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조스는 왜 '달 착륙선 직접 투자' 제안했나

NASA 보다는 의회 겨냥…우주개발 예산 증액 노린 듯

과학입력 :2021/07/27 11:12    수정: 2021/07/27 13:52

김익현 미디어연구소장 기자 페이지 구독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제프 베조스는 왜 ‘자비 달탐사’를 제안했을까?

우주기업 블루 오리진을 이끌고 있는 제프 베조스가 미국 항공우주국(NASA)에 공개 제안을 했다. 베조스는 26일 공개 서한을 통해 NASA 유인 달탐사 프로젝트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해 주면 달착륙선 개발 비용을 직접 부담할 의향이 있다고 공언했다.

달 착륙선 개발엔 20억 달러(약 2조3천억원) 이상 소요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제프 베조스(이미지=블루오리진)

아르테미스 달 착륙선 개발 경쟁서 스페이스X에 패배 

제프 베조스의 제안이 왜 나오게 됐는지 살펴보기 위해선 시간을 3개월 전으로 되돌릴 필요가 있다.

당시 NASA는 유인 달탐사 프로젝트인 아르테미스 프로그램 개발사로 스페이스X를 선정했다. 당시 함께 경쟁했던 업체가 제프 베조스의 블루 오리진이다.

아르테미스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시절 마련된 원거리 우주(딥스페이스) 탐사 계획이다. 이 프로그램은 1970년대 아폴로 프로그램 이후 처음으로 인간을 달 표면에 착륙시킨다는 목표를 추진하고 있다.

블루 오리진과 스페이스X는 달 착륙선 개발을 놓고 경쟁했다.

당초 NASA는 2개 업체를 선정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예산 부족을 이유로 막판에 1개 업체 선정 쪽으로 급선회했다.

IT전문매체 아스테크니카에 따르면 베조스는 아르테미스 프로젝트 탈락 후 엄청나게 분노했다. 미국 회계감사원에 공식 항의하기도 했다.

스페이스X의 유인 우주선 ‘스타십’ 새 시제품 SN8의 모습 (사진=일론 머스크 트위터)

아르테미스 업체 선정을 둘러싼 공방에 대한 판결은 수 주 내에 나올 예정이다.

베조스는 회계감사원 항의 결과만 기다리고 있진 않았다. 탈락 이후 곧바로 두 번째 전략에 착수했다. ‘예산 부족’ 때문에 생긴 문제인 만큼 ‘예산확보’를 통해 해결하려고 했다.

그 타깃으로 블루 오리진은 NASA 예산에 100억 달러를 추가하기 위해 워싱턴주 상원의원인 마리아 캔트월에게 로비했다.

NASA 예산 추가 방안은 상원은 무사히 통과했다. 하지만 하원에서 거부하면서 교착 상태에 빠지고 말았다.

제프 베조스가 ‘개발 비용 직접 부담’ 카드를 꺼내 든 건 이런 상황과 관련이 있다.

아스테크니카는 “(두 가지 전략이 여의치 않자) 베조스가 개발 비용을 직접 부담하는 세 번째 전략을 들고 나온 것이다”고 분석했다.

베조스의 우주 승부수, 성공할 수 있을까 

그렇다면 베조스의 이런 전략은 성공할 수 있을까?

첫 번째 변수는 미국 회계감사원이 블루 오리진의 청원을 어떻게 판단하느냐다.

회계감사원이 블루 오리진의 청원을 기각할 경우엔 NASA가 스페이스X와 달 탐사 프로젝트를 그대로 진행하게 된다.

회계감사원이 블루 오리진의 항의를 받아들이면 어떻게 될까? NASA는 업체 선정 과정을 다시 해야만 한다. 이럴 경우 아르테미스 달 탐사 프로젝트는 교착 상태에 빠지게 된다. 그런만큼 회계감사원이 블루 오리진의 항의를 수용할 가능성은 많지 않다.

결국 관건은 의회의 행보다. 의회가 NASA의 예산을 증액해주면 모든 문제가 해결된다.

뉴셰퍼드 로켓을 타고 우주를 다녀온 4명의 민간 우주비행사. 뒷줄 왼쪽 두번째가 제프 베조스다.

아스테크니카는 이런 논리를 토대로 “베조스가 쓴 편지의 진짜 독자는 아마도 의회일 것이다”고 분석했다. 베조스가 자비로 개발하겠다고 청원한 것은 NASA의 예산을 쥐고 있는 의원들을 겨냥한 것일 가능성이 많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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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연 베조스의 세 번째 전략은 성공할 수 있을까? 의원들의 마음을 움직여 스페이스X 뿐 아니라 블루 오리진까지 유인 달탐사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길을 열어줄까?

제프 베조스가 조금은 뜬금 없어 보이는 공개 서한을 통해 던진 승부수가 어떤 결과로 이어질 지 관심이 쏠린다.

김익현 미디어연구소장sini@zdnet.co.kr