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페북 등 대학·연구소 거액 후원..."윤리적 문제 있다" 지적

영국 매체 뉴 스테이츠맨 보도에 구글 "엄격한 수단과 투명성 유지" 반박

인터넷입력 :2021/08/03 16:46    수정: 2021/08/03 17:16

유럽의 주요 대학들이 구글, 페이스북 등 대형 기술기업으로부터 자금을 지원받아 다양한 연구를 진행 중인 가운데, 이 같은 방식이 윤리적인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연구 대상이 주요 자금 제공자이기 때문에 이들의 압력을 받아 공정하고 투명한 연구가 이뤄질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이 같은 내용은 영국 매체인 뉴 스테이츠맨(How Google quietly funds Europe’s leading tech policy institutes)과 일본 IT 매체인 기가진 등을 통해 보도됐다. 

뉴 스테이츠맨에 따르면 독일 뮌헨 공과 대학 인공지능 윤리 연구소는 2019년 페이스북에서 750만 달러(약 86억원)의 보조금을 받아 5년 치의 연구 자금을 확보했다. 또 베를린 훔볼트 대학교의 인터넷 사회 연구소는 구글에서 약 1천400만 유로(약 191억원)의 자금을 제공받았다. 이 연구소의 자금 중 제3자 제공분의 3분의 1을 기술기업이 지원했다.

달러 자료사진(픽사베이)

이 같이 자금을 제공받음에도 일부 연구자들은 기술기업으로부터 자금을 제공 받은 사실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 이에 뉴 스테이츠맨은 연구의 투명성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그러자 기술 기업으로부터 자금을 제공 받은 연구자는 뉴 스테이츠맨을 통해 “우리는 대학을 후원하는 기업으로부터 압력을 느끼지 않는다”는 입장을 표하기도 했다.

그러나 외신에 따르면 익명의 한 연구자는 기술기업의 영향력이 적지 않다는 증언을 했다. 기술기업은 자사에 대한 무비판적인 학자와 관계를 구축하고, 인센티브를 주며, 필요한 데이터 접속을 허가하고 있다는 것. 그는 “기술 기업이 정치적으로 연관성 있는 학자를 ‘어용 학자’(권력자의 비호를 받고 그에게 아부하기 위해 그의 정책을 찬양하거나 정당화하는 학자)로 지원하고 있다”고도 주장했다.

구글 프랑스 지사에서 근무했던 미셸 버나드는 “구글과 페이스북 등 기업은 산업계에서 존재감을 높이기 위해 대학의 스폰서로 활동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AI와 인터넷, 클라우드 컴퓨팅 연구를 실시하기 위해 대학과의 관계를 구축하는 경우가 많는데, 퇴사 직전인 2017년에는 기술 정책에 따른 테마가 중요시되는 경향이 있었다”고도 설명했다.

뉴 스테이츠맨은 옥스퍼드 대학교 인터넷 연구소의 철학 정보 윤리학 교수이며, 철학자인 루치아노 플로리디 교수가 기술기업으로부터 지원금을 받는 연구자 중 한 명이라고 언급했다. 프로리디 교수가 유럽위원회와 영국의 데이터 윤리 이노베이션 센터, 외무성 등에 소속된 기술 정책 전문가로 구글과 딥마인드, 페이스북, 중국의 텐센트, 일본의 후지쓰에게도 자금을 제공 받아 연구를 했다는 것이다.

특히 구글과 관련이 깊은데, 그가 구글의 ‘잊힐 권리’ 위원회와 사내 윤리 위원회에도 참여했다는 주장이다. 프로리디 교수는 구글의 검색 엔진에 대한 연구 논문 집필에 관여하고 있지만 프로리디 교수를 비롯해 구글에 우호적인 연구의 저자들이 구글과 금전적 이해관계가 있음을 일체 공표하지 않는다고 뉴 스테이츠맨은 지적했다.

유로(픽사베이 제공)

이 매체 조사에 따르면 옥스퍼드 대학 인터넷 연구소에서 자금원을 공개하지 않은 19명의 교직원 중 13명은 기술 기업에서 직접 자금을 받고, 한명은 구글에서 전면적인 연구 자금을 제공받았다. 결과적으로 이 연구소 조사 대상이 된 학자의 75% 가까이가 대형 기술기업으로부터 자금 제공을 받는 셈이다.

프로리디 교수는 메일을 통해 뉴 스테이츠맨에게 “나의 연구나 감독 업무는 학술적 자유를 존중한다. 자금 제공자의 영향을 받지 않고 이뤄지고 있다”면서 “나는 기술 기업에 정기적으로 어려운 조언을 하거나, 정부와 규제 당국으로부터 의견을 요청 받았을 경우는 기업의 (잘못된) 행동을 비판하기도 한다”고 답했다.

또 왜 구글로부터 자금을 제공 받는 사실을 공개하지 않냐는 질문에는 “구글 자금은 물론, 기타 기업의 자금도 논문 등 나의 업무에 일체 영향을 주지 않는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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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스퍼드 대학 인터넷 연구소의 빅토리아 소장은 “여러 곳에서 지원을 받는 것은 정부가 권장하는 고등 교육 기관에 대한 자금 제공 규정을 따른 것”이라면서 “외부 자금 제공이 연구성과의 가치와 완전성을 해치는 것은 아니다. 실제로 우리 교직원과 학생들은 기술 기업의 관행을 과감히 비판해 왔다”고 강조했다.

이번 지적에 대해 구글은 “우리는 자부심을 갖고 학술 기관과 대학, 연구기관의 연구자를 지원하고 있다”면서 “많은 연구원들은 기술이 사회에 미치는 영향을 검증하기 위해 선도적인 연구를 하고 있다. 우리는 독립성을 확보하기 위한 엄격한 수단과 투명성을 유지하면서 연구자나 조직을 지원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