈여겨 보는 상황서 은행도 숟가락 하나 얹은 것으로 보여지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한 은행 관계자는 "은행 영업점에 가상현실이나 증강현실을 입히는 형태나 기존 영업점의 영업 방식을 메타버스 플랫폼으로 옮겨가는 정도로 현재는 대응 중"이라고 진단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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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장기적으로 은행은 영업점을 메타버스로 옮겨가는 것 외에도 메타버스 플랫폼에서 이뤄질 금융 거래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로블록스의 경우 로블록스에서 유저가 생산하는 콘텐츠, 상품은 자체 화폐 '로벅스'를 통해 소비됩니다. 이 로벅스를 환전하고 지불결제에 이용되는데 필요한 것들이 모두 금융의 영역이다보니 은행 입장선 대응하지 않을 수 없게 됐습니다.

특히 한국은행의 디지털 화폐(CBDC)가 개발된다면 디지털 세계의 금융 거래는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 될 것입니다.다양한 선불충전지급수단이 사실상 필요없어지고, CBDC만으로 거래가 될 수 있다는 예상에서입니다. 가상 현실의 내가 더 내가 되고, 종이 화폐는 박물관에서 겨우 볼 수 있는 '디지털 금융' 생태계는 어떨지 사뭇 궁금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